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소통을 바라지 않습니까?
젊은 사원들은 지난 2일 사원총회를 제안했습니다.
시청률은 종편에 추월당하고 재정은 적자로 돌아선 YTN의 위기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논의할
허심탄회한 자리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YTN의 답답한 현실을 더는 보고만 있기 힘들어 오랜 고민 끝에 어렵사리 내놓은 제안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보도국장을 만났고, ‘모든 사람이 모이는 총회 형태는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데다
보도국 범위를 벗어나는 사원총회는 자신의 권한 밖’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보도와 관련한 문제점 지적이나 의견 수렴에 대해 환영한다’는 답변을 통해
어느 정도 한계와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사원총회를 위한 장소 사용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두 차례나 ‘불허’ 결정이 난 것입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임의 단체가 순수한 친목 목적이 아닌 이유로 회사 공간을 사용할 경우,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우후죽순 늘어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처음 불허 결정이 났을 때 이유였습니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단체는 왜 회사 공간을 빌리면 안 되는 건지,
우리 모임이 불순한 모임이라는 건지, 납득하기는 어려웠지만
우리는 최대한 회사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하고 다시 한 번 장소 사용을 신청했습니다.
우리의 진짜 목적은 회사와 싸우자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자는 데에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또 다시 불허 결정이 났습니다.
심지어 이번에는 이유도 없었습니다.
‘대표성이 없는 임의 단체’라는 지적에
우리는 기자협회 YTN 지회 차원에서라도 소통의 장을 마련해 보고자 노력했는데
회사 측은 불허 사유조차 밝히지 않으며 모처럼 만들어보려는 대화의 물꼬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이런 회사의 조처에 대해 우리 젊은 사원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질문은 간단합니다.
회사는 왜 소통을 바라지 않습니까?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은 소통에 있다고 배웠습니다.
‘YTN 위기다’는 말은 수년째 귀가 닳도록 하면서 왜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인 소통은 외면하십니까.
‘우리는 장소 사용만 불허한 것이지 소통을 막은 적은 없다’는 유치한 답변은 제발 하지 말아주십시오.
우리 눈에는 ‘눈 가리고 아웅’으로 보일 뿐입니다.
이렇게 대화의 벽을 차단하는 모습은
‘역시 회사는 YTN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인상만 남길 뿐입니다.
이대로 가다간 사원들 사이에 팽배해 있는 무기력과 냉소, 불신은
해소될 기회를 날려버린 채 가속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침체된 분위기에 빠져있는 회사에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우스운 일일 것입니다.
당장 큰 것을 요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희망은 일단 소통을 하자는 것입니다.
무엇이 두려워 장소 제공조차 못하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것 하나만은 아시기 바랍니다.
우리 젊은 기자들은 더 이상 가만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우리 식대로 소통의 장을 만들겠습니다.
왜냐하면 여기 있는 누구보다도 오래 남아 지켜내야 할 우리의 YTN이기 때문입니다.
배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데도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고장난 테이프처럼 반복하는 실수는 더 이상 일어나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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