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하기 어렵다. 그래도 한 마디로 규정해보자. 상식과 몰상식의 싸움이다. 억지로 규정하자면, YTN사태는 상식과 몰상식의 싸움인 것이다.
큰 틀의 내러티브가 있다. 객체별로 작은 이벤트들도 발생한다. 불법주총, 긴급체포, 고소와 기소 그리고 몰래카메라 등. 그것은 큰 줄거리를 방해할 만큼 강하고 잔인하다. 어떤 논리도 구성되지 않은 채, 다만 권력자들의 즉흥적 선혈을 통해 그들의 손아귀서 새빨갛게 흘러나오고 있던 것들이다. 조악한 그것엔, 자비며 관용이 없다. 희망이나 타협도 기대할 수 없다. 죽일 만큼 죽이고 밟을 수 있을 만큼 밟는 것이다.
그렇게 33명이 징계를 당했다. 6명의 해직 8명의 정직, 그리고 셀 수 없는 감봉과 경고 등. 사측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활용한 이후, 공권력의 힘을 빌려 모두 21명의 조합원을 경찰과 검찰에 고소와 기소 등을 했다. 80년대 군부정권 하에서나 볼 수 있는 언론인 탄압이 동시대 YTN에 면연이 자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가만있을 수 있었겠는가? 동료 선후배들이 예봉에 잘려갔다. 피 흘리다 귀 잃고, 이어 눈도 잃었다. 한 가정의 가장, 귀여운 아이들의 아버지. 조합원들은 연대로서의 동지애를 생각하며 눈귀 잃은 그들에 대해 고통의 십시일반을 자처해 주었다. YTN노조의 투쟁이 질겼던 것은 몰상식에 대한 저항, 그리고 무엇보다 질겼던 동지애 덕분이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지난 10월 6일, 해직 1주년이 되던 날. 조합원들은 해직자들을 위해 소찬한 1주기를 마련해주었다. 자축 또는 애통할 일인지조차 정립되지 않을 만큼 빨랐던 시간. 흘러간 영상을 상영해 가며, 대견한 박수와 회환의 눈물이 하나의 사람 위에 동시적으로 교차 해 갔다. 끝날 때가 됐는데 싶은 귀로의 욕구 또 떠나온 만큼의 복귀. 하지만 해직 6명에 대한 완전복직이 성사되지 않는 한, 그것은 사막의 신기루라는 것을 조합원들은 알고 있었다. 1년을 버텼다는 자축의 의미도, 이어 투쟁의 상징성까지, 또는 징계폭거를 휘두른 사측의 인사위원들에 대한 원망조차도. 실상 복직이라는 두 글자 앞에서는 어떠한 의미도 퇴색되고 말았던 것이다. 선행 논거도 필요 없다. 조합원들의 가장 큰 염원은, 해고자 6명에 대한 완전복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잘 싸워왔다. 특보 사장에 대한 상식적 저항, 그리고 퇴진. 공정방송이라는 YTN의 가치지향을 위한 노사 공정방송협약 등의 성과는 단연 단편적 승리라 얘기할 수 있다. 보다 큰 승리는, 너와 내가 다른 것에 대한 차이가 아닌 우리로서의 ‘어울림’ 발견에 있었다. 통상 갈등과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의 이타적 심경은, 협업이라는 방송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노조의 투쟁은 ‘그것’을 발견하게 해 주었다.
이제는 종지부를 찍을 때가 됐음을 안다. 몰상식에 저항했고 상식을 외쳤다. 보도 자유를 불렀고 공정방송이라는 지향점도 공유해 갔다. 남은 것은 산고의 고통을 참아준 그들. 해직자, 아니 정직자, 아니 그들을 품어준 무수한 조합원과 연대로서의 동지. 바로 그들을 위해 우리는 고통을 덜고 멀리 온 험로의 모든 여정을 복기 해 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들이 바로 이 모든 것을 감당해 준 진정한 의미의 산모였기 때문이다.
공은 재판부로 넘어갔다. 노조의 징계무효 소송은 오는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재판부의 판결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민사사건명 ‘징계무효확인건’ 사건번호 ‘가합101129’ 원고는 YTN노조위원장 외 조합원 32명. 길었던 지난 1년의 투쟁기간이 플래시백 된다. 움켜 쥔 두 손, 때론 심각한 얼굴. 모든 장면 위로 재판부의 ‘온당한 판결’을 염원하고는, YTN노조는 오늘도 동지의 어깨에 희망을 두드린다.
법정 복도는 차갑다. 가로 꼰 다리 위 구두는 간밤 성실히 닦았는지 수석부위원장의 성격을 닮아있다. 어찌되었든 재판정의 무더운 방청석을 벗어난 그의 얼굴은, 이제는 차갑고 시원한 복도의 냉정함을 바라다보며, 전등 속 불빛, 아스라한 반사와 기력 잃은 밟음을 드려내고는, 어둔 속 차가움의 반짝임을 한소끔 기대해 보고 있다. 모든 상식은 상식으로 승리할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다잡고는, 그렇게 굳은 입술을 매만지며, 그렇게 원고의 승소를 기대해 보고 있는 것이다.
13일, 민사소송의 판결을 기대해 본다.
글 : YTN 서정호 조합원 (카메라기자협회보 기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