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
비가 내리더니 날씨가 쌀쌀해졌습니다.
조합원 동지들과 동지들 가족 모두 건강하시길 빕니다.
지난 11월 14일 민중총궐기는 이 땅의 노동자, 농민, 학생 등 시민들이
무엇에 분노하는지, 무엇을 말하려는지 분명하게 알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 나라의 대통령, 정부여당, 공안당국은 그 분노를 살피려하지
않는군요. 그 외침에 귀를 닫아버리는군요.
연일 보수 언론을 동원해 민중총궐기를 폭력집단의 난동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21일에는 범죄의 증거를 잡겠다며,
호들갑스럽게 민주노총 등 8개 노조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습니다.
그리고는 얼음 깨기 퍼포먼스에 썼던, 이번 총궐기에는 사용되지도
않은 해머 등을 시위 용품처럼 전시했습니다. 폭력집단으로 몰아가려는
것이지요. 또 보수 언론은 그것을 그대로 받아썼습니다.
직사한 물대포에 맞아 지금도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 농민에 대해
경찰 수뇌가 한 말은 “인간적으로 미안하지만 과잉진압은 아니다”는
것이었습니다. 차벽을 설치해 행진을 가로막고 행렬이 도착하자마자
물대포를 쏘아댄 경찰의 수장이 한 말치고는 너무 속보이는 말이지요.
이미 공안몰이가 시작됐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을 거라 예측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장기간의 외유를 마치고 돌아온 대통령은
더욱 기막힌 말을 쏟아냈습니다. 궐기에 참여한 시민을 IS에 비유한
것입니다. 백남기옹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인식을 돌아볼 때 대한민국이 다시 독재체제로
들어서는 문턱에 있지 않나 우려됩니다. 14일 민중총궐기의 핵심
이슈의 하나는 ‘맘대로 해고’로 요약되는 노동개악입니다.
노동개악은, 제가 전국 순회 간담회에서 그 위험성을 힘주어
강조했듯이, 이 땅의 노동자들을 노예로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들만이 아니라, 우리 후배를, 우리의 아들 딸들까지 노예의
굴레를 씌우는 것입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전국언론노동조합 중앙집행위원회는
어제(11월24일), 오는 12월 5일로 예정된 2차 민중총궐기에 다시 한 번
집중해 투쟁하기로 했습니다. 그날 다시 한 번, 우리의 분노를 보여줍시다.
우리의 외침을 들려줍시다.
그 날 언론노조는 ‘취재방해 감시단’을 조직, 11월14일 일어났던
취재진에 대한 물대포 무차별 직사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할 것입니다. 시민에 대한 불법한 진압도 감시할 것입니다.
언론노조가 직접 2015년 12월5일을 기록하겠습니다. 각 단위 조직에서는
조합원 1명씩을 지정해 주십시오. ‘기록단’은 2015년 12월 5일을 기록하는
일을 맡게 됩니다. 형식은 기사, 르포, 수필, 일기 등 어느 것이어도 좋습니다. 오늘을 언론노동자로 살아가는 소회, 민중총궐기 참여기, 내가 아는 노동자
인터뷰 등 12월 5일과 관련된 주제라면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우리 언론노동자들의 분노의 외침이 세상을 바꾸고, 우리의 기록이
역사가 될 것입니다.
동지 여러분, 12월5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만납시다.
2015.11.26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김환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