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방송을 위한 국토순례 닷새째...
낯선 곳을 걸어가면서 후회가 들기도 했습니다.
목적지까지 가는 구체적인 코스를 미리 살펴보고,
걸어가는 중간중간 동료들의 체력 상태와 함께 현재 위치와 목적지까지 남은 거리를 계산해
행진 속도와 휴식 시간 등을 판단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특히 순례단이 찾아갈 장소의 관계자들이나
응원하러 오시는 시민들과 만나기로 약속이 돼 있는 경우에는
목적지까지 약속 시각에 도착하기 위해 끊임없이 시간과 속도를 계산해야 합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워낙 잘 돼 있어 길을 가면서도 스마트폰으로
진로 방향, 현재 위치, 남은 거리, 예상 시간 등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스마트폰이 없습니다ㅠ.ㅠ
몇 시까지 어느 장소에 가야 한다는 목표는 있는데
계산의 근거인 현재 위치와 남은 거리를 모른다는 것입니다ㅠ.ㅠ
행진 도중 정말 급할 때는 동료들에게 스마트폰 검색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하지만,
다들 영상을 찍거나 국토순례 상황을 전파하느라 바빠서 부탁하기 미안해집니다ㅠ.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미리미리 최대한 확인해서 수첩에 적어놓고 길을 나서는 것입니다.
밤에 숙소에서 컴퓨터로 인터넷을 검색해
다음날 걸어갈 코스와 중간중간 2~3km마다 주요 지점까지의 거리를 일일이 적어놓습니다.
그러면 수첩을 보고 어떻게든 시간에 맞게 목적지를 찾아가게 됩니다ㅎㅎ
그런데 문제는...
저녁 먹고 다음날 일정 회의를 하고 나서 빨래와 샤워까지 하고 나면
자정이 거의 다 돼 잠잘 시간이 빠듯한데
코스와 구간 거리를 검색하고 수첩에 정리하는데 매일 1시간 이상 걸린다는 것입니다ㅠ.ㅠ
(그래도 영상 올리고 편집하고 글 쓰느라 저보다 더 늦게 자는 동료들보다는
제가 일이 훨씬 더 적습니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처럼
'스마트폰만 있다면 이런 고생은 할 필요가 없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께는 수첩에 적어놓은 갈림길 표지판을 놓치는 바람에
순례단 전체가 40분 이상 엉뚱한 길을 가다 되돌아오기도 했습니다ㅠ.ㅠ
휴대폰 매장에 '3주 가량 스마트폰을 임대할 수 있느냐'고 문의했지만
그렇게 빌려주지는 않는다는 답변이었습니다ㅠ.ㅠ
그렇다고 이제 와서 어떡하겠습니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듯이..
앞으로 남은 기간 더 열심히 수첩에 옮겨적어야죠ㅎㅎ
사실 제가 스마트폰으로 안 바꾸는 이유는
YTN과 이어진 끈을 조금이라도 놓지 않겠다는 저 스스로의 오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 핸드폰 번호는 '011-214-13xx' 입니다.
바로 YTN 초기에 회사가 지급해준 휴대폰 번호입니다.
이 번호는 제가 YTN 창립멤버로서, YTN과 처음부터 늘 함께 했다는 분명한 증거입니다.
예전에 스마트폰으로 바꿀까 해서 대리점에 문의했더니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려면 앞번호를 '010'으로 바꿔야 한다고 해서 그냥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복직하기 전에는, 오기로라도 '011-214-13xx' 번호를 고수하렵니다.
그리고 YTN에 다시 돌아가는 날, 가장 먼저 제 핸드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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