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위원장이 드리는 글> 해고라도 하겠다는 것입니까 ?
조합원을 비롯한 사우 여러분께 YTN 현 상황에 대한 입장을 말씀드립니다.
배석규 사장이 사장과 회사 명예를 훼손했다며 노조위원장을 경찰에 고소하고, 사규를 어겼다며 노조위원장과 사무국장에게 인사위원회 출석을 통보했습니다.
인사위 개최 공지에 전례 없이 대상자 실명까지 적시한 것은 무슨 뜻일까요 ?
인사위 개최 통보를 앞두고 “회사가 망가지는 한이 있더라도 노조는 반드시 손보겠다”, “최악의 중징계가 나올 수 있다” 등의 무시무시한 암시가 직간접적으로 전해졌습니다.
노동조합이 조직 전반의 심각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자 돌아온 답입니다.
해고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이후 저는 온갖 생각을 하며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그리하여 얻은 결론은 이렇습니다.
배석규 사장이 회사 생존과 화합에는 아무 관심이 없음을 비로소 분명히 드러냈다는 것, 사장 스스로 정당성을 허물어뜨린 초조감에 사실상 마지막 카드를 더졌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막바지 행로가 다가오고 있음을 사장 자신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동시에 시계 바늘은 암울했던 3년 전 상황으로 거꾸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10대 노조 집행부 출범 이후 1년 2개월여를 포함한 지난 3년을 돌이켜 보면, 노조가 너무 우둔하지 않았나 하는 회한이 듭니다.
‘대화’를 통한 길 찾기와 외부에 휘둘리지 않을 ‘YTN의 청사진’ 마련…이런 단어들을 실현해 보려 했지만 번번이 좌절과 분노만 돌아왔고,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미련을 과감히 버리지 못했습니다.
이런 ‘사치스런’ 꿈은 다시 훗날로 기약해야 함을 뼈저리게 깨닫습니다.
그렇지만, 그 희망을 이루기 위한 노력은 어떤 핑계로도 멈출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대로 가다가는 YTN 전체가 어느 순간 무너져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가장 두렵기 때문입니다.
독단 경영에 불투명해져가는 미래, ‘폭압 인사와 징계’에 멍드는 구성원들, 갈수록 힘이 빠져가는 보도, 설득력도 없이 급증해 가는 보직 간부 수, 조여든 숨통에 결국 조직원들이 줄줄이 떠나가는 현실이 바로 지금의 엄중한 자화상이기 때문입니다.
노조는 이에 대한 여러분의 판단을 구하고자 일련의 분석 · 평가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사장은 우리 스스로 서둘러 발견하고 대응책을 세워야 할 이런 문제들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분풀이하고 노조와 조직 길들이기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장에게 우리의 미래를 계속 맡기는 것은 무모한 모험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회사 생존을 위해 사장이 물러나든 노조 집행부가 물러나든, 더는 함께 갈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습니다.
이런 판단 위에서 노조는 회사 살리기를 위한 여정에 더욱 속도를 내겠습니다.
회사와 동료를 사랑하는 여러분께서 냉정히 판단해 주십시오.
덧붙여, 사장이 ‘평일 골프’ 등으로 스스로 사규를 짓밟고도 부도덕함을 가리고자 ‘기밀 유출’ 용어를 동원해 노조 와해에 나선 데 대해 곧 설명드리겠습니다.
2011년 9월 26일
YTN 노조위원장 김종욱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