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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게시판

YTN마니아는 항상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마지막으로 남깁니다.

quest | 2009.04.12 | 조회 1752
공채 9기 김석순입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지난 목요일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바로 수리돼 회사를 떠났습니다. 

사직서를 낸 지 몇 시간도 안 돼 메일센터의 아이디로는 접속할 수 없더군요.
만 4년 3개월 다닌 회사에서 나왔다는 게 아직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저도 모르게 울컥 하더군요.

이제는 퇴직으로 노조원의 신분도 당연 상실했으니, 이제 이 게시판에 더 이상 글은 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남기고 가려 합니다. 

먼저 하고 싶은 말은 답답함입니다.
두 번째로 하고 싶은 말은 섭섭함입니다.
세 번째로 하고 싶은 말은 분노입니다.

제가 잘못이 있다면,
대학원에 간 죄밖에 없습니다.

제가 부정하게 인사청탁을 했다고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더군요. 누가 그런 소문을 퍼뜨렸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을 알고 싶으시면 제가 속해있던 뉴스4팀의 팀장인 정종석 선배에게 직접 물어보십시오.
대학원에 가고 싶다고 직속 팀장에게 이야기 한 것도 죄라면, 죄라고 하십시오.

네, 야근 희망한 것 사실입니다. 과거에 선배들도 그렇게 대학원을 다녔다는 얘기 들었습니다.
그래서 팀장한테 말씀드렸습니다. 길게는 못하겠지만 당분간 야근 들어가고 싶다고. 

그게 전부입니다.

제가 뭘 잘못했나요?

저 야근할 때, 저에 대해서 너무나 많은 뒷말들이 있었고 인신공격이 있었기에,
야근 남고 싶다고 제대로 말도 못했습니다. 말 했다가는 "저 자식이 또 청탁한다" 는 말이 나올까봐.
그 결과가 이렇게 됐습니다. 이제 속이 시원하신가요?

그리고, 제가 변호사 자격 취득을 위해 회사를 이용해 먹으려고 했다는 얘기도 들리더군요.
변호사 따면 회사 나갈 놈이라고, 제 앞에서는 이야기 못하고 뒤에서 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전 기자란 직업을 관 둘 생각이 없었습니다.
저는 기자를 관 두고 전업 변호사를 하기 위해 로스쿨에 진학한 게 아닙니다. 
계속 일선에서 기자로서 전문성을 살릴 생각이었습니다.
어차피 변호사도 특별한 전문성 없이는 로펌 취직은 고사하고 개업도 힘든 세상이란 것,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제가 뭘 잘못했나요?

결국은, 제가 아침 집회에 나오지 않았던 게 죄이고,
회사가 어려운 데 공부하겠답시고 대학원 간 게 죄라면 죄겠지요.

마지막으로 가는 마당인데, 이 말은 남기고 가도록 하죠.
제가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는 노조위원장에게 물어보십시오.
제 입으로는, 그동안도 말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제 입으로 말하는 게 치사하고 구차해서 말하지 않겠습니다.

저 솔직히 이 회사 다닐 동안 그렇게 욕먹을 만큼 살지는 않았습니다.
작년 한해도,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가 어렵고, 사람들이 마음에 여유가 없는 것, 압니다.
그런데 왜 그 희생양이 제가 돼야 하는 거죠?
왜 제가, 부당하게 욕을 먹어야 하고 미움을 받아야 하는 거죠?

왜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에게 분노를 투사합니까? 제가 왜 화풀이의 대상이 돼야 하나요?

이 회사 들어와서, 그래도 꾀 안 부리고 잔 머리 안 굴리고, 일했습니다.
저라는 사람을 아는 분들은, 무슨 말인지 아시리라 믿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회사 들어와서, 선배들만 믿고 일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선배로부터도 버림받았고 동기들로부터도 버림받았고 후배들로부터도 버림받았으며
회사로부터도 버림받았습니다.

저는 황우석 사태 때,  회사 생활 시작한 지 고작 만 1년도 안 되었을 때에, 이미 한 번 버림받았습니다.
회사는 미쳐 날뛰고 있는데 그당시 누구도, 그 어느 선배들도 저희를 도와 주는 사람이 없더군요.
회사를 그만두려는 동기를 붙잡으며, 혼자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모두로부터 저주와 질시를 당하면서, 다시 한 번 버림받게 되는군요. 
전 아직도 제가 왜 이렇게 미움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왜 그런지 납득이 가게 설명할 수 있으신가요?
아니, 그저 제가 싫으신가요? 왜죠? 제가 평소에도 미움을 받을 만한 사람이었나요?
아니면 이번 사태가 여러분을 그렇게 만든 것인가요?
제가 사측인사인가요?
사측인사는 아닌데 그 놈도 사측 인사에게 청탁했다 하니 똑같이 나쁜 놈이라고 생각이 돼서
미워하시는 건가요?

솔직히 죽어도 자진 사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회사에다가는 차라리 자르라고 했습니다.
회사에서는 사직서 제출을 계속 권유했지만 저는 버텼습니다. 차라리 자르라고. 난 내 손으로 사표 못 쓰겠다.
근데 얼마 전에 마음이 바뀌더군요. 내가 잘린 들 선후배 동기들 중에 누가 눈 하나 깜짝할까.
저 자식 잘 나갔다. 그런 소리밖에 못 들을 것 같더군요.

그래서 사표 썼습니다. 울음을 삼키며 썼습니다. 어차피 실익이 없는 것, 깨끗하게 관두자.

그만 두고 나서는 아무 생각이 안 나더군요. 아직 실감이 안 나는지, 아니면 스스로 억누르고 있는 것인지,

저로서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떠납니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쓴 이 글에도 누군가 악플을 달 지도 모르겠군요.
말은 자유입니다만,
이제는 회사를 떠나는 마당에,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학교에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거든,
학교로 오시기 바랍니다.
icoComment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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