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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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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일기⑥] 1982, 2008 여름

마니아 편집팀2 | 2009.02.24 | 조회 9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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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전 1982년 저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습니다.
학교가 서강대 건너편에 있어 친구들과 가끔 서강대 앞 분식점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해 여름 방학을 얼마 앞둔 어느 토요일 대입 학력고사를 준비한다는 핑계로 학교에 남아 공부하기에 앞서 그 분식점에서 친구 대여섯 명과 점심을 먹었습니다. 식사를 하고 나오는데 어느 상점에서 강도야 하는 외마디 소리가 들려왔고 두 사람이 후다닥 도망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갑작스런 상황에 경황이 없을때 친구 한 명이 강도들을 쫓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다른 친구들을 보았는데 쫒아갈 기색이 없었습니다. 한 친구는 벌써 강도를 쫒아 수십미터를 뛰어갔고, 그 친구 혼자 갔다가 봉변 당할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렇다고 내가 강도 잡을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순간 만감이 교차 했지만 저도 그 친구를 쫓아 뛰었습니다. 서강대 앞에서 신촌 굴다리를 지나 홍대 쪽으로 수백미터를 쫒아갔습니다. 결국 강도 가운데 한사람이 막다른 골목에 몰렸고 우리는 그 자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신고를 받고 온 경찰들에게 강도를 넘기고 난 뒤 경찰이 그 강도의 몸을 수색하자 허리춤에서 정으로 보이는 흉기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월요일 중고등학교 전교생이 참석하는 조례때 마포경찰서장이 주는 표창장과 상품을 받았습니다. 태어나서 그렇게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표창장엔 " 정의감에 불타 평소 ... 도둑을 위험을 무릅쓰고 추격 격투 끝에 붙잡아 경찰관에게 인계한 공을 높이 치하하여 이에 표창함"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2008년 여름 흉기만 들지 않았지 한 강도같은 자가 ytn을 거저 삼키려고 나타났습니다. 그는 대통령 후보의 특보를 했다는 경력이 강도의 흉기보다 더 큰 무기가 된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자연인인 한 언론인이 권력의 주구에 저항한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닙니다. 또 ytn 노조와 조합원들이 과연 정권의 낙하산 인사를 제대로 막아낼 수 있을까 하고 스스로 의심도 했습니다. 나이도 먹을만큼 먹어 열심히 나서지 않아도 누가 뭐라 할 사람 없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현덕수의 단식과 최기훈의 절규... 날강도를 잡겠다고 앞서 뛰어나가는 후배들을 가만히 넋 놓고 뒤에서 볼수만 없었습니다.

고등학교때 한 친구가 혹시 어떻게 될까 걱정돼 따라 나섰더니 경찰서장이 용감한 시민상을 주었습니다.
그 고등학생이 어느덧 40대 중반, 중년의 나이가 됐습니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가나요. 불혹이 다된 후배들이 혹시 외로울까봐 길을 따라 나섰더니 이번엔 시민들이 종이학 천마리를 접어 주었습니다.
2008년이 저물어 갑니다.
저에게 2008년 여름은 1982년 그해 여름만큼 길고 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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