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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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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 균형’조차 사라진 집회 보도

YTN노동조합 | 2015.11.18 | 조회 1300

들어가며

 

이슈가 있을 때 가장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목표이며, 이는 보도 자체뿐 아니라 결과로 나타날 균형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노사 공정방송위원회 10월 정기회의에서 사측 위원들이 밝힌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지난 14일 민중 총궐기를 전후한 우리 보도는 얼마나 객관적이었으며, 그 결과는 얼마나 균형을 맞췄을까요?

 

1. 정부 담화는 생중계하고 주최 측 입장은 누락

 

11() <논술고사일 도심서 집회>라는 리포트가 올라올 때부터 우리 집회 보도가 어떻게 흐를지는 대개 예상 가능했습니다.

 

9문장짜리 이 리포트에서 집회가 왜 열리는지 언급한 건 반 문장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는 대입 수시 논술 일정과 교통 체증 우려, 경찰의 방침 등으로 채워졌습니다.

 

그리고 이와 사실상 같은 내용의 리포트가 이틀 뒤(13) 사회부에서 또 승인됐습니다.

 

그날 YTN은 집회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정부 담화를 생중계했습니다. 거의 비슷한 내용의 검찰 방침도 별도로 단신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내일 집회가 열린다는 단신은 없었습니다.

 

5개 정부 부처가 합동 담화를 발표할 정도로 중대한 집회인데, 그게 무슨 집회이고 왜 열리는 것인지 YTN을 보는 시청자들은 알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오후 5시쯤 사회부의 예고 단신이 승인될 때까지, 우리 방송에서 집회가 왜 열리는지 언급한 건 정부 담화를 전한 10시 전화연결 뒷부분의 딱 한 문장이었습니다.

 

정부 담화가 발표되자마자 민주노총이 반박 보도자료를 냈고, 오후 2시 반에는 추가 자료까지 냈지만 우리는 전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집회에 대응하는 정부의 방침은 대대적으로 강조하면서, 집회 주최 측의 입장은 빠뜨린 겁니다.

 

물론 주말용 제작 등으로 사회부와 문화사회정책부 모두 인력이 없었던 사정은 알고 있지만, 그것으로 면피가 될 사안은 아닙니다. 민주노총 취재에 구멍이 뚫린 게 이번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9일 민주노총의 대규모 집회 예고도 오후 3시에 열린 기자회견이 처리되지 않아 밤 11시가 다 돼서야 야근자가 승인했습니다.

 

공권력에 대한 도전을 엄벌하겠다는 15일 법무장관 담화는 예고단신에 생중계까지 했지만, 과잉진압의 책임을 따지는 민주노총의 성명은 오후 5시 반에 발표된 것을 8시가 다 돼서 처리했습니다.

 

빠진 게 있다면 챙겨야 하고, 어느 부서에서 쓸지 애매하다면 정리를 해줘야 할 텐데, 보도국 책임자들의 조율 기능이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2. 보도전문채널인가 교통방송인가

 

집회가 열린 당일도 우리 보도를 통해 왜 집회가 열리는지 파악하기는 어려웠습니다.

12시부터 전화 연결을 했는데, 제목부터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에 시험으로 교통혼잡>이었습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이후 최대 규모 시위가 예상된다는데 초점을 교통혼잡에 맞춘 겁니다.

 

그런데 우리 기사에 의하더라도 교통 혼잡은 집회보다는 비오는 주말에 오전부터 이뤄지는 논술 등 시험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집회와 교통 혼잡을 묶어 처리해야 했는지 의문입니다.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기 시작한 오후 5시가 되자 우리 보도는 양측의 대치를 중계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자정까지 계속된 전화나 TVU 연결에서, 주최 측 추산 1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비까지 오는 휴일에 무엇 때문에 거리로 나섰는지 제대로 다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면피에 가까운 한두 문장이 보일 뿐입니다.

 

본질은 없고 폭력 시위과잉 대응만 묘사하고 있으니, 집회가 아니라 도심 패싸움을 중계한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이 같은 우리 보도가 지난 주말 집회를 둘러싼 여론 지형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지는 굳이 따져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3. 취재는 없이 주장만 전달

 

이날 집회에서 60대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 중태에 빠졌습니다.

 

사건 초기에는 사실관계가 잘 확인이 안 됐고, 영상을 두고도 혼선이 있었기 때문에 시위대 측 주장으로 처리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15일 오전 주최 측이 기자회견에서 영상을 공개한 뒤로, 경찰이 농민 얼굴을 향해 강력한 물대포를 직접 쐈다는 건 팩트입니다.

 

그런데 그 뒤로도 여전히 우리는 이를 시위대 측의 주장으로 처리했습니다.

 

특히, 가슴 이하 부위만 쏠 수 있도록 한 '살수차 운용 지침'을 어기고 경찰이 얼굴을 향해 물대포를 쐈다고 주장합니다. (16일 리포트)

 

백 씨를 구하려던 다른 시위자들에게도 똑같은 방법을 사용했고 또 구급차에 실릴 때까지도 살수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16일 출연)

 

명백한 팩트를 우리는 왜 말을 못 합니까?

경찰이 시위대 얼굴을 향해 물대포를 쐈다고 말하면 편파 보도입니까?

쓰러진 사람을 구하려던 다른 시위대에게도 똑같이 했다고 보도하면 균형을 잃은 것입니까?

경찰은 시위대가 밧줄로 버스를 묶어 끌어당겼다고 주장했습니다라고 말한다면 얼마나 우습겠습니까?

 

살수차 운용지침 보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지침은 인터넷 검색만 해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실제로 여러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경찰의 내부 지침조차도 집회 주최 측의 주장으로 처리했습니다(15, 16일 리포트).

 

실제 지침은 보여주지 않고, 과잉진압이 아니었다는 경찰의 주장을 나란히 배열했습니다.

 

의도가 어땠든지, 결과적으로 진실을 흐리고 경찰의 책임은 희석됐습니다.

 

본질을 파고들지 않고 기계적 균형 맞추기에 전념해온 결과입니다.

 

4. 사경 헤매는 사람보다 정부 방침이 중요

 

게다가 집회 다음날 우리 헤드라인은 이랬습니다.

 

오전 : <대규모 집회 12시간 만에 해산51명 연행>

오후 : <시위 참가자 51명 연행법무부 장관 담화>

 

물대포 직사 사건은 오후 5시가 돼서야, 법무부 장관 담화와 함께 헤드라인에 등장했지만, 그나마도 자막은 <“폭력 시위 끝까지 추적과잉진압”>으로 나갔습니다.

 

물대포라는 단어는 한사코 자막에 쓰지 않은 겁니다.

 

이 사건을 다룬 <과격 시위에 물대포 정조준과잉진압 논란> 리포트는 오후 2시까지 사용됐습니다. 아이템이 없어서 헤드라인에 못 쓴 건 아니었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집회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사안이 왜 헤드라인에서 빠졌는지, 농민이 중태에 빠진 것조차 법무부 장관 담화와 균형을 맞춰 써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5. 집회의 자유에 대한 인식 부족

 

이 같은 우리 보도 태도는 집회의 자유를 바라보는 인식 자체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헌법은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습니다(헌법 제21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우리 보도는 집회가 허용된 구역등의 표현으로 경찰이 집회에 대한 허가권을 가진 것처럼 쓰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비단 우리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언론의 문제입니다.

 

또한 집회의 자유가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한돼있고, 경찰의 금지 통고도 가능하긴 합니다만, 이 때문에 집회가 사실상 허가제로 운용되고 있어 위헌이라는 비판이 있는 실정입니다.

 

여기 대해선 더 토론이 있어야겠지만, 차선책으로 경찰이 신고를 접수한 구역등의 표현을 생각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차벽도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결정했으며, 최근 UN 자유권규약위원회가 우려를 표명한 사안입니다. 이를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당연한 조치로 보도하는 태도는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오며

 

공추위는 격렬한 집회 현장에서 기자들이 고생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주어진 여건에서 그나마 공정한 보도를 위해 노력한 것도 알고 있습니다.

 

사회부도 13일 저녁에 집회 예고 리포트를 개비하면서 주최 측 입장을 보강하고, 집회로 인한 교통 불편 관련 내용을 대폭 축소한 것은 최소한의 균형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문제점들을 봤을 때 우리가 본질을 짚어주는 객관적 보도를 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기계적 균형마저도 맞췄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보도의 전체적 균형을 맞추는 건 기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아이템 선정과 꼭지 배분, 보도 분량의 조절 등은 보도국 차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기계적 균형이 능사는 아닙니다. 하지만 보도국 운영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보도의 결과까지도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며 객관적 보도를 강조해 온 보도국 책임자들이 이끈 보도가 왜 이런 결과를 가져왔는지, 납득 가능한 설명을 기대합니다.



2015.11.18.

YTN 노동조합 공정방송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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