남대문에가면 깃발이 있다
서울역을 지나 남대문을 가다보면
오손도손 힘모아
정열을 불태우며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숭례문이 화마에 휩싸여
아픔을 나눌때
어느틈엔가
오손도손 힘모아
살던 그들에게
희한한 낙하산 하나가
덩그러히 떨어지니
듣도보도 못한 학살과 만행으로
잘살아 보자한다
어른들은 줄서기에
장님되고 벙어리 되네
힘모아 살아가던 이들
어리둥절
그러나 그들에겐
뜨거운 가슴과 이글거림이 있었다
키는 작으나 뜨거움이 있고
힘은 약하나 사랑이 있었네
주먹쥐는거 조차 힘들던 그들
이제 홀연히 깃발을 드니
그 모습
너무나 아름다워라
손은 찢어지고 발은 물러터져라
얼굴은 갈기갈기 할퀴어져라
눈물이 흘러 큰 물줄기 되네
그 물줄기 큰 사랑으로 뭉쳐져
숭례문 위
덩그러히 커다란 해로 비치네
깃발이 아름다워라
깃발이 뜨거워라
남대문에 가다보면 깃발이 보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