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 성명>김재철 해임은 ‘MB 방송장악’ 청산의 첫걸음이다
-해직사태 장기화 책임자 YTN 배석규 사장도 결단하라
“MBC의 독립성을 못지키면 나를 한강 다리에 매달아버려라.”
MBC 사장으로서 출근 첫날 지키지 못할 약속을 호기있게 장담했던 김재철 사장이 방송문화진흥회의 뒤늦은 대응 속에 결국 쫓겨났다.
우리는 여기서 ‘방송 폭군’의 비참한 말로를 본다. 안팎의 사퇴 압박을 보란 듯이 비웃던 그는 최초로 해임된 MBC 사장이라는 기록을 세운 불명예의 주인공이 됐다. 기자·PD 10명을 해고하고 100명이 넘는 사원을 징계한 극악한 만행을 저지른 장본인으로서 그 오명은 언론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그러나 갈길이 멀다. 무엇보다 MBC의 ‘얼굴’들을 제자리로 돌리는 일이 시급하다. 강지웅, 박성제, 박성호, 이상호, 이용마, 이채훈, 정영하, 최승호 등 부당하게 해고된 MBC 해직언론인들은 조속히 복직돼야 한다. ‘신천교육대’에 유배당해 공정보도 대신 샌드위치를 만들어야 했던 MBC 인재들이 취재제작 현장으로 돌아와야 한다. 법원의 판결도 있었듯이 엉뚱한 곳으로 보복 발령받은 사원들이 MBC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즉시 투입돼야 한다. 겹징계의 모멸감에 떠난 최일구 앵커도 다시 마이크를 잡아야 한다.
또한 후임 사장은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MBC를 나락에서 구해낼 신망받는 인사가 선임돼야 한다. ‘김재철 체제’에서 후배들을 탄압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들은 단연코 배제돼야 할 것이다.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유용 등 배임 횡령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한 감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아울러 김재철 사장의 퇴진은 MB정권의 언론장악 유산을 청산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특히 해직사태 장기화의 책임자인 YTN 배석규 사장은 더 늦기 전에 거취를 결단하라.
사실 배석규 사장은 김재철 사장에게 가려져있었을 뿐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배 사장 취임 이후 내린 징계만 해도 16 건에 이른다. 보복 징계성 인사 남발, 돌발영상 등 비판적 프로그램 축소, 회사 경쟁력 악화 등 한 일도 비슷하다. 국회 출석을 요구받을 때마다 해외출장을 떠난 모습도 김재철 사장과 너무 닮았다. 1심에서 끝날 수 있었던 해직사태를 안팎의 화해 종용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질질 끌어오고 있는 것도 배 사장의 책임이 크다. 더욱이 MB정권의 3대 의혹 중 하나인 민간인 불법사찰에 주요하게 거론되는 언론사 사장은 배 사장이 유일하다.
MBC와 더불어 YTN의 정상화는 한국 언론계가 ‘MB의 족쇄’을 끊어내고 새로운 시대에 전념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제다.
2013년 3월26일
한국기자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