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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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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라고 손도 안 댈 셈입니까

YTN노동조합 | 2015.10.28 | 조회 1968


들어가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발표된 지 보름 이상 지났지만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공추위는 앞서 두 차례에 걸쳐 YTN의 교과서 국정화 관련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도 국민의 알 권리와 방송제작자의 자율성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1. 검증 없는 중계보도


  국정화 발표 초기, 한국사 교과서의 편향성이 논란이 됐을 때 우리는 정부·여당의 주장을 단순 전달했을 뿐 실제 교과서의 내용이 어떤지 검증하는 보도가 없었다는 점은 이미 지적한 대로입니다(14일 공추위 성명 참고). 그 뒤로도 교과서를 실제로 확인하는 작업은 없었으며, 검증 없는 중계보도 역시 계속되고 있습니다.


  25일(일) 밤 교육부가 국정 교과서 관련 비밀 TF를 운영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와 관련한 여러 쟁점이 있습니다. TF가 국정화 발표 전에 구성된 것 아닌가? TF의 주요 업무는 무엇이었나? 청와대에도 보고했나? 조금만 생각해도 의혹은 적지 않습니다.


  이들 쟁점을 우리가 자체 취재한 보도는 없습니다. 모든 내용은 야당의 ‘주장’일 뿐입니다. 심지어 복수의 언론이 ‘TF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을 전한 뒤에도 우리 기사는 그대로입니다. 야당의 주장, 여당의 반박, 교육부 해명을 검증하고 YTN의 시각으로 TF의 실체를 규명하는 보도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단순히 이들 간의 공방을 중계하는 것으로 보도의 경쟁력을 확보하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2. 이례적 데스킹과 결과적 축소 보도


  학계의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와 국사편찬위원회의 입장을 묶어 보도한 지난 15일(목) 문화사회정책부 리포트 승인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선 앞서 지적했습니다(16일 공추위 성명 참고). 그런데 이 밖에도 평소와 비교해 이례적인 데스킹으로 납득가지 않는 사례가 잇따랐습니다.


  1)

14일(수) 사회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한층 가열>이라는 리포트를 작성합니다. 오후 4시쯤 쓰기 시작한 이 리포트는 밤 10시가 다 돼서 승인됩니다. 국정화 찬반 집회를 다룬 평범한 시민단체 반응 리포트를 보는 데, 작성 시간과 영상편집 시간을 감안해도 4시간가량 걸린 겁니다.


  이에 대해 사회부장은 원래 리포트를 제작하지 않기로 했던 건데 전달이 안 됐고, 그래도 이왕 나갔다 온 일정이니 녹취구성으로 하자고 했지만 찬반이 명확하게 대조되는 녹취가 없어 고민하다 리포트로 처리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시간이 늦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그 날은 국정화 방침 발표 겨우 사흘째였고, 보도국 이슈로도 지정된 사안이었는데 제작을 않기로 했다는 판단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국정화 반대 목소리와, 실체도 불분명한 ‘애국국민운동대연합’이라는 보수단체 주장을 나란히 놓은 것도 과연 적절한 판단인지 의문입니다.


  그 동안 주요 이슈는 어떻게든 꼭지를 쪼개 벌려왔는데, 위안부 피해자 1,200번째 수요집회와 시민단체의 국정화 찬반 집회, 학계의 집필 거부 선언을 모두 한 꼭지에 뭉뚱그리기로 한 결정은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2)

 사회부의 기사 승인 과정에서 이상한 점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12일 <한국사 국정화 발표…반대·지지 집회 잇따라> 단신은 오후 7시가 다 돼서 승인됩니다. 기자회견은 오전 10시, 11시에 있었습니다. 오후 3시에 전화연결이 있었던 점을 감안해도 너무 늦습니다.


  19일에는 <서강대 교수 89인 국정화 반대 성명 발표> 단신이 작성되지만 승인이 안 됩니다. 3시간 가까이 미승인 상태이던 단신은 중앙대 교수 111명이 발표한 성명과 묶어 재작성한 뒤에야 넘어갑니다. 일단 단신을 넘긴 뒤 팩트가 추가되면 대체하는 게 대부분의 YTN 구성원들의 상식입니다.


  20일에는 오전 11시에 열린 국정화 반대 대학생 연석회의 기자회견과 오후 2시에 열린 자유총연맹 기자회견이 하나로 묶여 오후 5시 45분에 승인됩니다.


  22일에는 서울대 역사 관련 5개 학과 교수들의 집필 거부 선언을 ‘한국기독교 역사교과서 공동대책위원회’의 국정화 찬성 회견과 묶어서 단신 처리합니다. 역사학계에서의 비중을 고려할 때 이들을 나란히 놓는 게 적절한지 의문입니다. 앞서 수요집회 리포트와 마찬가지로 비중이나 의미를 고려하지 않고 찬반을 기계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3. 컨트롤 타워 부재


  데스킹을 몇 시간씩 할 정도로 기사를 꼼꼼하게 보고 있지만, 정작 교과서 국정화 관련 보도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는 보이지 않습니다.


  1)

국정화 발표 당일(12일) 광주지국에서 호남 지역 교육감들의 입장을 담은 리포트가 제작됩니다. 데스킹까지 끝난 이 리포트는, 하지만 오후 보도국 회의 뒤 ‘찬성 입장도 넣어야 한다’며 보류됩니다.


  보수 진영 교육감들은 별다른 녹취가 없었던 상황에서 광주지국은 타 지역 교육감 입장을 그래픽으로 넣어 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오후 6시에도 방송될 수 있었던 리포트는 익일용으로 바뀌었다 결국 삭제되고, 대구지국에서 경북교육감 녹취를 집어넣어 새로 만든 리포트가 오전 11시에 승인됩니다.


  공추위는 특정 지역뿐 아니라 전국 상황을 아울러 리포트를 제작하도록 한 지시는 그 자체로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평가합니다. 문제는 그런 지시가 제작이 다 끝난 뒤가 아니라, 애초에 발제가 올라왔을 때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적시에 적절하게 갈래를 터주는 컨트롤 타워가 없다보니 취재기자는 헛수고를 하고, 풍부한 콘텐츠로 방송을 채울 기회도 잃었습니다.


  2)

각 부서로 쪼개진 보도를 통합, 조율하려는 기획도 보이지 않습니다. 현재 교과서 국정화 관련 보도를 다룰 수 있는 부서는 다양합니다. 교육부와 학계는 문화사회정책부, 정치권 논쟁은 정치부, 시민·사회단체 반응은 사회부, 지역 교육감은 전국부에서 다루고 있지만, 국제부도 해외 학계나 외신 반응 등을 맡고 있고, 심지어 경제부도 전경련 산하 자유경제원이 논쟁에 가세하면서 예외가 아니게 됐습니다. 사실상 전 보도국이 투입되는 이슈인 셈입니다. 그러나 이들 부서가 협력해 우리만의 콘텐츠를 생산하려는 노력은 없고, 모두가 발생만 챙기며 각개약진 하다 보니 보도는 자연스레 정치권 공방 중계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정화 발표 첫날은 문사부와 정치부, 사회부가 리포트 6개를 쏟아냈고, 둘째날은 전국부도 더해 리포트 7개가 나왔지만, 그 뒤로 아이템은 급격히 줄었습니다. 16일부터는 문사부의 주말용 리포트 1개 말고는 모두 정치부 리포트뿐이고, 심지어 17일(토)부터는 이슈에서도 빠졌습니다. 대통령 시정연설이 있었던 27일 반짝 이슈로 지정됐을 뿐입니다. 국정 교과서가 내년 총선까지 이슈가 될 것이라고까지 보는 시각도 있는 데 비하면 우리 보도국의 대처는 너무나도 안이합니다.


  3)

정치권 공방 중계에 집중하는 사이 누락되는 기사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발생만 따져봐도 한국학중앙연구원 권희영 교수의 ‘일제의 쌀 수탈이 아니라 수출’ 발언(15일), 한국역사연구회 비상회의 개최(15일), 한국중세사학회 집필 거부 선언(20일), 전북·강원·진주 지역 교수들의 집필 거부 선언(21일), 좋은교사운동 국정화 반대 선언(23일),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8명 집필 거부 선언(28일) 등이 우리 보도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유령 명단’ 논란을 빚었던 <국정 교과서 지지 교수 102인 회견>(16일)도 논란은커녕 발생조차 다루지 않았습니다.


  방송이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 건국 시점 논쟁을 다룬 진보 쪽의 ‘국정화 논쟁 바로 알기 포럼’(26일)이나 역사학자 외에 정치, 경제, 사회학자도 교과서 필진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 보수 쪽의 자유경제원 토론회(21일) 내용도 마음만 먹는다면 다룰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다른 이슈는 빠진 기사 처리를 독려하는 보도국 책임자들이 교과서 국정화 관련해선 누락 기사가 속출해도 아무 지시를 하지 않는 것은 의아한 일입니다.


나오며


  정치권 공방을 중계할 뿐 사실을 검증하는 보도를 기획하지 않습니다. 시민단체 반응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묶거나, 몇 시간씩 데스킹을 보며 진을 뺍니다. 발제한 아이템은 뒷북 지시로 불방되고, 빠진 기사가 한둘이 아닌데 아무도 말을 하지 않습니다. 현장 기자들은 여기서 무엇을 느낄까요. ‘교과서 국정화 논란은 키우지 않겠다’는 보도국 책임자들의 무언의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공추위는 YTN이 방송편성규약을 통해 다짐한대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건전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제공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또한 같은 규약에서 방송제작자들에게는 공정성과 자율성을 해치는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설명을 요구하고 의견을 제시할 권리가 보장돼있음을 환기합니다. 공추위는 이 보고서에서 지적한 교과서 국정화 관련 보도의 문제점을 곧 열리는 노사 공정방송위원회 정기회의에서 논의할 것입니다.



2015.10.28.

YTN 노동조합 공정방송추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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