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여유, 결기와 웃음!
오늘 부당한 지국발령과
해직자에 대한 불법 출입봉쇄를 규탄하기 위해 집결한 90여 조합원은
분노를 다스려 여유를 보이고
결기에 찬 구호를 외치면서도 웃음을 놓지 않았다.
배석규가 조장하려는 공포가 실체 없는 허상이라는 사실을
조합원 한명, 한명이 깨달았음을 서로 확인했다.
그리고 웃는 낯으로
지국으로 떠나는 5명의 어깨를 두드리고 굳세게 손을 맞잡았다.
웃는 낯으로 인간띠를 이어 해직자들에게 길을 만들어 주었다.
지국발령자 5명 역시 웃음으로 잠시 동안의 이별을 고했고
해직자들도 조합원들의 도움 없이 출입할 시간이 멀지 않음을 확신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이에 비해 배석규와 그의 추종자들은 어떠한가?
고개를 들지 못하며, 소리를 내지도 못한다.
오로지 조합원이 아닌 어린 후배들을 모아놓고 노조 헐뜯기에 열을 올린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몰래 1:1 세뇌 공작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물론 자기들만의 모임에서야 고개 빳빳이 세우고
공허한 호통 소리를 내며 스스로 흐믓해 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배석규는 잘 헤아려 보라,
오가다 만나 눈 맞추고 인사와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직원이
몇이나 되는지...
간부들도 잘 헤아려 보라,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며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후배가 몇이나 되는지...
그리고 잘 생각해 보라,
배석규 사장 등극이 설사 현실이 된다 한들 이런 상황이 바뀌겠는지를...
배석규는 마지막 시험대에 서있다.
스스로 원했으되, 퇴로도 나아갈 길도 없는 진퇴양난의 시험대 앞에서
배석규는 적지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어설픈 징계로는 씨알도 안먹힐 테고,
중징계를 하자니 사장 이후까지 발목을 잡을까 불안할 터이다.
노조는 배석규의 선택이 자못 궁금하다.
그러나 배석규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으므로
노조는 노조의 일정에 충실하고자 한다.
내일로 다가온 형사 선고, 이와 함께 곧 현실이 될 해직자들의 복직,
그리고 앞뒤 안가리고 저질러 놓은 불법에 대한 법의 심판을
차분히 기다릴 것이다.
배석규는 많은 일을 했고, 노조는 그저 지켰을 뿐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배석규가 대행을 꿰어찬 지 한달이 다 되었다.
배석규는 많을 일을 했으되 무엇을 이루었는가?
다시 살처럼 한달이 지날 것이다.
그때라도 배석규는 무엇을 이룰 수 있을까?
오늘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2009년 8월 31일, 공정방송 쟁취 투쟁 410일
전국언론노조 YTN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