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은 오는 7월1일부터 전면 HD방송을 시작한다고 매일같이 SB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약속하고 있다. 바로 다음 주 코앞이다. 그렇다면 우리 스스로에게 묻자. 우린 HD 방송을 위한 충분한 준비가 돼 있나? 다음 주면 YTN 화면이 정말 선명한 HD로 바뀌나? 안타깝게도 전혀 그렇지 않다. 사내 곳곳에서 어떻게 해야할 지 당혹해 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HD 방송으로 전환은 YTN 방송의 새로운 도약의 기회이다. 때문에 충분한 장비와 함께 뉴스 취재부터 제작, 송출까지 유기적인 준비와 훈련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제대로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시청자들에게 큰소리만 치고 있는 격이다.
현재까지 준비 상태를 보면 놀라 까무러칠 정도이다. HD방송을 위한 기본적인 포맷도 갖추지 못했다. 뉴스의 화면의 기본인 타이틀과 그래픽 등은 HD장비조차 없는 상태이다. 그래픽이 빠진 HD 방송이 가능이나 한가? HD TV에서 현재 장비로 제작된 그래픽과 문발을 보면 이런 얘기를 못할 것이다. 낮 뉴스 비중이 높은 YTN은 화면의 80%가 자료 화면이다. 자주 쓰는 영상 자료는 HD로 얼마나 준비가 돼 있나? 또 중계차나 과천 등에서 HD 송출은 가능한가? 각 구성원들은 HD 제작 과정에 대해 이해나 훈련은 되었나? HD화면 각 요소에 대한 검증과 리허설은 제대로 이뤄졌나?
노조에서 사내 구성원들 의견을 종합해 본 결과 현재 추진 중인 HD 방송은 스튜디오 화면만 HD로 나가고 나머지 화면에서는 SD나 그 이하 수준의 화질로 방송될 가능성이 높다. 앵커 샷만 HD인 방송을 두고 과연 7월 1일 시청자들의 평가는 어떠하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일방통행식으로 HD 방송을 강행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왜 우리가 7월 1일부터 HD 방송을 해야 하는지조차 충분한 공감대가 없다. 보도국장이나 기술국장은 HD 방송 제작 환경을 갖추기 위해 구성원들에게 로드맵을 설명하거나 의견을 물은 적조차 없다. 왜 이리도 급하게 추진하는 배경이 어디에 있는지 회사 측과 관련 실국장들은 해명해야 한다.
몇 해 전 우리는 베이시스에서 뉴시스로 보도정보시스템을 전환할 때를 기억한다. 충분한 준비없이 일정을 밀어 붙었다가 시스템이 다운되는 등 숱한 방송 사고가 속출했다. 충분한 준비와 연습 없이 강행했다가 더 엄청난 사태가 올까 우려된다.
YTN은 더이상 개국 초기 시험 방송이 아니다. 개국 15년이 넘는 한국 뉴스 채널의 자존심이다. 허술한 HD 흉내는 시청자에 대한 우롱이며 YTN 이미지와 신뢰도에 악영향만 끼칠 뿐이다. HD 시대에는 작은 티끌 하나도 크게 보인다. 그만큼 작은 실수조차 용인되지 않는다. 철저하게 준비해야 또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다. 정작 문제가 터진 뒤에 매일같이 HD 송출을 위해 밤낮없이 뛰고 있는 실무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일이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무대책, 무책임으로 강행한 해당 실국장에게 책임이 있을 뿐이다. 지금이라도 HD 방송을 연기하고 충분히 준비하고 제대로 방송하는 것만이 올바른 해결책이다.
2009년 6월 2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