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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게시판

YTN마니아는 항상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이대로 그냥 침묵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언아그듣 | 2015.02.25 | 조회 1114

2005YTN에 입사해 10년이 흘렀습니다.

지난 10년의 시간이 제게 어떤 의미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일기장을 뒤적여봤습니다.

함께 되새김질해보고자 몇 개 옮겨 적어봅니다.

2005.01.20

오랫동안 꿈꾸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마음에 많이 설레기도 하고,

기자라는 직함에 따른 무거운 책임감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무엇보다 힘든 직업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보람이 크리라는 기대도 가지고 있습니다...

기자는 역사의 초고를 쓰는 사람이다.’라는 말처럼

아무도 가지 않은 새하얀 눈길을 걸어 길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으로,

매순간 열심히 고민하고 열심히 세상 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알아가겠습니다.

이름 석자보다 기자라는 직함이 부끄럽지 않은, 그런 기자가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입사소감 및 앞으로의 포부' YTN 기자 9기 전준형...

 

2005.01.29

하루하루 접하는 신세계의 요지경 속에서 허겁지겁 소화시키기에도 바쁘고 벅차다.

본격적으로 수습생활이 시작되면 더 하겠지...

처음 시도해보는 마라톤의 시작점에서 총성을 기다리는 기분...

어느정도의 자기체면이 필요하다...

 

천박한 자본논리와 가벼운 농담에 파묻혀 몽롱해 가는 세상.

겨울 새벽 차가운 쇳덩이를 만질 때의 섬뜩함과 같은 기사를 쓰고 싶다

-한국일보 66기 어느 견습기자의 말에서...

 

2005.06.17

현상의 바다에서 본질을 찾아헤매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자라는 직업이 흥미로운건 분명하다.

다만 내 능력과 자질에 대한 회의가 끊임없이 찾아드는게 힘들뿐

'심연을 탐사하는 고래의 눈'을 가지고싶다...

 

2005.10.19

도도한 혁신의 물결이 회사를 압도하다.

치열한 선배들 덕분에 생활은 점점 기자의 로망에 가까워지지만...

술 취해 밤새 바둥거리며 만들어낸 리포트가 또 엉망이다.

역시나 역량부족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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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몫이라도 제대로 해내기 위해,

밥값이라도 하는 기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발버둥치던 즈음

대통령 선거운동을 하던 낙하산 사장이 들이닥쳤고,

제 삶도, YTN도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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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3

그닥 두려움이나 긴장감이 느껴지진 않는다.

삶이란 자신을 망치는 것과 싸우는 것.

그리고 이 싸움은 분명 이겨야 하는,

이길수 있는 싸움이다.

 

2008.07.18

"내가 존경한 선배 맞습니까? 이게 뭐냐고후배들에게 칼을 꽂아도 되는 겁니까?

도대체 무슨 영화를 보려고 이러는 겁니까? 뭐하겠다는 겁니까?

선배, 선배한테 배우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럴 수 있어요? 구본홍은 그렇다치고 너무 실망했습니다.

저는 그게 가장 슬퍼요 선배가 후배들에게 이럴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가슴이 찢어 집니다.

아무리 자리가 있고 하수인이 될 수밖에 없어도 용역 불러놓고 외압적으로 할 수 있습니까?

후배들은 무섭지 않고 구본홍만 무섭습니까?

이게 우리가 10년 동안 가꿔온 우정이고 동지애입니까?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우리가 왜 이러는지 아시잖아요.

방송 잘해보자고 뉴스 잘해보자고 했던 게 이런 겁니까? 제 젊음을 다 바쳤습니다.

스물여덟에 들어와 이제 마흔입니다. 선배들 하는 거 보고자란 우립니다.

저는 그것이 가장 분통합니다."

 

눈물 흘리는 선배를 본 날

고개 숙이는 선배를 본 날

피가 거꾸로 솟고, 울컥한 가슴을 억누르기 힘들지만

그만큼 더 냉정하게... 우직하고 치열하게...

 

2008.09.19

노신을 읽어도 만델라를 읽어도 절대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들처럼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세울만한 명석한 두뇌도

치욕적인 고독을 감내하며 수많은 적들과 싸울 심지도 내겐 없다.

차마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치앞을 내다볼 혜안도 없이 그저 부르짖어대는 내 몸부림과

'정권의 억압'에 맞짱뜨는 참언론을 기대하며

밤마다 회사앞을 가득 매우는 '민주시민들의 응원'들 사이에 존재하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이 현실적인 간극은

정말...나를...미치게 한다...

 

2008.10.08

그렇게 올곧고 정의롭던 선배가

"왜 내가 해고당해야 하는 겁니까?"라며 울부짖는 모습을 보며

또다시 억장이 무너졌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눈물이 울컥 솟지만

차마 나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어 이를 악문다.

 

버거운 고민과 눈물로 힘겹던 대학시절도

지금 돌아보면 마냥 아름답게 기억되는데,

마흔이 된 뒤 오늘도 그렇게 웃으며 돌아볼 수 있을지...

 

부자되게 해준다는 허무맹랑한 감언이설 한마디에 눈이 멀어

이 괴물같은 정권에게 절대권력의 칼을 쥐어준

이기적이고 탐욕스런 동시대인들이 저주스럽다.

 

2008.10.22

다른 방송사가 아닌 ...

YTN 기자라는 게 참 다행스럽다.

 

적어도 '언론독립'이라든가 '공정방송' 따위를 위해

부끄럽지 않게 한판 싸워보았노라고

그때만큼은 정말 치열했노라고

거리낌없이 얘기할수 있을만한 경험을 얻게 됐으니...

 

하지만 이 따위 기분좋은 감상이나 위안은 다 제껴두고라도

나와 내 주변사람들의 상처와 증오가 곪아터지기 전에

이 싸움을 꼭 이겨야 한다는 가슴시린 절박함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09.03.20

파업 돌입!

흩어지면 정말 죽는다...

상식이 통하는 조직이 되도록,

누구도 버리지 않고 함께 갈 수 있도록,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2009.03.24

이 땅에 민주주의라는 건, 상식이라는 건 애당초 없었다.

만약 있었다면 내가 모르는 어느새 죽어버린 게 분명하다.

 

더러운 '권력'을 움켜진 저들은 파국의 길만 부추길 뿐

갈등을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

 

이제 모든 기대를 접고, 바른 생각과 굳은 의지에만 집중하자.

 

사랑하는 이들을 살리기 위해 거대한 '불의'에 맞서는 일이라면,

밥그릇 뿐 아니라 더한 것도 걸 만 하지 않은가...

 

2009.08.11

더러운 욕망에 눈이 먼 권력의 피비린내 나는 칼춤이 질펀하게 펼쳐진다.

상식이나 이성 따위의 단어가 파고들 틈이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분노, 좌절, 두려움, 울분 등의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이 솟구쳐

하루에도 몇번씩 숨이 턱턱 막혀온다.

 

남루해지더라도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지

스스로를 배신하는 비굴한 생각을 단호하게 거부할 수 있을지...

 

2010.06.17

월급쟁이 30대가 되어 겪게되는 권력의 힘이라거나 현실의 벽이라는 건

꿈많은 20대 때의 그것보다 훨씬 지저분하고 유치하다.

하지만 막상 그것과 맞부딪쳤을 때 엄습하는 압박과 좌절감은

너무나 뻔하고 구체적이어서 견디기 힘든 무기력함을 맛보게 한다.

 

그저 시대를 탓하며 하루하루 일상을 버텨내는 도시인이 되긴 싫은데,

어느새 머리 깊숙한 곳엔 안락한 생존을 위한 자기검열의 본능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내 삶에 허락되는 시대가 어떤 모습이든

의미도 감동도 느낄 수 없는 시덥잖은 일상에

길지않은 인생을 허비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현실감없는 몽매한 열정과 시덥지않은 나약한 의지 사이의 간극은

또한번 나에게 감당하기 힘든 선택을 강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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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을 보니 YTN에서 지나온 세월들이 보였습니다.

 

희망과 열정, 소통이 꿈틀댔던 처음 3...

 

돌발영상의 인기, CI팀의 뉴스 혁신, DMB 라디오 진출, 흑자 전환, 퇴근길마다 이어지는 술자리, 서로 떠들어대는 자기 자랑...

 

그리고 갈등과 반목, 침묵으로 빠져든 이후의 7...

 

낙하산 사장과 파업, 선배 6명의 해직, 징계와 인사발령, 돌발영상 폐지, 보도국장 추천제 폐지,

비판 기사 삭제, 울분과 증오, 좌절, 무기력, 소통의 단절, 시청률 하락과 경영 적자...

 

 

아직도 해직 선배 3명은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돌발영상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지 오래 됐습니다.

권력에 대한 비판 기사는 잘려나가거나 아예 취재조차 하지 않습니다.

 

냉소와 무기력이 팽배한 YTN.

무시하던 종편과 풋내기 보도채널에도 경쟁력이 밀리는 YTN.

 

이런 가운데 또 새로운 사장이 온다고 합니다.

YTN의 현 위기를 초래한 핵심 인물이 유력 후보로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고 합니다.

시청률로 보나, 경영성과로 보나 진작 책임을 지고 경질을 당했어야 할 사람이

3년 더 회사를 맡겠다고 합니다.

무엇을 바꿀지,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지 비전 제시도 없이,

사원들과 소통도 거부하면서 말입니다.

 

지금 회사가 정상적으로 잘 굴러가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걸까요?

아니면 YTN이 어떻게 되든 사장 타이틀 한 번 달고 좋은 자리 찾아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앞으로도 YTN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야할 사원들은 어차피 시키면 움직이는 기계 부품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7년이면 충분합니다. 더 이상 YTN을 망치도록 놔둘 수 없습니다.

이젠 정말 불 보듯 뻔한 위기가 바로 코앞에 들이닥쳐

우리를 집어삼키기 일보직전이니까요.

 

지금이라도 YTN 구성원 모두가 새로운 출발을 위해

치열하게 소통하고 지혜와 열정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요?

 

냉소와 무기력을 걷어내고, 열정과 패기가 가득한 곳으로 거듭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떠나는 시청자의 시선을 다시 붙잡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정말 솔직하고 박 터지게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누가 뭐래도 이곳 YTN은 우리 삶의 터전이고, 지켜나가야 할 최후의 보루이니까요.

 

거듭 사원총회를 제안합니다.

제발 모여서 얘기하고, 지금의 난국을 헤쳐나갈 해법을 찾아보자고 호소드립니다.

 

침몰해가는 YTN을 뻔히 보면서,

나홀로 탈출하기도, 함께 가라앉기도 싫기 때문입니다.

 

제 삶에서 YTN은 여전히 자랑스럽고 가슴 떨리는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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