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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차려진 밥상도 못 먹는 회사가 됐습니까?

또우너 | 2014.07.04 | 조회 1311

글을 쓸까 말까 망설였습니다.
국회팀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저도 해봐서 잘 알기 때문이고,
너는 편집부 일 얼마나 똑바로 하고 있냐는 반문이 두려워서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결국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은
어제 오늘 방송을 보며 너무나도 참담했기 때문입니다.


어제 세월호 침몰 당일 해경 녹취록과 음성파일이 공개됐습니다.
해경과 청와대의 핫라인을 비롯해 각종 상황실, 화상전화 등 무려 11개나 됐습니다.

누가 보도자료를 내거나 기자회견을 하지 않더라도,
저 녹취록 11개를 시간대별로 맞춰서 종합 정리하면
세월호 침몰 당일 해경이, 정부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매우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이건 국회의 국정조사 진행 상황과는 별도로 얼마든지 다룰 수 있습니다.


실제로 타사들은 그렇게 했습니다.
녹취 내용을 중심으로 해서
KBS 2꼭지, SBS 2꼭지
MBN 2꼭지, 뉴스와이 1꼭지,
심지어 jtbc는 9꼭지를 퍼부었습니다.


타사가 그렇게 침몰 당일 상황을 재구성하는 동안
1꼭지 뿐인 저희 리포트의 제목은 '파행으로 얼룩진 세월호 국정조사'였고,
김광진 의원의 왜곡발언 논란이 기사의 반을 채웠습니다.
이런 톤으로 기사를 낸 곳은 MBC뿐입니다.
아, 아예 녹취 내용을 다루지 않은 곳도 있긴 합니다. tv조선과 채널a.


물론 국회팀 바쁜 거, 누구 못지 않게 저도 잘 압니다.
가뜩이나 적군들보다 적은 인원,
그나마 1명은 하루 종일 중계 타느라 아무 것도 못 하지요,
국조 챙기고, 전당대회 챙기고, 재보선 공천 챙기고,
하루 종일 여기 저기서 벌어지는 회의며 세미나며 챙겨야 하고
거기에 야근자, 야퇴자라도 있으면
정말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다녀도 앉아서 단신 하나 쓸 시간조차 없을 때가 태반이죠.


그리고 이게 무슨 외부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압니다.
그런데요, 그래서 더욱 슬픕니다.
차라리 외압 때문이면 좋겠습니다.
그건 내부 시스템 자체는 작동하고 있다는 거니까요.


음성파일이 공개된 게 아침 7시입니다.
한두 명만 달라붙었으면 남들보다 훨씬 일찍, 훨씬 알차게
그 날 해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자체 판단에 따라 일부러 안 한 걸까요?
다음날 녹취구성도, 앵커리포트도 올라온 걸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몰랐다는 얘기밖에 안 됩니다.


왜 현장 기자들은 고생은 고생대로 죽도록 하는데
결과물은 안 나오고, 한 번에 끝낼 일 두 번 하게 될까요?
위에서 갈래만 터줬어도 벌어지지 않았을 일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를 저으면 뭐합니까? 선장이 키를 엉뚱하게 잡고 있는데...


저는 오늘 타사 모니터하면서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보도국 회의 참석자 중에 부끄러웠던 사람이 있었을까요?
있었다면,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논의가 됐을까요?
논의가 됐다면, 이제부터는 달라질 수 있을까요?


저는 슬픕니다. 정말 슬픕니다.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너무 너무 슬픕니다.

저희 회사가 어쩌다 이렇게 됐습니까?

저는 어쩌다 이렇게 체념이 일상화된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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