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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의 의견이 아닙니다.

짱돌 | 2012.02.28 | 조회 1752

노조 게시판과 YTN 광장에 올라온 사원들의 글을 '일부'의 의견으로 치부하고
파업 찬반 투표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선임사원 협의회의 글에 참담함을 느낍니다.

 

지난 3년 반, 아직도 이 싸움의 본질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선배들, 그리고 그 논리에 휩쓸려 주춤했던 제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저는 지난해 여름 부산지국으로 발령받아 9개월째 부산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과 가을, 부산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이슈는 단연 희망버스였습니다. 한 동료가 물었습니다. 김진숙이 크레인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중계할 계획은 없느냐고. 저는 잘라 말했습니다. "그럴 필요 없을 것 같다. 현장 사람들 감정이 격앙돼 있다. 김진숙 영웅 만들어 줄 필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보고 싶은 사람이 많지 않을까, 라고 말끝을 흐리던 그는 현장 취재기자인 제 단호한 목소리에 더이상 말을 더하지 않았습니다.

 

희망버스를 다루는 제 태도가 그토록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한진중공업 노사의 모습이 너무나 우리와 닮아있었기 때문입니다. 2003년 김주열의 죽음에서 해직선배 6명이 떠올랐고, 죄책감으로 도크에 몸을 던진 곽재규의 죽음에서 가슴을 치다 회사를 떠나야했던 선배들의 얼굴이 어른거렸습니다. 크레인이 보이는 곳에서 노숙을 하며 김진숙만 쳐다보던, 패배감에 젖어있는 노조원들의 모습은 그대로 제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밤새 그들에 대해 읽고,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수없이 울었고, 그들과 술잔을 기울이면서도 제 마음을 다 토로할 수 없어 답답해했습니다. 마지막까지 YTN의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던 것은 기자로서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고집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그 고집이 저에겐 중요했습니다. 그 고집이, 바로 공정방송에 대한 의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혹시 감정이입 때문에 사안을 과장되게 보도하진 않을까, 내 비뚤어진 시각 때문에 섣불리 기사를 키우는 건 아닐까. 결코 회사 내부의 눈이나 징계가 두려웠던 것이 아닙니다. 선배들이 그토록 경계하라고 했던 '정치논리에 휩쓸린 기자'를 피하려는 제 내부의 싸움이었습니다. 그건 지금 '선임사원' 선배들의 외침과도 일맥상통합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돌아봅니다.
과연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그만큼 고민했는가.
다른 것 말고 제가 했던 보도만 놓고 봐도 그렇습니다.
습관처럼 물리는 해운대 더위와 피서 중계,
중계 일정이 먼저 잡히고 나서야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있어 보일까' 아니, 최대한 '없어보이지 않을까' 머리를 쥐어뜯던 중계들. 제가 희망버스를 다룰지 말지에 대한 고민의 10분의 1만큼이라도 이 보도가 필요하냐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있는지.

 

입사 후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YTN이 나훈아 기자회견을 생중계했습니다. 바지를 내려야 믿겠냐는 유명한 기자회견 말입니다. 그때 한 선배가 아직 까마득한 연차인 저희에게 물었습니다. "너희는 그 중계를 해야한다고 보냐" 저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YTN이 그런 연예인 중계까지 해야 합니까" 그러자 그 선배가 말했습니다. "모두의 생각이 다르겠지만 내 생각은 그렇다. 다시 그런 사안이 발생하더라도, 중계하는 것이 맞다. 그게 YTN 경쟁력이다"

 

이번 BBK 단독보도 불방 사태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읽으며 저는 그동안 제가 고수했던 조심성이 단순한 용기없음이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이용될 수 있는 성질의 것임을 다시 느꼈습니다. 선과 악이 분명하지 않고 복잡다단한 현실 속에서 기자는 자신의 저울을 갖고 있어야 하고 그것을 믿어야 함을. 그리고 통신사 베끼기와 타사 눈치보기, 소송에 대한 공포감에 젖은 기자가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나 단독 기사에 대해서 정치적이라며 손가락질할 자격은 없다는 것을. 2008년부터 제가 한가지라도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입니다.

 

YTN 합격통지서를 받고 기뻐하던 제게, 몇 사람이 충고를 했습니다. "YTN은 속보 위주의 언론사다, 거기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그 회사는 기자를 원하지 않는다, 기사를 빨리 쏟아내는 기계를 원한다" "업무강도가 너무 세다, 금세 지치고 병들 것이다"

 

과연 YTN은 기자 개개인에게 지워지는 업무가 많은 언론사였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기회가 많은 회사라고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너희가 발전하는 만큼 회사가 발전한다"는 말은 입사 이래 가장 많이 들었던 말입니다.

 

그런 젊은 기자들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이걸 일부의 의견으로 치부하실 작정입니까?
서명한 257명 이외의 다른 사람들이 있다고요?
드러낼 수 없어 가려진 것 뿐입니다. 그 모습에서 지난 2008년 주총 때 노조원 신분이 아니어서 멀리서 발만 동동 구르던 제 모습을 사무치게 봅니다.

 

나서지 못한다면 마음으로 돌아봐 주십시오.
지난 2008년 이후,
우리는 한 걸음도 떼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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