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우리 손으로 거뒀습니다
지난 주 목요일, 1층 로비에서 우리는 한 몸이 되어
하나 된 뜻을 표현했습니다.
해맑은 어린 아이처럼 저마다 손에 붓을 쥐고
손바닥에 물감을 묻혀가며 함께 웃고 흐뭇함을 나누면서,
‘해직기자 복직, 공정방송 사수’ 한 글자 한 글자가
예쁘게 색칠된 초대형 현수막을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냈습니다.
조합원 백여 명의 정성과 마음이 녹아든 현수막이
1층 로비에 걸리는 순간, 잔잔한 감동과 진한 동료애가
우리의 가슴을 채웠습니다.
그런데, 마치 가난하지만 행복한 꿈을 일궈가던 가정에
가압류 딱지가 날아오듯, 사측은 조합원 여러분의 정성이 담긴
걸개 그림에 ‘강제 철거’라는 협박으로 대응했습니다.
노조가 어제(일요일)까지 현수막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사측이 강제 철거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온 것입니다.
사측의 치졸함과 비열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더라도,
과격함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사원들이 정성스레 직접 만든
현수막까지 ‘강제 철거’로 짓밟으려는 저급함에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염원인 ‘공정방송 사수, 해직기자 복직’이
배석규 일파에게는 이 정도까지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것일까요?
노조는 물리력을 써서라도 저들의 ‘강제 철거’를 막아내고
우리의 현수막을 제 자리에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했지만,
결국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
만일 그럴 경우 여러분의 정성과 손길이 담겨있는 소중한 물건이 자칫 저들의 무식한 폭력에 의해 유린당하고 훼손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우리 손으로 떼는 것이 낫다는 판단 아래 노조는 일단 어제(일요일) 오후 현수막을 1층 로비에서 거둬 노조 사무실에
보관중입니다.
그러나 정성껏 만든 현수막을 그대로 묵혀 두지는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정성과 염원이 헛수고가 되지 않도록, 공정방송 사수와 해직기자 복직의 염원이 다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사측의 폭력이 닿을 수 없는 현명한 방법으로, 조만간 다시 현수막을
펼쳐들겠습니다.
2012년 6월 1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