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함과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사찰문건 폭로로 정권과의 야합이 명명백백히 밝혀진 상황에서,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YTN지회는 성명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두려운가. 무엇을 주저하고 있는가.
'정권에 대한 충성심 높은 사장'이라는 문구 하나만으로 배석규씨는 공명정대해야 할 언론사를 이끌 최소한의 자격마저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인인 우리가 성명조차 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엄정한 역사의 기록자라는 사명을 가지고 영상기자가 되었다.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비판과 각고의 노력을 통해 언론인으로서의 소명을 다하고자 한다.
그런데 정권은 낙하산사장과 언론사사찰을 통해 이러한 우리의 자부심에 흠집을 내고 말았다.
‘사장이 YTN을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결단하라’는 기자협회와 기술인협회의 성명에도 동참하지 못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 성명참여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진 지회원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이번 사태는 더 이상 생각의 다름으로 치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틀린 것임을, 옳지 못한 것임을 언론인이라면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바로잡아야 한다.
그동안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YTN지회는 이러한 우리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정당한 요구는 수차례에 걸쳐 묵살되었고, 상식을 외치는 것은 공허한 염불이 돼버렸다.
이번 성명동참에 대한 찬반투표는 투명성이 보장되지 못했고, 투표 방법과 결과가 제대로 고지조차 되지 않았다. 그간 내재해 있던 지회에 대한 불만들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도 언론단체로서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방송사 파업과 정권의 언론사 불법 사찰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국의 수 많은 카메라기자들의 자괴감은 어떻게 치유하려 하는가?
이에 우리 26명의 카메라기자는 카메라기자협회를 탈퇴한다.
YTN지회의 문제점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으며, 탈퇴로서 우리의 존재 이유를 바로 세우고자 한다.
(강영관, 강재환, 고민철, 곽영주, 권한주, 김정원, 김정한, 김태형, 김현미, 나경환, 박정호, 성도현, 시철우,
여승구, 염덕선, 우영택, 원인식, 유형식, 이상엽, 이상은, 이승준, 전재영, 지대웅, 최윤석, 최지환, 하성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