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락, 축소... ‘경쟁력 저하’가 걱정이다!
연이은 기사 삭제와 누락에 이어 이번엔 모든 언론사가 주요뉴스로
다룬 사안이 YTN에서만 축소 보도됐다.
그것도 대선과 관련해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어제(8일) 최교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의 ‘내곡동 특검 대통령 봐주기 수사 의혹’ 관련 발언 보도가 그것이다.
당시 출입기자들과 오찬을 하면서 최교일 지검장은 ‘내곡동 대통령
사저 부지 매입 과정에서 배임죄의 소지를 발견했지만 배임에 따른
이익이 대통령 일가에 돌아갔기 때문에 기소하기 어려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결국 대통령 일가가 부담돼 기소를 하지 않았다는 말로 이는 검찰이
청와대의 눈치 때문에 수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뜻으로
연결된다.
더욱이 발언의 당사자도 수사를 총지휘했던 최교일 서울지검장이었기 때문에 당시 식사자리에 있던 기자들이 논의를 통해 사안의 중대성을 확인, 기사화를 결정하고 5시 반을 엠바고 시한으로 정하기까지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YTN 기자도 즉각 이를 데스크(법조팀장)에게
보고하고 우선 단신 기사를 작성한 뒤 리포트 작성에 들어갔다.
그런데 보고를 받은 법조팀장이 ‘단신 처리’를 지시했고, 현장 기자가 리포트 제작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결국 ‘단신’으로 결정됐다.
게다가 이 단신마저 5시 반 엠바고에 맞춰 보도될 수 있도록
작성됐지만 6시 20분에 승인된 뒤 밤 9시 뉴스에서나, 그것도
20번째로 배치돼 4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4줄’로 처음 보도됐다.
결과적으로 당일, 지상파 3사는 물론 ‘YTN 경쟁사들’이라는 MBN 등 종편과 뉴스 Y가 주요 아이템으로 리포트 보도를 하는 사이 오랜 세월 24시간 뉴스채널을 자부해 온 YTN만 ‘눈에 덜 띄게’ 처리되고 말았다.
대부분의 일간지들도 1면 톱 등 주요 지면에 보도한 것은 물론이다.
법조팀장은 현장 기자의 리포트 제작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시 서울지검장의 발언이 해프닝성으로 보여져서 단신으로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고 KBS 법조팀장도 당시에는 리포트 계획이
없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공추위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는다.
법조팀장은 또 ‘만일 해프닝성이 아닐 경우, 파장이 확산되면 하루 이틀 갈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이후에 리포트를 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여론 주도, 발빠른 보도로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할 24시간 뉴스채널
구성원으로서 이해가 가지 않는 인식이다.
더구나 파장이 확산된 이후인 오늘(9일) 사회부 검찰팀의
방송계획에는 북한 보위부의 "김정남 테러 지시" 전화 연결과
‘선거비 의혹' 이석기 의원 기소만 리포트로 잡혀 있다.
서울지검장의 대통령 관련 수사 발언 파문은 해프닝성 단신으로
처리하고, 야당 의원을 불구속 기소 한 것은 리포트로 보도하는 판단의 기준에 대해 노조 공추위는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YTN의 현재 보도국 시스템이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서울지검장이 대통령과 관련해 한 수사 축소 의혹 발언’을 법조팀장이 현장 기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단신 처리’를 결정해서
결과적으로 ‘YTN만’ 축소 보도를 하게 되기까지 보도국내
그 윗선에서는 아무런 논의나 의사결정 구조가 없었다.
도대체 사회부장과 보도국장은 뭘 하는가?
최근 잇단 기사 삭제와 누락, 보도 지연 사례들을 볼 때, 사전에
더 주도적인 보도를 지휘할 정도의 능력은 기대하지 않지만, 이 사안을 어떻게 보도해야 할지는 검토하고 지시했어야 하지 않는가?
최소한 왜 우리가 단신 처리에 그친 사안을 다른 언론사들은 일제히
리포트로 보도하는지 직후에라도 챙기고 조치했어야 하지 않는가?
사회부장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보고만 받았을 뿐 별도의 지시를
한 것은 없다”고 했다.
보도국장 역시 “보고를 받았고 기사 처리를 한다 하길래 알았다고만
했다”며 “보도국장이 일일이 리포트를 하라 단신으로 하라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관련된 서울지검장의 발언이 ‘일일이’인가?
노조 공추위 입장을 떠나 YTN의 한 구성원으로서 심히 우려될 뿐이다.
보도국장은 과거 ‘내곡동 사저 논란과 관련한 전 청와대 경호실장의
발언 보도 누락’ 때는 “몰라서” 보도를 못했다고 했다.
최근 ‘택시기사의 증언’ 보도 누락 때는 “현장 기자들이 보고를
안해서 늦게 알아서” 기사 처리를 지시 못했다고 했다.
이번 사안과 마찬가지로 모두 ‘YTN만’ 빠지거나 뒤쳐진 것들이다.
YTN의 공정성은 물론 기본적인 경쟁력까지 이처럼 걱정될 때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2012년 10월 9일
YTN 노동조합 공정방송추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