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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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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선택] 승리했는가? 패배했는가?

마니아 편집팀 | 2009.04.07 | 조회 9824

승리했는가? 패배했는가?


YTN 분규를 해소하기 위한 노사 합의가 나온 이후 어느 한 쪽에서는 우리의 투쟁이 패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잃은 것은 많은데 얻은 것은 없다는 비판과 더불어 백기투항이라는 해석도 나오는 모양이다.

 

모두가 이번 투쟁의 본질을 직시하지 못한 잘못된 결론이다. 두 가지 점에서 중대한 인식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첫째 이번 투쟁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투쟁의 본질은 YTN의 공정방송 구도를 훼손하려는 세력의 공격에 맞서 공정방송을 방어하겠다는 YTN 노조가 전면 대결을 벌인 사건이다. 공격자의 목표는 당연히 YTN을 장악하는 것이었고 방어자의 목표는 그 같은 불순한 의지를 꺾고 공정방송 틀을 방어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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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9일 동안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난 이후 공격자와 방어자가 각자의 목표를 달성했는가를 보는 것이 이번 전쟁의 승리와 패배를 구분하는 오직 하나의 기준이 된다.


공격자들은 YTN을 장악해서 공정방송을 훼손했는가?


그렇지 않다. 공격자들은 엄청난 규모의 자원을 동원해 치명적인 공격작전을 벌였지만 방어자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특정 정파에 유리한 편향적 보도를 일삼는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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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결과는 권력의 입장에서 본다면 참으로 초라한 성적표가 된다. 해직과 정직, 고소와 고발, 협박과 회유 등 회사 차원에서 진행된 압박 조치는 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막강한 정부 기관을 통해 회사 사업 허가권 재승인을 인질로 사상 최악의 저열한 협박이 동원됐고 정권의 권력자가 수시로 회사에 대한 불이익을 거론하면서 탄압의 선봉장 역할을 했으며 대주주가 갑자기 주식을 팔아버리는 등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총체적이고 다면적인 공세를 취해왔음을 우리는 되새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의 막강한 권력 기관과 권력자들이 특정 언론사 노조원 406명을 굴복시키기 위해 총동원된 사례도 들어본 적이 없거니와 융단폭격과도 같은 공격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굴복시키기 못했다는 것도 또한 역사에 남을 만큼 희귀한 일이기도 하다.


성적표가 초라해도 전쟁의 목표를 달성하기만 하면 이해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공격의 최종 목표는 YTN 공정방송을 지키고자 하는 YTN  사원들의 의지를 분쇄하는 것이었으나 오히려 공정방송에 대한 YTN 사원들의 의지는 철옹성처럼 강고하게 유지되고 활화산처럼 분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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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방송을 훼손하는 그 어떤 움직임 하나라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의는 오히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철벽을 만들어냈다. 259일의 투쟁을 거쳐 우리는 공정방송을 위한 사상 최강의 감시단이 구성됐으며 406명으로 이뤄진 이 철의 조직은 결속력과 동료애, 애사심 측면에서 그 어떤 조직과도 비교할 수 없는 투쟁력을 보유하게 됐음을 알게 됐다.


이에 반해 우리의 전쟁은 공정방송을 훼손하려는 세력에 대해 공정방송의 틀을 지켜내는 것이었으며 우리의 목표는 최소한 현재까지는 관철됐으며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선포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난 259일 매일 같이 승리했으며 지금도 승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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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우리는 백기투항 운운하는 평가에 담겨 있는 두번째 오류를 지적할 수 있다.


우리의 투쟁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백기투항이라는 평가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마찬가지로 압승이라는 개념도 들어맞지 않는다.


우리의 투쟁은 공정방송을 사수하는 투쟁이며 이것은 특정 시점에서 끝나거나 완성되는 성격이 아니다. 어제 하루 공정방송이 이뤄졌다고 해서 내일도 공정방송이 이뤄질 것으로 믿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 나라 역시 온갖 종류의 인간이 공존하는 보통의 사회라는 점에서 언제 어느 때 공정방송의 틀을 훼손하고 사리사욕을 위해 언론을 활용하는 세력이 나타날 지 모르기 때문에 공정방송을 위한 투쟁은 어느 한 순간도 멈춰서는 안되는 성격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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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정방송을 사수하기 위한 우리의 투쟁에서 전략적 선택을 통해 국면을 전환해왔다.


사장 출근 저지 투쟁 국면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의해 사장 반대 투쟁으로 변경됐다. 재승인 국면에서는 유연하고 현명한 노사 합작 전술이 동원됐다. 최근 전개됐던 파업 국면에서는 우리의 투쟁 역량이 3배, 4배로 늘어난 기적적인 감동의 현장을 우리는 목격했다. 이제 우리는 우리에게 닥친 조건의 변화에 맞춰 조성된 새로운 국면에서 이에 맞는 새로운 전략과 전술로 투쟁함으로써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영원한 우리의 투쟁을 전개하는 과제를 안고 있을 따름이다.

투쟁은 계속될 뿐 승리의 선언도 필요 없고 패배의 인정도 성립되지 않는 영원한 투쟁이 바로 우리 투쟁의 본질적인 속성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투항 등등의 단어를 사용할 수도 없고 사용해서도 안 되는 것이며 이번 합의문 서명이 노조의 패배라는 식의 인식은 국제기자연맹이 영웅적이며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한 투쟁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오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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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공정방송 틀을 훼손하려는 세력의 공격은 실패했다.

공격자들에 맞서 공정방송 수호에 나선 우리들은 현재까지 공정방송을  수호해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 이 순간까지 승리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공정방송을 수호하는 전선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동시에 그 어느 조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수준의 동료애를 발전시키고 강화시켜왔으며 우리가 그 어느 회사 사람들에게서도 찾을 수 없는 애사심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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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쟁에서 승리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상당한 수준의 손실을 입은 점까지 긍정적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해고자 복직에 대한 전망이 명확하지 않은 점은 유감스런 부분이다.


그러나 공정방송 수호를 위한 투쟁이 끝나지 않은 것과 더불어 해고자 복직을 위한 투쟁도 종료된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종료되지 않은 투쟁에서 승리와 패배를 말하는 것은 부적절한 상황 인식이며 적확한 사태 인식이 없이 효과적인 전략을 세우고 전진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공정방송을 제도화하는 문제는 이번 투쟁에서 우리가 가시적인 성과물로 내세울 수 있는 항목에 속한다.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도 공정방송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없으며 사측도 역시 공정방송에 대한 의지를 밝힌 바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공정방송 제도화를 위한 투쟁은 노와 사가 대립할 필요도 없이 모두가 함께 손잡고 이뤄내야 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의 승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해야 한다.

"우리의 투쟁은 계속돼야 하고 계속되고 있으므로 승리와 패배를 말할 수 있는 성질의 투쟁이 아니다."


그래도 또다시 묻는다면 우리는 자신있게 대답해야 한다.

"우리는 승리하고 있다."

글 작성 : YTN 왕선택 조합원 (보도국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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