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떠나십시오!
등기 이사 임기가 얼마 안 남았습니다. 3월 20일인가요? YTN에도 이제 봄날이 오는가 봅니다.
미련이 남으시지요. 그렇지만 아무리 원해도 되지 않는게 있습니다. 3년 전 임명될 때 당신에게
우호적이었던 정치적인 환경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하물며 조직원 90% 가까이가 당신이 YTN에 계속 남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야 더 머뭇거릴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YTN도 이제는 사장다운 사장을 만날 때가 됐습니다.
YTN은 더 이상, 잠깐이라도 마주치면 우두망찰(정신이 얼떨떨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해
외면하게 되는 그런 사장을 원하지 않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라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격려받으면 힘이 나는 그런 사장을 원합니다.
시각이 다르더라도, 소신이 다르더라도, 사원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장을 바랍니다.
당신은 지난 3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고 느끼실 겁니다. 하지만 동료 6명이 풍찬노숙하는 것을 지켜본
YTN 사우들에겐 너무도 긴 시간이었습니다.
YTN은 너무나 고단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눈물만 흐릅니다.
YTN 사우들에게 배석규 사장 재임 3년은 창사 이래 가장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100만 명이 시청했다는 뉴스타파 보셨나요? 변변한 장비도 없이 해직된 선배들을 중심으로 만든 뉴스가
큰 환호를 받고 있습니다. 왜 그들이 YTN 밖에서 뛰어야 하나요?
누가 그들이 돌아오는 것을 막고 있습니까? 이제 길에서 비켜주시고 저희에게 맡겨 주십시오. YTN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아직 하실 일이 남아 있긴 합니다. 경영기획실에 즉시 사장 선임에 대한 세부 일정과 계획을 공지하고
투명하게 이행할 것을 지시하세요. 이사회와 대주주들에게 하루빨리 훌륭한 새 사장을 임명해 달라고
요구하세요.
YTN 선장으로서의 권위가 철저히 무너졌음을 사실대로 밝히세요. 그리고 당신이 좋아하는 표현대로
YTN을 하나로 모으고 영원한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새 사장을 찾아달라고 부탁하십시오.
당신은 YTN 이름으로 낸 성명을 통해 비대위와 노조에 '도를 넘은 경영 관여 중단을 촉구' 했습니다.
하지만 배석규 사장에 대해 YTN 내부에서 일고 있는 거대한 불신임의 파도는 더 이상 경영 관여도
부당한 간섭도 아닙니다. 사원 대다수의 '정당한 요구'일 뿐입니다.
2012년, 지금의 함성은 당신이 3년 동안 만들어낸 현실입니다.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만시지탄이지만 이제 임기를 마쳤으니 마지막 남은 소임을 다하고 물러나는 것이 최선입니다.
40일 남았습니다. 이제 그만 물러나십시오. 모쪼록 어디 가시든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