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순례10일째]
"다시 일하고 싶어 수술복 입었습니다"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가 진주만이 아닌
대한민국의 문제인 이유
-'폐업' 병원에는 아직도 갈 곳 없는 환자 2명이...
-농성과 간호 병행해야하는 간호사들의 슬픔
30여 명의 간호사 분들이 우리를 마중나오셨어요. 우리가 보도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우리는 단 한 줄의 기사도 쓰지 못하고
있잖아요. 힘내라고 응원해드리는 것 밖에는 없는데...의료원 분들이 저희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었어요. 그래도 우리 YTN 동료들은
우리가 보고 느낀 걸 남다르게 되짚어 봤으면 합니다.
-국토순례 중인 정유신 조합원. 6월 19일 진주의료원 방문 후 한 인터뷰에서...
해직기자들이 국토순례를 떠난지 어느덧 열흘이 지났습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셈 해 보니 190km가 좀 넘는군요.
하지만 앞으로 더 걸어야 할 길 역시 200km가 훨씬 넘습니다.
킬로미터로 순례의 의미를 측량할 순 없지만 지금까지 보고 들은 이 땅의
고통과 아픔이 아직 반도 못 미치고 있다는 대강의 상념은 가능하겠죠.
어제(19일), 해직순례단은 밀양을 떠나 진주로 발길을 옮겨 진주 중앙시장에서
진주의료원까지 17km를 걸었습니다.
어제 역시 가는 길마다 고맙고 반가운 분들의 환영과 동참이 이어졌습니다.
타사 동료 언론인들이 손수 만든 가슴 뭉클한 피켓도 접했구요.
직접 둘러본 진주의료원은 분노와 슬픔이 교차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진주의료원 폐업사태가 어째서 진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현안인지
알게 됐습니다.
해직자들의 진주 여정...사진으로 함께 느껴보겠습니다. (YTN 해직기자들은
미디어피폭지를 방문할 때 만나게 되는 분들과 인터뷰 취재를 합니다. 취재된 인터뷰
동영상은 별도로 YTN 노조 홈페이지나 유투브,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 함께
게재됩니다.)
오늘도 다른 날처럼 출발은 힘차게!
새들의 인도를 받으며...
진주중앙시장을 들어설 때였습니다. 적지 않은 분들이 순례단을 뜨겁게 환영해주시는데...
부산과 울산, 진주 등지에 계신 동료 언론인들이었습니다. 반갑게 웃는 얼굴 뒤편에 노란 색의
피켓이 눈에 띄죠?
언제 이런 걸 준비해두셨는지...진주 MBC 동료들이 직접 손으로 만드신 거랍니다.
아..가슴이 제법 뭉클해지네요.
연대(특정학교 말고...)의 뿌듯함이란...맨 오른쪽 분은 순례단을 17km나 마중 나와 함께 걸으신
진주의료원 노동조합 박석용 위원장.
곧장 진주의료원을 향해 걸었습니다. 울산 송전탑 가는 길처럼 멋진 강변길이더군요.
걸으면서 박석용 노조위원장을 인터뷰했습니다.
"전국에는 34개의 지방 공공의료원이 있습니다. 진주의료원 폐업의 원인으로 제기된 적자누적 등은
비단 진주의료원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체 공공의료원 운영과 지역 공공의료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얘기해야 할 때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면 공공병원을 강제 폐업하는 첫 사례가 되면서
돈 때문에 대한민국의 공공의료를 포기하는 신호탄이 되는 것입니다."
4시간 정도를 걷고 또 걸으니...
저기 진주의료원이 보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큰 병원이더군요. 홍준표 지사가 이 곳을 자신의 공약을 지키기 위한 청사로 활용하려 한다는
말도 들었는데 건물만 보면 허튼 말 같지도 않고요.
돈 보다 생명...순례단을 반겨주는 말이 인상 깊습니다.
병원을 지키기 위해 농성 중이신 간호사 등 조합원들이 따뜻하게 환영해주시네요
출입을 금한다는 폐업 안내판이 '사람을 반으로 자른' 표지와 함께 정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런 걸 모순이라고 하나요, 아이러니라고 하나요? 폐업 공고 옆 응급실 문 앞에는 진주의료원이
보건복지부가 평가한 최우수 응급의료기관으로 2년 연속 선정됐다는 자랑이 걸려 있습니다.
내부를 둘러봤습니다. 폐업사태로 엉망일 줄 알았는데 바닥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합니다. 농성을 하면서도
병원 내부 청결은 항상 유지한다고 합니다. 병원 내부 청결..? 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병원에는 아직 환자 두 분이 계신다네요. 대부분 옮겼지만 환자 두 분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신데다가 갈 곳이 마땅치 않아 퇴원을 못하고 있다는군요.
병원이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시고, 갈 곳도, 돌봐줄 보호자도 없는 환자 두 분은 병원 지키기
투쟁 중인 간호사들이 돌아가면서 돌봐드리며 농성과 간호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 이분들과의 간담회에서 알게 된 내용
의사들은 경남도가 모두 해고를 통보하면서 모두 떠났습니다. 현재 공중보건의와 함께, 인근 대학병원
교수들이 일주일에 세 차례 와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병원 측이 용역 직원들을 투입해 농성자들을 끌어내려다 실패하자 노조 집행부에 대해 하루 백만 원, 조합원들에게는 50만 원의 강제이행금을 물리겠다며 소송 제기했고
내일 첫 재판이라고 합니다.
월급은 커녕, 자칫 하루 수십만 원의 벌금을 내가며 환자를 돌봐야 하는 말도 안되는 일이 과연 대한민국에서
벌어져야 하겠습니까?
병원을 돌아보던 중 수술복을 입은 한 간호사와 마주쳤습니다. '수술도 하나?' 놀라서 환자 때문에
수술복을 입으셨냐고 물었더니 "다시 일하고 싶어서 입었다"고 말하더군요.
간담회에서는 "홍준표 지사가 우리를 강성귀족노조라고 하는데, 우리는 5년 동안 임금 인상 없이 동결했고, 그것도 7~8개월 동안 체불되기도 했다. 그런데 어떻게 '강성귀족'이란 말이냐. 경남도와 홍준표 지사의 주장이 하도 왜곡이 많아 그것을 바로 잡지 않고는 억울해서라도 투쟁을 그만 둘 수 없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노조를 향해 '신의 직장'이라면서 '환자(외래) 200여명, 직원 250여명, 직원들의 하루 일과는?'이라며 마치 직원 1명에 환자 1명인 것처럼 해놓았는데, 폐업 발표 당시에만 입원 환자가 200명이 넘었고, 외래환자도 많았으며, 직원들은 진료․간호뿐만 아니라 관리․총무 등 업무까지
포함시키면서 사실을 왜곡하는 데에 말문이 막힐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