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호입니다.
오늘 대법원 판결을 보고
사측이 해직자들에게 반성문을 요구했던게 떠오릅니다.
그 반성문 제가 쓰겠습니다.
복직하기 위해 가식적으로 쓰는 반성문이 아니라
진정으로 반성하고 참회해서 쓰는 반성문입니다.
제가 많이 어리석고 순진했습니다.
대선캠프 특보 출신이 언론사 사장이 돼서는 안된다고 하면
사장 임명 철회할 줄 알았습니다.
제가 어리석고 순진했습니다.
평소 후배들에게 참된 언론인의 자세를 강조하던 선배들이
후배들이 싸우기 시작하면 힘을 실어줄 줄 알았습니다.
제가 어리석고 순진했습니다.
후배들의 노력에 힘을 실어주지는 못해도
최소한 후배들의 목을 자르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어리석고 순진했습니다.
언론의 공정성을 외치는 후배들의 주장에 박수는 못 칠지언정
최소한 매도는 하지 않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제가 어리석고 순진했습니다.
권력이 언론을 장악하려 할 때
정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는 이를 막아줄 줄 알았습니다.
제가 어리석고 순진했습니다.
저의 이같은 어리석음을 뼈저리게 반성하면서
배석규 사장님과 김백 상무님을 비롯한 경영진,
예전부터 '세상 물정 모른다'며 제 어리석음을 깨우쳐주려 하셨던 떡봉이 선배님들,
그리고 오늘 판결을 내려주신 대법관님들께
제 진심을 담아서 이 한마디 꼭 드리고 싶습니다.
"좆 까"
(제가 육두문자는 잘 안 쓰는데, 지금 상황에서 이 두 글자가 가장 효율적인 표현 같습니다)
제가 비록 어리석고 순진하지만
그래도 당신들처럼 양심을 저버리고 권력에 야합하지는 않은 채로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어리석고 순진하다는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당신들처럼 그렇게 비겁하게 살지는 않을 것입니다.
시간을 6년 전으로 되돌린다 해도
함께 싸웠던 이런 동료들이 계속 옆에 있다면
똑같은 선택을 할 것입니다.
당신들이 중시하는 권력의 의중이나 개인 신상의 유불리가 아니라
저와 제 동료들이 공유하고 있는 건전한 상식에 따라 행동할 것입니다.
정말이지 제 어리석음과 순진함 통렬하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한 반성이지 않나요?
혹시라도 '이게 무슨 반성문이냐? 다시 써라'고 말씀하신다면
거듭 외쳐드립니다.
"좆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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