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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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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조 위원장 편지

YTN노동조합 | 2015.10.02 | 조회 1652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

 

조합원 여러분, 한가위 잘 보내셨습니까? 올 추석 보름달은 크고 밝았습니다. 조합원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 한 가정 한 가정, 가득 부풀어 오른 만월처럼 행복과 기쁨이 가득하기를 빕니다.

 

덕담을 드리면서도 마음 한 구석은 무겁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앞으로 다가올 상황 때문입니다. 제가 8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에 취임한 게 지난 3월 2일이었으니 벌써 7달째 접어들었습니다.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노동자의 기본 권익을 지키고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파업을 한 사업장도 있었고, 정리해고에 맞서 힘겹게 싸운 사업장도 있습니다.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기도에 맞서 투쟁하는 곳도 있습니다.

 

어느 땐들 어려움이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단지 노동자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생존권만을 위협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 9월 13일의 노사정 대야합 이야기입니다. 박근혜 정권은 자본과의 야합을 통해 아예 노동자의 권리를 송두리째 빼앗으려 합니다. 국민들의 삶을 자본에 내맡기려 합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이 땅의 엄마아빠들은 졸지에 아들딸들을 실업자로 만드는 못된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재벌기업들이 금고에 넣어둔 잉여금 700조 원, 누가 만들었습니까? 노동자들이 피땀 흘려 만들지 않았습니까? 노동자 주머니 쥐어짜고 서민들 지갑 털어서 만든 돈 아닙니까? 재벌들의 금고 속의 700조 원은 내버려두고 다시 서민 노동자들의 얇은 지갑을 털려고 합니다. 우리 돈 털어서라도 아들딸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가 생긴다면 한번 참아볼까요? 그러나 그것도 기대할 게 못 됩니다. 비정규직이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규직으로 운 좋게 취업한다 해도 항상 해고의 위협에 시달려야 합니다.

 

이번 노사정 대야합은 언론노동자들이 특히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일반해고가 그것입니다. 이른바 저성과자들을 언제든 해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언론노동자에게 크나큰 재앙이 될 것입니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무능한 사람들을 추려내 해고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일이 아니냐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 우리 동료들을 돌아봅시다. 지금도 공정보도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을 했다는 이유로 언론노동자 개개인의 전문성을 무시한 채 엉뚱한 부서에 발령을 내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언론노동자들을 하루라도 빨리 내보내고 싶을 겁니다. 그런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못했던 이유는 노동관련법에 해고의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노사정의 야합대로 법제화가 완료된다면 이제 이렇게 될 겁니다.

 

① 언론의 사회적 책무를 주장하며 정론직필을 외치는 언론노동자, 정부 정책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노동자, 재벌기업의 불공정하거나 반사회적 행태를 고발하는 언론노동자, 노동조합 활동을 열심히 한 언론노동자, 그런 우리 동료들이 평가를 통해 저성과자로 분류될 것입니다. ‘우리 동료’라고 했지만, ‘내’가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② 저성과자로 낙인찍힌 언론노동자는, 해고의 명분을 쌓기에 충분한 기간이 지난 후, 해고될 것입니다.

 

③ 대쪽처럼 정론을 말하고 직필하는 언론인이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정론직필을 지향했던 언론노동자는 해고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언론노동자 스스로 정론직필을 포기하게 될 것입니다. 아무도 기레기가 되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기레기가 되고 마는, 어디에서도 언론사다운 언론사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 이것이 이 우울한 시나리오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이렇게 질문할 수 있겠습니다. “평가제도가 있는데 마음대로 저성과자 딱지를 붙일 수 있겠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평가가 정말 객관적으로, 모두가 공감하는 방식으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언론은 그 특성상 업무의 성과를 계량할 수 없다는 점은 차치합시다. 평가는 어쨌든 사측이 하는 것이고, 아무리 객관적인 평가제도라 하더라도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반해고가 도입되기 전인데도 이미 공정보도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을 했다는 이유로, 기자가 윤전실로, PD가 사업부서로 쫓겨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9·13 노사정 대야합의 목적지는 분명합니다. 단지 노동자를 상시적인 해고 대상자로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고 대한민국의 언론을 줏대 없는 언론, 비판 없는 언론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지난 9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중앙집행위원회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9·13 노사정 대야합을 분쇄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먼저 분회, 지부, 본부 등 각 단위조직별로 이런 상황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합시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합시다.

 

9·13 야합을 분쇄하지 못하면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라 노예로 전락할 것입니다. 우리가 언론노동자로서 꿈꾸었던 삶, 이 사회를 조금이라도 낫게 만들어보겠다는 꿈은 물거품이 될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노예의 신분은 우리의 아들딸들에게 상속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조합원 동지 여러분,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자랑스럽고 당당한 언론노동자로서의 자존심을 이렇게 내팽개쳐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아들딸들에게 꿈조차 꿀 수 없는 세상, ‘헬조선’을 물려줘서는 안 됩니다. 싸웁시다. 우리의 자존심을 되찾읍시다. 아들딸들이 살만한 세상, 꿈꾸고 희망을 가꾸고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듭시다. 노동자의 단결된 힘으로 대야합을 분쇄합시다.

 

지금 광화문에는 어둑한 하늘에서 비가 내립니다. 이 비가 그치면 제법 가을색이 짙어질 것 같습니다. 도무지 꺾일 것 같지 않던 한여름 무더위가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한 바람에 누그러졌습니다. 세월은 참 정직합니다. 우리의 노력과 싸움도 정직합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여럿이 함께 가면 길이 열릴 것입니다. 우리의 멈추지 않는 걸음이 길이 될 것입니다.

 

 

2015년 10월 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김환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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