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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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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반대 뺏지만큼은 절대 떼지 맙시다!!

YTN24 | 2009.04.02 | 조회 1503
대의원회의와 조합원 총회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내내 아무리 긍정적으로 돌이켜 생각해 보려해도
허탈함..상실감..탄식..공허함이 끊임없이 무겁게 마음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물론 이해합니다.
우리가 지금 처해있는 현실에서 비대위 선배들이 많이 고민하고 정말 힘들게 얻어낸 합의라는 것을...
그리고, 노조의 투쟁에서 다른 노조원들 그 누구보다도 자신을 헌신하며
투쟁에 앞장섰던 선배들이었기에 그 선배들이 선택하신 것 믿고 따르고 힘이 되어 드리는 것이 
뒤따르기만 했던 후배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저 뿐 아니라 많은 후배들이 그렇게 생각하기에,
조합원 총회 시작 무렵 비대위 선배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힘을 실어주자는 여러 선배들의 의견에
많은 후배들 중 그 어느 누구도 한마디 원통함이나 속상함을 전혀 표현 안하고
묵묵히 박수로 선배들의 결정을 지지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맘이..분이 삭혀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전혀 제 스스로 이런 급작스런 결과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없어서였기 때문안 것 같습니다.

이미 돌이킬 수 없고 결정된 일이기 때문에 제 이런 글이 오히려 조합원들의 힘을 빼놓기만 할 것이란
걱정도 들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오늘 밤 만큼은 정말 속병이라도 날 것
같은 맘에 쓰는 글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발표된 내용의 합의문 체결이 제겐 아직도 100%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정말 몇번이고 고쳐 생각해봐도 인정하기 싫은 상황인 것은 비단 저 뿐만은 아닐 것이락 생각합니다.

이대로 그냥 잠자리에 들기에는 너무 답답한 맘에 두서없이 제 궁금증들을 글로 옮기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왜 이렇게 성급한 합의가 필요했는지..
노선배를 하루라도 빨리 우리 곁으로 데려오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하기에는
우리가 합의문을 통해 사측에 줘버린 것들이 너무 많고,

노선배의 구속만은 막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려해도
결과적으로는 구속만 막았을 뿐,  최종적으로 기소유예나 무죄 판결 내지는 벌금형 등의 가벼운 처벌로
끝난다는 확신은 없는 것 아닌가요?

어차피 구속 자체도 사측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정권차원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면,
노사간의 합의가 형량을 결정하는 재판부의 의지에 반영될 것이라고는 믿기에는 의구심이 많이 듭니다.
여태껏 투쟁의 기간 동안 '혹시나..에이 설마...그렇게까지야..' 했던 것들이 확연한 현실로 나타났던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었기에 더더욱 그런 불안함을 떨칠 수 없습니다.

오늘 합의를 하면 노선배는 내일 바로 우리 곁으로 오겠지만,
석방만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렇게 서둘러 타결하는 것보다는 추후에 보석 신청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요?

제 짧은 생각에는 몰상식에 파렴치하기만한 사측이 그나마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것은
노조가 진행 중이었던 합법 파업이 10일을 넘어가면서 사측도 많은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 노조가 마지막 카드를 빼내서 쓰고 있는 와중에 그 카드를 버려가면서까지
위원장 구속을 막은 것이 우리한테 정말 득이 되는 건가요?

합의문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우리가 얻은 것은 고소 취하 뿐입니다.

21명에 대한 고소 취하가 21명 모두 형사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기 때문에
단지 고소 취하를 받아내기 위해서 우리가 놓아버린 것들이 너무나도 크기만 합니다.

저 역시 그 21명에 포함이 되는데, 물론 21명 모두는 아니더라도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노조가 굴복하기를 바라진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측은 아직도 여전히 해고자 문제나 징계자 문제라는 카드를 쥐고 언제든 노조를 압박하고
흔들 수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이번 합의문을 통해 다 줘버린 것 같아서
답답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해고자 복직과 징계 철회 등에 대해 사측이 시간을 끌며 성실히 임하지 않을 때
우리 노조가 사측이 성실히 임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는 건가요?
오늘 조합원 총회 때 나온 말처럼 노사 상호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믿고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건가요?

1년여 가까이 야비함만 늘어가는 사측의 태도가, 합의문 이후에는 180도 변한다는 것을 믿고
지켜만 보기에는 속는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정말 이 싸움에서 이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 사악한 간부들이 자신의 사리사욕이 결국 스스로를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아니, 완전한 승리는 아니더라도
선배들이 말했던대로 '우리가 지더라도 이기는 것이다'라고..
투쟁의 마지막 종착점에선 자랑스럽게 우리 스스로를그렇게 평가하며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선배들한텐 너무나 죄송하게도 그런 맘만으로 위안하기엔 상실감이 너무나 큰 게 사실입니다.

적어도 해직자 선배들 문제만큼은 양보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에 다른 것 다 양보하더라도 그 문제만큼은 지켜지리라 생각했습니다.

우리 노조가 90% 가까운 참가율을 보이며 파업을 이끌어나갔던 원동력도
해직자 선배들을 어떻게든 복직시켜야 한다는 절실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 아니었나요?

대의원회의에서 비대위원장 말에 따르면 구본홍이 해직자 문제는 합의문에 절대 포함시킬 수 없고,
그 이유 중에 하나로 대외적으로 자신의 면이 안살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결과적으로 우리는 구본홍의 면은 제대로 지켜주고
노조가 원했던 해직자 복직과 징계 철회 등은 외면 당하고,
사측에 의해 고소당한 노조원들을 고소취하라는 소극적인 보호만을 담보 받았을 뿐입니다.


조합원 총회에서 여러 조합원들이 오늘의 이런 합의문 결과만을 보지 말고
우리 투쟁의 과정에서 노조원들간의 연대의식과 애사심 등의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자고 한 말에는
동의합니다.
1년여간의 기간 동안 노조원들 간에 정말 이런 투쟁이 아니었으면 얻지 못했을 많은 것들을
얻었으니까요

하지만, 역사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더 많이 기억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우리가 싫든 좋든 작년의 촛불집회가 있었던 비슷한 시기에 우리의 투쟁이 시작되면서
우리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응원해 주었던 촛불들..민주 시민들에게도
우리의 과정이 이렇게 훌륭했으니 결과가 불만족 스럽더라도 받아들여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그들이 우리의 운명을 대신해 줄 것도 아니니 굳이 신경쓰지말고 무시하라고 할 분도  있을 것
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지칠 때마다 그 분들의 응원을 통해 힘을 얻고,
사회 여론을 적어도 우리의 편으로 계속 이어가는데 그 분들이 기여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면,
적어도 그 분들이 느끼기에 설득이 될만한 확실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속적부심 결과 나오기 전에 서둘러 꼭 합의를 해야했던 이유,
노선배가 구속당하면 안되었던 정확한 이유,
구속당한 이후에는 더더욱 사태가 악화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의 타이밍을 놓칠 수 없었던 이유,
이것만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누구도 승복할만한 이유...


그런 이유들을 모든 조합원들이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조합원 총회에서도 여러 얘기들이 있었고, 그 중에 이유들을 골라낼 수 있겠지만,

비대위에서나 아니면 비대위 해체 후에 노조 집행부에서라도
명확한 이유들을 정리해서 성명이든 공지의 방법이든 모든 조합원들에게 전달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어느 누가 물어보더라도 불가피한 결정이었음을 설득할 수 있도록 말이죠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글을 쓴 건 이제와서 결과를 뒤집어 업고 싶어서는 절대 아닙니다.
비대위 선배들의 고생과 고민들을 오히려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오히려 후배로서 선배들이
너무 무거운 총대를 매도록 등떠민 것은 아닌지 송구스럽기만 하면서도 가시지 않는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표현해 보고자 하는 것이니까 선배들 보시기에 어린 후배의 짧은 생각에
기분 상하시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내일부터의 새로운 출발을 생각해보면,

노조원들간에 서로 붇돋아주고 위로하고 다시 힘을 내서 동력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하는
생각과 함께 그동안 노조를 비웃고 어떻게든 노조를 와해시키려던 세력들이 오늘 합의문의 결과를
보고 얼마나 썩소를 날리며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오판할지..그 생각이 드는 것이 마음 아픕니다.
(특히나 그러길래 왜 그 때 박경석 안을 안받았냐면서 그 때 받았으면 이렇게까진 아니지라고 할
인간들 생각에 울분을 참기 힘듭니다,)


그래서..

이미 합의한 합의문은 성실히 따르더라도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은 부분은
조금도 양보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많은 것들이 생각나지 않지만..
다른 노조원분들도 소극적인 투쟁이 되더라도 우리 노조의 굳건한 의지 자체가 흔들린 것은
아니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전 우선 제 옷에 매일 붙어 다니는 낙하산 반대 뺏지 만큼은 절대 떼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제 앞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복도에서, 화장실에서 구본홍을 비롯한 간부들을 만나도
대놓고 적대행위를 할 수 없을 테니 적어도 이 낙하산 반대 뺏지를 통해서 제 의지만큼은
변함이 없음을 보여줄 생각입니다.

너무나 소극적인 투쟁의 방법이긴 하지만, 그동안 1년여간 우리가 지내온 공간 곳곳에 붙어있던
게시물이나 현수막이 떼어지는데서 오는 상실감을 조금이라도 매꿀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일은 노선배를 볼 수 있겠군요
노선배가 다시 돌아오면 새로운 국면의 투쟁 방향 또한 뚜렷하게 제시해 줄 것으로 믿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노선배의 결정이 항상 옳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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