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기 최영주입니다. 그동안 실명으로 이런 글을 올린 적은 없었는데, '진짜 기자'로 살고 싶다는 제 동기 수진이의 글을 보며 너무 부끄럽고 또 느껴지는 바가 있어 몇 자 적어 올립니다.
YTN에서 십년차를 맞은 저 역시 지금 이때, 이 시절만큼 혼란스러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과연 '기자'라는 직함을 달고 하루하루 무슨 일을 하며 살고 있는지 돌아보면 무기력함,과 허탈감,이 동시에 밀려옵니다.
그날 하루치의 뉴스 아이템을 할당 받고, 전화 연결을 하고, 뚝딱 리포트를 만들고, 또 섭외를 하면 어느덧 하루가 저물지요. 요즘은 이런 일과 속에 제대로 취재할 시간조차 없습니다. 기자가 취재를 할 수 없다면 그게 '기자'입니까. 비정상적인 취재 시스템과 자기검열 탓에 '특종'이 없는 언론이 진짜 언론사입니까.
지금 우리가 생산해내고 있는 콘텐츠에 대한 아무런 고민없이, 또 대책 없이 뉴스 시간만 주욱 늘려놓은 통에 그 시간을 메우느라 어느 날은 하루종일 전화기 앞에 매달려 있습니다. 또 어느 날은 시청률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도 모를 출연자를 섭외하느라 종일 전화기 앞에 매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정말 기자입니까. 기계처럼 시키면 시키는대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회사에 껍데기만 있을 뿐 제 영혼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스스로를 '기자'라 칭하기도 부끄럽습니다. 수진이나 저 뿐만이 아닌 많은 동료들과 후배들이 이런 비통한 심정으로 일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달라지겠지,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란 일말의 '기대'와 '희망'을 갖고 말입니다.
하지만 점점 이런 희망이 물거품이 되어가는 듯합니다. 그래서 더욱 무기력해집니다. 아무리 눈을 비비고 또 비벼보아도 우리의 앞날이 보이지 않습니다. 종편이 출범한 이후, 되레 YTN의 시청률이 몇 %포인트 올랐다고 우리가 정말 방송을 잘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계시다면 오산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언론사의 수장이 될 자격이 없으십니다. 이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기자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습니다. 정말 일할 맛 안난다고….
저의 동료들이, 또 후배들이 왜 그럴까요? 이미 다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입이 아프게 외치고 또 외친 구호이기에 구태여 입으로 꺼내어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조직의 많은 것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분들이 작금의 현실을 직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함께 탄 배가 가라앉고 있다는 것을…."
이런 마당에 불이익이 뭐가 두렵겠습니까. 누가 시켜서가 아닌 자발적으로 당당하게 서명한 257명 모두 절체절명의 심정으로 이름 석 자를 내걸었습니다. 우리 모두 변화를 갈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절대 가벼이 여기거나, 좌시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8기 최영주 올림.
- 동기 김수진 글에 이은 첨언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