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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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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달 노트] 한때 미웠던 그가

마니아 편집팀 | 2009.05.24 | 조회 9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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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나는 대학생이었다.


김장철이어서 부모님과 함께 배추를 잔뜩 사들고 집 현관에 들어서다 텔레비전을 켜니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었고, 그의 사진이 화면에 떠오르자 나는 팔을 들고 ‘만세’를 외쳤다. (엄마는 ‘네 친척이냐’면서 핀잔을 줬었다… )


그때 대학생이던 나에게 그는 정직함과 개혁, 소신, 새로움 어떤 이런 것의 상징이었다. 당시 마치 정의가 승리하기라도 한 것처럼 너무나 기뻤다. 나는 노사모도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당시 내 느낌은 그랬다. 그는, 처음으로 투표권을 가지고 찍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기자가 됐다.


그런데 기자가 되어서 바라본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은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당시 나는 ‘무능한 것보다는 구악이 나을 때도 있지’ 라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그의 직설적인 화법에 ‘저 사람 정말 성격 꼬장꼬장하네 왜 저렇게 문제 일으키는 걸 좋아하는 거야’ 하고 생각할 때도 많았다. 이래저래 지지자와 반대자들 모두에게서 지지를 얻지 못한 채 그의 임기가 흘러갔다. 때로는 그가 왜 그를 당선시킨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지, 미워했다.


그리고 그가 퇴임하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정권이 바뀌니 내가 몸담은YTN이 당장 직격탄을 맞았다. 대통령 특보 출신 낙하산 사장에 반대하다가 6명이 해직되고 33명 징계받고, 아직도 아픔은 계속되고 있고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렇게 투쟁이 ‘생활화’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나는 다시 노무현 정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노 전 대통령 미워서 MB찍었다’는 사람들이 많았었기 때문에,


MB를 대통령으로 만든 그가 또 밉기도 했었다. 그리고 '무능한데다 부지런한데

의도가 나쁜 인간을 만나면 정말 파국이 오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밑바닥부터 이해하고 실천하려고 한 통치자였다. (그래서 가끔은 스스로 그렇게 대통령의 권위를 ‘세우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얼마 전에 만난 한 공무원이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 정권 때는 비록 말도 많고 느리게 진행되기는 했지만 크게 보면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권력에서 국민들에게 더 많은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일했다.’고. 그런데 지금은 ‘완전 반대’라고.


그는 최고 통치자의 자리에 올랐지만 역설적으로 권력을 ‘해체’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권력이란 게 꼭 정치권력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헤게모니 해체라는, 일종의 패러다임 변화를, 억지로라도 가져오고 싶어했다. 중앙에서 변두리로, 서울에서 지방으로, 중앙일간지에서 인터넷 매체로… 청와대 브리핑룸에 인터넷 매체가 들어갔던 것도 이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런 시도들은, 당연히 반대에 부딪혔고 동시에 자신의 권력도 약화되는 결과를 불러왔다.


그래서 그랬을까, 그는 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때 ‘노무현이’였다. 하다못해 다른 전직 대통령들은 YS니 DJ니, 이니셜로라도 불리는데, 그는 이니셜조차 얻지 못하고, 세인의 입에 ‘노무현이’라고 불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


(나는 얼마 전 한 전직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연설하면서 끝까지 여러 차례 ‘노무현이’라고 부르는 걸 보고 경악한 적이 있다)


YTN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하면서, 나는 분신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정말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을 때… 이건 정말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아닌 것 같을 때… 불이라도 확 싸지르면 이 억울함을 세상이 알아줄까 하는 그런 생각…


‘담배 있나’


라는 마지막 말을 건넸을 때, 그도 그런 마음이었을까? 수천억을 챙겨도, 멀쩡한 시민들을 수없이 학살해도 고개 빳빳이 들고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는 끝까지,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존중을 받지 못했다. 액수가 얼마가 됐던,


부정한 돈을 받은 것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검찰의 수사는 참으로 노 전 대통령 ‘망신주기’에 많은 초점이 맞춰 있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반면에 이번 정권은, 권위를 인정하지 않거나 비판하는 자들에게는 옆구리에 칼을 들이대며 고개 숙일 것을 강요하는 정권이다. 공권력도 함께 칼춤을 추며 발맞춘다. 심지어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있는데, 일이 벌어지고 나면 이후에는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라며 그 이름에 먹칠까지 한다. 많은 이들이 그 속에서 ‘한’이 맺혀간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한’이 쌓여가는데, 이 정권의 말로가 좋을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정말 우울하다.


그리고 이제는, 한때 미웠던 그가, 차라리 그립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글 작성 : YTN 보도국 김수진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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