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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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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일기] 해직, 그리고 1년

마니아 편집팀 | 2009.10.17 | 조회 9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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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고등학교 동창친구가 장인상을 당했습니다. 빈소가 마련된 고대 안산병원으로 가려는데 고등학교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10년만의 전화통화였습니다. 후배는 자신의 집이 안산이라며 장례식장에 언제 올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장례식장에 조문을 하고 동창 선후배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후배가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아닌가 싶었는데 후배가 맞았습니다. 10년만에 만난 후배는 너무 말라있었고 병색도 있어 보였습니다. 한시간 정도 얘기를 나누고 집에 가려는 후배가 장례식장 근처 자신에 집에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후배는 77세 되신 어머니와 둘이 살았습니다. 후배 어머니를 처음 뵌 건 1984년, 그러니까 제가 대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후배는 그해 서울대 경영대에 입학했는데 결핵이 걸려 휴학을 하고 어머니의 고향인 경북 영덕에서 요양을 했습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저는 농촌활동을 다녀오자마자 후배가 있는 영덕으로 갔습니다. 어머니는 서울에서 온 아들의 선배를 극진히 대접해 주었습니다. 후배는 어머니가 결핵에 좋다며 뱀도 삶아주고 멍멍탕도 많이 해 주었다며 건강에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몇 년 뒤 후배는 복학을 하고 대학을 무사히 졸업했습니다. 그런데 후배의 병은 완쾌되지 않았습니다. 병원에 다니고 약을 먹었는데 결핵균이 약에 내성이 생겨 후배는 평생 결핵균과 같이 살 처지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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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살이 된 후배는 아직 결혼을 하지 못했습니다.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했지만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후배의 어머니는 오랜만에 저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후배는 어머니와 함께 집에서 생활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후배가 인터넷을 보면서 항상 해직기자가 된 제 걱정을 한다고 말씀했습니다. 후배의 얘기도 들었지만 어머니의 얘기를 더 많이 들었습니다.  후배가 초등학교때 남편을 잃은 어머니는 하나뿐인 아들에 온 정성을 쏟았습니다. 어머니는 후배가 대학을 다니면서 저와 어울렸던 시절을 어제처럼 생생히 떠올리고 계셨습니다.  어머니는 그러면서 모든 것이 다 잘 될 것이라며 제게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후배의 집을 다오면서 저는 후배에게 어머니에게 잘 해드리고 말했습니다. 저도 후배처럼 45년동안 한집에서 살아온 76세 되신 저의 어머니 생각이 나서 후배에게 잘 안하던 훈계를 했습니다.  어머니의 뜻을 제대도 살펴드린 적 없는 제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우습기도 했지만... 후배는 제 말에 어머니가 계시지 않았다면 자신은 지금까지 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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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6일 YTN 후배들이 해직사태 1년을 맞아 조촐한 행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사회를 맡았던 후배들은 해직기자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서 그리고 후배들을 대신해 해직기자의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마운 말입니다. 그러나 후배들이 그런 부담을 갖고 해직된 선배를 대하는 것 또한 선배들에겐 부담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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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 1년을 맞아 여러 언론매체에서 해직기자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지난 1년 어떻게 지냈고 앞으로 어떻게 지낼 계획인지 등을 물었습니다. 지난 1년도 비교적 씩씩하게 살았지만 앞으로 언제 끝날지 모를 해직기자생활도 더욱 씩씩하게 살아갈 각오를 다집니다. 그리고 제가 희망과 용기를 갖고 살아가는 모습이 안산에 있는 후배와 후배의 어머니에게도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장균 19번째 해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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