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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도 원칙도 없었던 교황 방한 방송 계획

또우너 | 2014.08.18 | 조회 1283

그룹웨어 광장에도 올린 글입니다.


아래 글은 기본적으로 사실에 기초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워딩이나 대화 순서는

실제와 100%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편집부 상황이 어땠는지 분위기만 보시라고 올립니다.

 

#1. 교황 방한 D-2

 

"교황 방한 일정과 시간대가 나왔네. 여기 나눠줄 테니 참고하세요."

 

"선배, 어떤 행사의 어느 부분을 얼만큼 생중계 할 건지,

생중계 안 하는 건 중계차에서 송출되는 녹화그림 어떻게 소화할 건지, 이런 건 없나요?

이렇게 러프하게 짜놨다간 우왕좌왕 할 것 같은데요."

 

"곧 정해줄 테니 기다려봅시다."

 

"이러고 있다 종편에서 그림 나가는 거 보고 '왜 그림 안 내냐'고 전화 오는 거 아니에요?ㅋㅋㅋ"

 

"일단 기다려보고, 그리고 교황 방한 기간 동안 1명씩 추가로 더 나와서 근무해야 할 것 같네?"

 

"아니, 교황 행사를 이 부분을 이렇게 방송할 텐데

 그러려면 몇 명이 필요하니까 나와라, 이래야 정상적인 프로세스지.

 교황 오는데 큰 행사니까 무조건 1명씩 나와라, 이런 게 어딨어요?"

 

"2명 나오라는 걸 1명으로 줄인 거야."

 

"방송 진행을 할 것도 아니고, 무슨 일 하는 건데요?"

 

"여러 가지 서포트를 하는 거지."

 

"몇 시에 나와서 몇 시에 들어가는데요?"

 

"글쎄. 그것도 있다가 정합시다."

 


#2. 교황 방한 첫째날, 오후 4시

 

"송출 그림 어떻게 처리할지 저희 아직도 안 정해진 건가요?"

 

"일단 이대로 갑시다."

...

"선배, 청와대 공식 환영식 그림 들어오는 모양인데요?"


"뉴스와이 들어갔고요, 채널A도 틀고 있네요."


"소스는 IP-5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이 때 전화벨이 울린다)

 

"네? 종편은 환영식 그림 나가는데 저희는 왜 안 내냐고요?"

 


#3. 교황 방한 둘째날, 오후 6시

 

(교황 참석 아시아청년대회 중계 때문에 2시간 터서 가는 중. 전화벨이 울린다.)

"편집부입니다. 네? 교황 블록 너무 길게 가지 말라고요?

교황 때문에 터서 가는데요? 네? 어제 정했잖아요. 하여튼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는다.)

 

"PD, 교황 관련 출연 이제 줄입시다. 너무 길게 가지 말랍니다."

 

"교황 연설 시작하는데요. 어떡할까요?"

 

"얼른 들어가서 짧게 처리하고 나옵시다."

 

(Live) "예수님의 영광이 우리 가운데 계심을...성령 안에 계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Cut)

 

(대부분의 언론은 이날 행사 제목을 "폭력과 편견을 거부하라"로 뽑았다.

 이 내용은 연설문 중반, 4번째 단락에 있었다.

 연설문에서 카톨릭 신자가 아닌 일반인에게 와닿을만한 내용은

 4, 5번째 단락에 몰려있었다.)

 


#4. 교황 방한 셋째날, 오전

 

"오늘 추가 지원근무 누구지? 시복식 생중계 문발 좀 정리해볼래?"

"문화부에서 다 정리해서 넘겨줬는데요?"

"그걸 갖고, 화면에 맞게 다시 정리해봐."

(시복미사 관련 일정이 진행된 오전에는 원래 방송 진행이 없는 지원 근무 PD 1명이 있음.)


#5. 교황 방한 넷째날, 오전

 

"저 오늘 교황 지원근무인데요, 뭐 할까요?"

 

"오전에는 생중계가 없네? 앵커리포트나 써볼래?"

 

"네... 그런데 사회부에서 그래픽 3판 만들어서 기사가 올라왔는데요?"

 

"그래? 그럼 놔두자."

 

(그렇게 8시간여가 흐른다.)

 

"너 근무시간 어떻게 전달받았니?"

 

"9시 출근, 5시 퇴근이요."

 

"그래..그런데 교황 강론이 5시부터 시작이니까 그것만 좀 처리하고 가자. 문발 좀 봐줘."

 

"네? 그럼 전 9시에 왜 나온 건가요. ㅜㅜ"

(물론 강론 문발도 문화부에서 다 올려줬음.)

 


#. 에필로그

 

편집부 분위기는 대충 이랬습니다.
취재부서는 어땠나요?
그런데 이건 시작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추석 연휴 뉴스를 늘린답니다.
그래서 편집부 추가 근무가 또 필요하답니다.

 

지금 휴일편성에서 9, 12, 19, 20, 21시 빼고는
전부 다 50분짜리 뉴스입니다.
여기서 뉴스를 어떻게 더 늘리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늘린다고 치죠.
그 시간 맡은 PD가 더 진행하면 되는 거지,
무슨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걸까요?
추석 때 무슨 북한 핵실험이라도 한답니까?

 

일하기 싫어서 이러는 게 아닙니다.
전 어차피 추석 연휴 이틀 근무합니다.
일을 할 때 하더라도, 보람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의미도 없는 '삽질' 말고요.

누가 제발 좀 저를 납득시켜 주십시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갑니다.

icoComment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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