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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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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일기⑭] 어머니

마니아 편집팀 | 2009.04.30 | 조회 11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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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어머니가 인공 무릎 관절 수술을 받았습니다. 마흔 여섯 해직기자인 아들과 일흔 여섯 어머니가 함께 병원에 갔습니다. 모처럼 아들이 운전하는 차를 탄 어머니는 안색이 편치 않았습니다. 다음날 있을 수술이 걱정됐기 때문이죠. 어머니는 다소곳하게 소녀처럼 물끄러미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문득 고희를 훌쩍 넘은 어머니가 여동생처럼 느껴졌습니다. 


  낙하산 사장에 대한 업무방해를 실질적으로 주도했다는 혐의로 해직기자가 되기에 앞서 회사는 초등학생 다루듯 집으로 징계위원회에 나오라고 등기우편을 보냈습니다.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 고통을 안겨 주겠다는 속셈이었겠죠.  낙하산 사장과 회사간부의 의도대로 집에서 징계위원회 출두 등기우편을 받은 어머니는 심한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어머니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아직도 품안의 자식으로 생각하십니다. 낙하산 구본홍 씨 출근에 맞춰 나오기 위해 몇 달 동안 집에서 아침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회사에 나오면 노조에서 준비한 주먹밥이 있었는데 어머니는 새벽 일찍 일어나셔서 아들이 먹고 가기 좋게 매일 호박죽이나 고구마 등을 식탁위에 준비해 놓았습니다. 먹고 싶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해직의 고통을 드린 아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잘 먹고 다니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는 요즘 걱정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어머니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는데 하나밖에 없는 딸이 마흔이 넘어 미국으로 이민 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평소 무뚝뚝한 아들보다 살가운 딸을 때론 친구처럼 때론 여동생처럼 많이 의지 했는데 이민을 가면 아무래도 쉽게 볼 수 없게 되겠죠.


  이민을 최종 결정하기에 앞서 매제는 여동생에게 “형님이 평소 나에게 살갑게 대해주지 않았지만 항상 옳은 생각을 해서 자랑스럽게 생각했는데 이번에 형님이 옳은 일을 하고도 강제 해직 되는 것을 보고 이런 나라에 더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여동생이 이민을 가는 것은 미국에 매제의 친척이 있고 조카의 교육을 위해서 결정한 것입니다. 그래도 매제에게 평소 잘 해주진 못했다는 생각이 여동생 가족들을 멀리 보내기에 앞서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합니다.


  여동생이 이민을 가면 여동생이 했던 몫까지 해야 될 텐데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마음은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지 쉬운 것 가운데 하나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세월은 유수와 같습니다. 풍수지탄... 효도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아픔이  예외 없이 찾아온다는 엄연한 사실을 잘 알고 있건만 이 나이 되도록 어머니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한 기억이 없습니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지만 생명체가 만약 윤회한다면 저는 비오는 날 어머니 무덤가에서 우는 청개구리가 될 것 같습니다.


2009.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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