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충연, 출근하다시피 YTN 사찰
사찰문건으로만 추정되던 YTN에 대한 현 정권 불법사찰 조직의
구체적인 행태가 드러났다.
YTN에 대한 사찰 문건을 작성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불법사찰팀의 원충연이 2008년 해직사태 당시를 전후해
아예 YTN으로 매일같이 출근하다시피 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 사실은 최근 노조의 불법사찰 국정조사 대책특위가 입수해
국회에 제출한 ‘원충연의 2008년 9월과 10월, 버스와 지하철
교통카드 사용 내역’에 낱낱이 기록돼 있다.
이미 여러 언론사에서 보도한대로, YTN을 사찰한 원충연에게 YTN은 사실상 근무지나 다름없었다.
2008년 9월과 10월은 구본홍 씨에 대한 YTN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이 계속되면서 권력의 사주를 받은 경찰이 노조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고, 사측이 기자 6명을 해고하는 등 33명에 대한 대량 징계를 자행했던
시점이다.
YTN에 가장 악몽같은 이 시기에 정권의 불법사찰 하수인인
원충연이 아침 출근 시간마다 YTN으로 ‘출근’한 것이다.
오전 9시를 전후해 9월에는 9일을, 10월에는 15일을 YTN으로 왔다.
해직사태가 발생한 10월의 경우 주말과 휴일을 제외하면 2주
내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 일찍부터 YTN을 직접 찾아와
사찰한 것이다.
9월의 경우도 추석 연휴가 있었던 점,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이 전원 참여하는 2박3일 워크숍 일정을 감안하면 거의 매일 YTN으로 향한 것이다.
오전 일찍, 자신의 집인 경기도 의왕(인덕원역 근처)에서 출발해
곧바로 YTN에 도착한 뒤 오후 늦게나 YTN 주변을 떠난 정황을 볼 때 총리실 불법사찰 조직원이 사실상 YTN에 상주한 셈이다.
[원충연의 교통카드 사용 내역 중 YTN 관련 기록]
2008년 9월 9월 5일 8시 55분, 숭례문정거장(YTN 앞) 하차 9월 8일 8시 45분, 서울역 하차 9월 10일 8시 50분, 서울역 하차 9월 11일 15시 41분, 서울역에서 승차 9월 18일 8시 41분, 서울역 하차 9월 26일 14시 45분, 숭례문정거장에서 승차, 남산도서관 하차. 16시 6분, 서울역에서 승차. 9월 29일 8시 33분, 서울역 하차 9월 30일 8시 35분, 서울역 하차 2008년 10월
10월 1일 8시 40분, 서울역 하차 10월 7일 8시 46분, 서울역 하차(해고사태 발생) 15시 40분, 서울역 떠나 국회의사당으로 이동 10월 8일 8시 45분, 숭례문정거장 하차 10월 9일 8시 21분, 숭례문정거장 하차 10월 10일 9시 19분, 숭례문정거장 하차 10월 13일 밤 22시 17분, 서울역에서 승차 10월 14일 8시 35분, 서울역 하차 10월 15일 9시 2분, 서울역 하차 10월 22일 9시 10분, 숭례문정거장 하차 10월 23일 9시 7분, 숭례문정거장 하차 10월 24일 8시 56분, 숭례문정거장 하차 10월 29일 8시 42분, 서울역 하차 10월 30일 9시 3분, 숭례문정거장 하차 10월 31일 8시 54분, 숭례문정거장 하차 |
원충연이 버스와 지하철만 타지는 않았을 것이다.
YTN 앞에 도착한 기록만 있고 떠난 기록은 없는 날도 있는
것으로 봐서 승용차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한 흔적이 뚜렷하다.
‘YTN 출근’ 일수가 더 많을 수 있다는 의미로, 공무원이 언론사
불법사찰을 위해 YTN에 ‘상주’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당시 YTN의 상황에 이 동선을 대입해 보면 YTN 사태에 있어서 주요 고비나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원충연은 어김없이
아침 출근시간에 맞춰 YTN에 도착했다.
확보된 교통카드 내역 중 원충연이 처음으로 YTN에 온 날은
2008년 9월 5일로, YTN 노조는 9월 1일 파업 찬반투표를 결의하고
실제로 2일부터 4일까지 투표를 진행했다.
YTN 노조의 MB 낙하산 반대투쟁이 ‘파업으로 더 격화’되며
정권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직접 현장 불법사찰
시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사찰팀이 경찰 수사 개입, 압력?
이 기록을 통해 경찰 수사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 정황도 알 수 있다.
2008년 9월 10일의 경우 오전 10시쯤 당시 남대문경찰서장이
부하들을 대동하고 YTN 건물 내 사장실 입구까지 무단으로
침입해 ‘회사가 노조원 6명을 업무방해로 고소했는데, 현장 조사를
하겠다’면서 위세를 과시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YTN 노동조합은 회사가 노조원들을 고소한 사실조차 몰랐고,
소환 통보를 받은 적도 없던 상태로, 남대문서장은 “피고소인 조사도 하지 않고 경찰서장이 직접 현장조사를 하는 법도 있느냐”는
조합원들의 항의에 슬그머니 꽁무니를 뺐는데, 이날도 원충연은
오전 9시 전에 YTN 부근에 있었다.
YTN과 남대문서는 걸어서도 매우 가깝기 때문에 원충연이
YTN과 남대문서를 오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이후 남대문서는 YTN 노조위원장 등 12명을 소환했고
강도 높은 조사가 여러 차례 이뤄졌다.
YTN 노조는 매번 경찰의 소환 조사에 충실히 응했지만 소환에
불응한다는 거짓 사유로 노종면 당시 위원장 등 4명이 휴일 새벽,
집에서 체포까지 됐다.
실제로 원충연과 원충연의 상급자 김충곤은 불법사찰과 관련한
검찰 조사에서, YTN을 사찰한 이유에 대해 ‘당시 YTN 노조의
행위에 대해 경찰(남대문서)이 미온적으로 대처해서 사찰했다’고
진술했으며, 원충연의 수첩메모에도 경찰에게 강도높게 노조를
처벌할 것을 주문하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당시 이해할 수 없는 체포의 사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남대문서장은 YTN 등 외부에서 이런저런 압력이 많아 자신들도
난감하다며 체포가 남대문서의 의지가 아니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불법사찰 문건을 통해 드러난대로 검찰에까지 ‘항소 건의’를 한
총리실 사찰팀이 경찰서장에게도 압력을 가했을 가능성은
당연히 드는 의심이다.
◆원충연은 YTN에 와서 무엇을 했나?
노조는 불법사찰 조직원인 원충연이 YTN에 출근했다시피한 사실
자체보다 YTN에 와서 누구를 만나 무엇을 했느냐에 주목한다.
또 공식적인 사찰 문건이 발견되지 않은 2008년 9월과 10월
두 달 동안에만 원충연이 YTN에 출근했을 것이라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배석규 직무대행이 강단과 지모를 겸비하고 있고 현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높으니 정식 사장을 시켜줘야 한다’는, 뒷조사를 통한
사찰문건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극찬 일색의 YTN 사찰문건이 작성되던 시기에는 어떠했겠는가?
앞으로의 노조 불법사찰 국정조사 대책특위의 활동은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2008년 9월 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