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HD 전환으로 갖가지 부작용이 터져 나오는데도 입을 닫고 있던 사측이
일주일 만에 나름의 평가를 내놨다.
HD 전환으로 스튜디오 조명과 앵커의 분장, 의상이 좋아졌다는 평가였다.
실소와 분노를 참을 수 없다.
노조 게시판에 올라온 수십 건의 방송 품질 평가에 눈감고,
현업에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터져나오는 한숨에 귀닫은 채
HD 전환의 효과를 조명과 분장, 의상에서 찾는 발상이
가히 기상천외 수준이다.
사내 곳곳에 평면 TV 신제품 설치해놓고 공청으로 눈속임 하려던 속셈이
결국 스튜디오 화면에 대한 자화자찬으로 드러난 셈이다.
노조도 짧은 공기와 열악한 여건, 제한된 예산에도 불구하고
스튜디오가 비교적 잘 구축된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YTN이 수십억을 들인 프로젝트는
스튜디오나 앵커 의상 개선이 아니라 HD 전환이다.
스튜디오를 잘 만들고, 앵커 의상의 수준을 높이고, 화질 개선해
시청자가 이를 평가하도록 하는 것이 HD 전환의 목적이다.
그런데 HD 전환 이후
아무리 조명이 개선되고, 앵커 의상과 분장이 좋아져도
이를 알아봐줄 시청자가 거의 없으니 시쳇말로 말짱 꽝이라는 얘기다.
일부 환경에서 앵커 화면이 다소 나아진 것처럼 보인다 해도
이는 HD 전환의 효과가 아니라 스튜디오 공사, 조명 개선의 효과일 뿐이다.
도대체 사측의 인사들은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건지
정말 이 정도도 모르고 HD 전환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수십억을 써댄 것인지
의문이다.
사측 인사들의 눈에 앵커 화면이 정말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치더라도
무수한 방송 사고, ENG 화면과 그래픽의 화질 악화 문제를 외면하고서는
어떤 평가도 무의미하며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
사측의 일부 인사들은 HD 전환 초기 시청가구가
전체의 수십% 수준은 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고
언론 인터뷰 등에서도 그같은 발언을 했다.
그러나 노조가 파악한 바로는 현재 HD 시청 가능 가구 비율은 0.007%에 불과하며
사측이 밝힌 수치로도 0.07% 수준이다.
만약 스카이라이프가 가세한 뒤 스카이라이프 HD상품 가입자를 포함시켜봐야
HD 가시청 비율은 2%에도 못미친다.
어떤 정신 나간 사업자가 회사 사정 어렵다고 하면서
2%의 시장에 무리한 투자를 하는가?
매출 뚝뚝 떨어진다고 노조에는 임금 삭감을 요구하고,
비록 무늬뿐이지만 비상경영 방안까지 발표하고,
세무조사로 추징금 두드려 맞을 우려까지 안고 있던 회사가
용빼는 재주를 부려봐야 고작 2%를 넘길까 말까한 시장에
수십억을 투자한다?
정부의 조급한 디지털 전환 추진 외압에 YTN이 깨춤을 췄거나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불순한 이유가 개입돼 있거나...
둘 중 하나 혹은 둘 다일 것이다.
사측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 자화자찬 집어치우고
책임자들을 문책하라.
꼬리를 자르는 도마뱀의 지혜라도 배우는 것이
그나마 화를 줄이는 길이 될 것이다.
2009년 7월 7일, 공정방송 쟁취 투쟁 355일
전국언론노조 YTN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