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현실입니다.
새누리당의 안철수 불출마 협박과 관련해 대한민국 모든 언론사가
보도한 ‘택시기사의 증언’을 24시간 뉴스채널 YTN만 보도하지 않은데 이어, 바로 당일에 YTN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만한 또 하나의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택시기사의 육성을 공개한 민주통합당 송호창 의원의
기자회견이 그것입니다.
사측이 주요 경쟁사로 자주 거론하는 MBN 등 종편들이
이 기자회견을 생중계로 보도했지만 YTN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YTN에서는 뜬금없게도 새누리당의 ‘측근비리 방지 정치쇄신책’ 발표 내용을 위주로, 일반적인 여야 동향이 기자 중계로 보도되고
있었습니다.
대선과 관련, 당시 시청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
여당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쟁점 사안에 경쟁사들의 중계 장비가
몰려 있는 사이, YTN의 중계 카메라만 여당이 홍보하려고 하는 내용을 보도하기 위해 맞춰져 있었던 것입니다.
어쩌다가 YTN이 이 지경이 됐는지 통탄스러울 뿐입니다.
정치부의 해명을 들어볼 때 당시 현장 상황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갑니다.
송호창 의원 측이 오후 3시에 기자회견을 한다고 알렸을 때는
택시 운전사의 녹취록이 공개된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고, 한 시간 뒤에 송 의원이 직접 YTN에 출연하기로 돼 있었기 때문에 중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또 택시 운전사의 녹취록이 공개된다는 사실은 기자회견을
불과 10여 분 앞둔 상황에서 알게 됐고, 부랴부랴 중계방송을
추진했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정신없이 바쁜 현장 기자들의 상황은 충분히 이해 가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택시기사의 증언‘을 YTN만 보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와 관련한 결정적 증언이 공개되는 순간마저도 YTN은 중계하지 않은
것입니다.
게다가 ‘생중계까지 물먹은’ 동시간 뉴스에서 YTN은 앞서 취재
기자가 자세히 전한 새누리당 정치쇄신책과 관련해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원장을 직접 출연시켜 새누리당의 입장을 더욱 상세히
보도하기까지 했습니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YTN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편향적인
방송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누가 봐도 편파 방송입니다.
결국은 데스크의 책임입니다. 공정성과 함께 능력의 문제로도
보입니다.
급박한 대선 보도 국면에서 다른 언론들은 다 하는 보도를 YTN만 하지 못한다면 이는 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고 그 시스템을
조율해야 하는 보도국장이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대선’이라는 특수를 기회로 활용해야 할 YTN이 오히려
불공정 무능 방송으로 전락하는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은 아닌지,
전 사원이 경각심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2012년 9월 14일
YTN 노동조합 공정방송추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