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유증 터셨나요?' 라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예상 밖의 결과에 놀란 것은 사실이지만
별로 우리가 영향을 받을 이유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우리가 하고 있는 이 일의 본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공정방송을 위한 이 험난한 여정을 우리가 왜 시작했는지 생각해 봅시다.
우리가 공정방송을 외친게 야당이 정권 잡게 하려고 한 건가요?
선거에 진 것은 야당이지, 우리 YTN 노동조합원들이 아닙니다.
물론... 극악한 집권여당이 선거에서 참패했다면
정권과 여당에 충성하는 떡봉이들이 위축되고
우리가 공정방송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좀 더 유리해졌겠죠.
그렇지만 여건이 불리해졌다고 우리가 공정방송을 포기할 건가요?
우리가 언제 정치적 상황의 유.불리를 따지면서 공정방송 외쳤습니까?
정치적 상황의 유.불리를 따졌다면
2008년 여름 낙하산 반대 투쟁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그 때가 정치적으로는 훨씬 더 불리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기억해 봅시다.
2008년 여름, 이명박 정권의 서슬퍼런 초반기였습니다.
그리고 그해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과 친박연합, 친박 무소속, 자유선진당 등 보수세력이
과반수를 훨씬 넘어 개헌 가능선인 200석 이상을 휩쓸었던 때입니다.
그런 불리한 상황에서 우리는 공정방송을 외치며 권력과의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라 '공정방송'이라는 상식이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정권에 충성해 사장 자리를 차지한 배석규씨 일당에게나 해당되는 일입니다.
우리에게는 정치적 상황이 종속변수일 뿐 결코 독립변수가 될 수는 없습니다.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해온 것처럼
권력에 대한 견제, 감시, 비판이라는 언론 본연의 사명을 위해 계속 노력하면 됩니다.
배석규씨 일당은 권력의 건재함이 확인된 이상
그동안 해온 대로 정권에 대한 충성을 더욱 더 열심히 하려 하겠죠.
그러라고 하세요.
잠깐동안은 총선 결과에 기세등등한 배석규씨 일당이 더욱 극악하게 날뛰겠지만
그래봤자 시한부 생명이 몇 개월 더 연장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어차피 저들에게는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제가 믿고 기대하고 의지하는 것은 우리 조합원들입니다.
우리가 괜히 저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유.불리에 좌우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의 무기는 정치적 상황이 아니라 상식과 신념입니다.
혹시라도 이번 총선 결과에 힘이 빠진다면 다시 생각해 봅시다.
2008년 우리가 그토록 불리한 정치적 여건에서도
서슬퍼런 정권에 맞서 공정방송 투쟁을 시작한 본질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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