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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어떻게 할까요 ?

김종욱 | 2013.11.08 | 조회 1426
오랫만에 '광장'에 개인 글 올립니다.

 석 달 전 국제부로 복귀하면서 '토픽' 프로그램 담당 PD를 맡았습니다.

 그 전에 인력 부족으로 방송 중단됐다가 숨통이 다소 트이자 부활했습니다.

 이렇게 내보냈다 멈췄다 다시 내보냈다 하는 프로그램이라면 가치가 없다는 것인데, 굳이 방송 재개할 필요가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돌아온 답은 "시청률이 잘 나온다"였고, 나쁜 머리지만 나름 방송 만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11일자 사원 인사 발령에 따라 다음 주말을 마지막으로 석 달 만에 다시 문을 닫게 됐습니다.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입니다.

 한때 YTN '간판'이었고 사지로 추락했다가 겨우 다시 숨쉬기 시작한 '돌발영상'.

 그런데 담당 PD는 이번에 편집부로 발령났습니다.

 돌발영상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 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 인사 단행에 따라 제가 잘 모르는, 이와 비슷한 상황이 사내 다른 곳에서도 벌어졌겠죠.

 근무 상황이 더 열악해져 '기본 수준'의 취재나 제작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곳들도 있습니다.

 근무표 수정이다 뭐다 해서 박박 긁어다 또 쥐어짜고 있습니다.

 

 보강된 편집부 상황은 어떨까요 ?

 장시간 뉴스 진행하고 경쟁력을 높이라며 책임맡긴 PD들에게 정작 왜 그래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그저 "회사 방침"이라는 답변,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굳이 내부 논의를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책임과 의무를 왕창 부여한다면 그에 따른 충분한 독립성과 재량권을 줄 지도 참 의문스럽습니다.

 

 경쟁력 추락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이에 따른 납득할 지향점 제시가 있다면야, 백보 양보해 일시 불편함이나 프로그램 재조정 당연히 감내해야죠.

 혹여 있을지 모를, 엉뚱한 일에 관심 갖는 사람들 말고야 YTN 가족 중 그 누가 반대하고 뒷짐지겠습니까 ?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청률 잘 나오는" 프로그램이라고 다시 만들었다가 "시청률 높여야 한다"며 다시 없애는 어이없는 상황이 우리의 현실을 상징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장성을 강화"하자면서 정작 현장 취재 시스템은 갈수록 허덕이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처럼 논리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건 차치한다 해도, 경쟁력 추락 해법이 본질을 한참 비켜 가고 있다는 걱정이 조직을 뒤덮고 있습니다.

 "잘 해 보려고 새로운 것 시도하는 건데 왜 그러냐"라고 하실 분도 있을 줄 압니다.

 핵심은 두 가지라고 봅니다.

 첫째, 새로운 시도 좋습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조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갖춰야 제대로 시도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여러 '시도'를 보면, '타사가 이렇게 하는데 우리도 이렇게 해보자' 식의 단기적인 '그때그때 달라요'식이 대부분이었고 그 결과는 우리가 지금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계속 가기에는 YTN은 너무 커져 버렸고, 동네 슈퍼가 아닙니다.

 과연 24시간 뉴스 채널 YTN이 갖고 있는 일관된, 흔들림없는 중심 콘셉트는 무엇인가요?

 둘째, 경쟁력 회복의 길이 과연 '편집 강화'냐는 것입니다.

(편집부 근무하시는 분들이 제 글을 보신다면, 취지에 대해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총체적 문제이니까요...)

 인원 보강하고 두 시간 짜리 뉴스 만들고, 매거진화하고 시각대 달리 하고, 이렇게 저렇게 보여주면 달라질까요 ?

 강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그것을 적극 지원해주는 역량이 지속되고서야, 표출해내는 방식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시도가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릇을 이렇게 저렇게 바꾼다고 해서, 맛없는 음식이 갑자기 맛깔쓰러워지지 않습니다.

 24시간 뉴스를 만든다는 회사에서, 파장이 큰 뉴스를 애써 외면하거나 사라지게 하고, 따끈따끈한 아이템을 엉뚱한 이들의 출연으로 찬물 끼얹고, 이미 예고된 주요 생중계 연결을 결정권자가 제대로 판단 못해 놓쳐도 책임지는 이 한 명 없고, 소신을 말하면 전후 사정 없이 징계하고, '민감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시도조차 못하게 하고, 좋은 아이템 생산에 대한 의욕과 애정을 냉소로 바뀌게 하고….

 힘은 힘대로 들고 열매는 없습니다.

 과연 이런 진실과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걸까요, 알면서 계속 무시하는 걸까요?

 시청자와의 약속은 커녕 내부 소통과 이해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힘있는 무엇을 지향할 수 있을까요?

 누구 단 한 분이라도 설득력있게, 책임감있게 설명하고 제시할 수 없습니까?

 

 그 동안 이런 문제들에 대해 현업 현장에서 혹은 다른 루트로 여러 사람의 수없이 많은 문제 제기가 있어 왔고, 의견 수렴한다 해서 저도 사원의 한 명으로 가능한 통로로 의견 개진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다들 허탈해하고 힘들어하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만 커져 가는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어 답답한 마음에 몇 자 적습니다.

 19년을 이 회사를 다녔는데, 제가 능력이 한참 모자라는 인간이긴 하지만, 진실과 사실을 애써 비켜 가는 곳에는 어떠한 전망도 설 수 없다는, 제가 어린 시절 배웠던 진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또렷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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