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하는 동안 시청자들 다 떠나면 어떡하지?
그 틈을 노려 종편, 뉴스Y가 치고 올라오는 거 아닐까?
걱정하는 마음들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저도, 자칫 남 좋은 일만 시켜주지 않을까 하는 게 가장 큰 우려니까요.
누구는 '망가졌다'고 하는 회사이지만,
그래도 우린 모두, 어떻게 하면 좋은 방송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문득 서글퍼졌습니다.
경영진은 도대체 우리만큼 회사 걱정 하고 있는 걸까.
우리는 파업을 말할 때조차 시청률 떨어질까, 방송 나빠질까 걱정하는데,
정작 걱정해야 할 그들은, 인건비 굳어 좋으니 어디 한 번 열심히 파업 해보라고,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등떠밀고 있는 거 아닌가요.
그래도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말할 분도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파업은 언제나 시기상조입니다.
종편들이 바닥을 기는데 우리 시청률은 2%, 5% 날아다닌다면, 그 때는 파업할 수 있을까요?
"모처럼 회사가 탄탄대로를 달리는데 파업은 무슨 파업!"
맥빠진 보도, 무능한 경영으로 회사 상태가 바닥이다, 그 때는 파업할 수 있을까요?
"회사 사정이 이렇게 어려운데 파업은 무슨 파업!"
새해도 두 달이 다 돼가는 지금 돌아봅니다.
지금 경영진을 믿고 열심히 일하면 좋은 방송 만들 수 있을까요.
중계에, 출연에, 섭외에, TVU에, 일은 훨씬 많아졌는데 시청률은 왜 떨어질까요.
스튜디오에 비디오월 깔고 기자 출연 늘리면 시청률 높아질까요?
내용은 없이 형식만 꾸민다고 사람들은 속지 않습니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균형잡힌 보도, 성역 없는 비판 아닙니까?
단독 리포트 불방시키면서 시청률이 오르길 바란다니,
나무에서 물고기가 열리길 바라는 꼴 아니겠습니까.
이번 파업, 모쪼록 다같이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파업으로 빚어질 방송 차질에 대한 우려도 이해합니다.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방송 환경 만들어 보답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생각이 다르다고 서로 편가르고 비난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각자의 입장과 처지는 다르지만, 결국 우리 모두는 자신의 위치에서
더 좋은 방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