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는 미국 정치를 분석하고 민주당의 승리전략을 논한 책입니다. 부시에게 두번 연속 패한 민주당은 왜 평범한 미국 서민들이 코끼리로 상징되는 보수 정당인 공화당에 투표를 할까하고 고민했습니다. 한가지 예로 미국 공화당도 한나라당이 세금 폭탄이란 말을 썼듯이 세금 구제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감세를 세금구제라는 긍정적인 표현으로 바꿔 공화당은 미국국민들에게 호응을 얻었습니다. 세금폭탄도 마찬가지죠. 한나라당의 세금폭탄이란 주장에 대해 민주당이 세금폭탄이 아니다라고 말해 봤자 결국 그 싸움의 주도권은 의제를 설정한 쪽에서 이기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상대방이 어떤의도를 가지고 선택한 언어의 프레임에 갇혀서 그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순간 결국 지는 싸움을 하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ytn 노조는 미국 민주당이 공화당을 상대로 하는 싸움보다 훨씬 어려운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정권과 대주주의 지원을 받는 구본홍과의 싸움에서 노조가 갖고 있는 무기는 조합원들의 단결력과 명분 뿐입니다. 사측에 비해 현실적으로 전투력이 떨어지는 ytn 노조가 반년이 넘게 어려운 투쟁을 이어가는 동력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리 노조가 떨어지는 전투력을 창의력으로 극복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측이 어느 누구로 부터 칭찬도 받지 못하는 고소와 징계 등으로 노조를 압박할때 노조는 파업이란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갖가지 새로운 의제를 제시하면서 여론을 유리하게 끌어가고 있습니다.
구본홍씨 출근저지 관련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난 뒤 몇몇 조합원들은 노조의 투쟁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노조집행부는 구본홍 반대 투쟁 시즌2를 잘 이끌고 있습니다.
최근 또 방통위의 승인보류 결정과 관련해 사측이 노조의 투쟁으로 승인취소가 날 수 있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ytn의 현재 노사분규는 온당치 않은 인사가 사장으로 선임됐기 때문에 촉발됐습니다. 분규의 근본원인을 살핀다면 조합원들이 투쟁을 접을지 말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구본홍씨의 진퇴여부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조집행부는 승인취소를 노조투쟁과 연결시키려는 사측의 의도를 슬기롭게 극복해가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ytn 노조가 결코 이기지 못할 싸움이라고 여겼던 투쟁이 지금은 노조가 쉽게 지기 힘든 싸움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ytn 노조와 조합원들은 지금 코끼리를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노조집행부와 조합원들이 하나가 돼 투쟁의 의제를 새롭게 마련해 가는 창의력이 더욱 필요할 때입니다.
2008. 12. 16
해직기자 우장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