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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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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일기] 피자의 아침

마니아 편집팀 | 2010.07.01 | 조회 9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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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의 아침” 

  "우리는 뉴스채널 YTN 기자들이다. 아니, 기자들이었다. 2008년 10월 6일, 우리의 시계는 멈췄다. 2008년 7월, 대선 당시 특정후보 캠프에 있던 사람이 사장으로 왔다. 이에 항의했던 6명의 기자가 해임됐다. 우리는 아직도 기자인가? 2010년 6월 우리는 지금도 거리에 서 있다"

  PD수첩 20주년 특집에서 노종면 YTN 해직기자가 직접 내레이션을 한 글의 일부입니다. 한국기자협회장, 전국언론노조 민실위원장 등으로 일하고 있는 YTN 해직기자 6명이 엄밀히 말해 아스팔트위에 서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펜과 마이크를 빼앗긴 채 국민들에게 뉴스를 전하지 못하는 기자로서 우리들은 어쩌면 거리를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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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특보출신에게 강제 해직된 뒤 많은 언론이 해직기자들에게 관심을 가져줬습니다. YTN 사태와 관련해 스트레이트 뉴스들이 한 차례 폭풍처럼 지나간 뒤 PD 수첩 오상광 PD가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6명 해직기자 가운데 가장 한 일이 없는 저에게도 ENG 테이프를 바꿔가며 한 시간 넘게 인터뷰를 했습니다.

  오 PD는 저에게 우리 집에 와서 촬영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부모님과 아내, 아들과 딸이 함께 사는 모습을 취재하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시종 눈물만 흘리실 것 같아 고사했지만 오 PD의 부탁이 강력했습니다. 어머니에게 여쭤 봤습니다. 어머니는 잠시 망설이셨지만 해직된 아들을 위해 흔쾌히 촬영에 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내와 아들이 원치 않아 결국 촬영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PD 수첩이 YTN 해직기자들을 20주년 특집 오프닝에 배려해 준 것은 과분한 일입니다. 기자라는 직업인으로서 공정 보도를 주창한 것이 해직될 일도 아니지만 과분하게 조명을 받을 일도 아니라 생각합니다.

  PD수첩이 ‘황우석 보도’ ‘광우병 보도’ 등 사고(?)를 칠 때 마다 일부 언론은 ‘피디 저널리즘’에 대해 비판을 가했습니다. 기자 저널리즘과 피디 저널리즘을 구분하는 것에 개인적으로 마뜩하지 않습니다. 기자가 하면 그냥 저널리즘이고 PD가 하면 그게 저널리즘일 수 있을까하는 편견이 내포돼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일부 기자들은 기자 저널리즘은 기록을 중시하고 피디 저널리즘은 연출을 중시한다고 말합니다. 9시 뉴스의 1분 30초 리포트는 사실관계만을 압축해 전달하고 ‘PD수첩’이나 ‘추적60분’은 긴 호흡을 가지고 다양한 표현기법이 등장하다보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자, PD 어느 누구도 사실(fact)에 입각해 보도를 해야 하기 때문에 기자와 PD의 저널리즘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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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언론과 기자들이 PD저널리즘을 비판할 때 주로 등장하는 레퍼토리 중 하나가 ‘결론을 정해놓고 짜 맞추기 취재를 한다’는 비판입니다. 그런데 소위 짜 맞추기 취재는 기자나 PD 모두 경계해야 할 대상입니다. 지난 달 촛불 2주년을 맞아 모 일간지가 주로 인터뷰기사로 특집을 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에 참여했던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고 맞장구 쳤습니다. 촛불소녀, 수의학 교수 등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촛불특집이야말로 결론을 정해놓고 짜 맞추기 취재를 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대목입니다.

  ‘피자의 아침’이란 아침 뉴스 정보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피디와 기자에서 한자씩 따와 ‘피자’라고 한 것이죠. 이 프로그램은 중도 하차했습니다. 피디와 기자가 함께 일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가 봅니다. 그러나 우리 방송이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언론이 되려면 피디와 기자가 서로 부족한 점은 보완해주고 장점은 서로 키워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KBS 김인규 사장이 ‘추적 60분’ 프로그램을 보도국에서 제작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KBS PD들은 “김인규 사장의 소위 ‘게이트키핑 부재론’은 PD저널리즘에 대한 몰이해에 기인한 것이며, 장기적으로 PD들로 하여금 시사문제를 다루지 못하게 하려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인규 사장은 KBS 정치부 기자 시절 ‘군부독재 찬양’ 리포트를 한 전력으로 KBS 기자협회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김인규 사장은 당시 소위 게이트 키핑 덕분에 그런 리포트를 했을까요? 그렇다면 그런 게이트 키핑은 없어져야 할 것이고 기자는 당연히 그에 저항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비판에 대해 김인규 사장은 “여당 출입할 때 리포트만 놓고 기자 행적의 전부인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형평성과 균형성에 어긋난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김인규 사장의 말처럼 기자들은 출입처가 있기 때문에 출입처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출입처 제도가 없는 PD들이 기자들의 그런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것이죠.

  저는 신문기자로 언론계 첫 발을 내딛었지만 다시 입사시험을 보고 KBS PD로 4년간 일한 적이 있습니다. 저의 이런 이력 때문에 YTN의 일부 기자들은 제가 기자가 아니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김인규 사장이 “KBS PD 300명 들어내도 문제없다”고 언급한 것처럼 ‘기자 순혈주의’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제가 151개 언론사 8천명 기자를 대표하는 기자협회장이 됐습니다. 저는 소위 ‘기피’인물입니다. 피자라는 말처럼 기자와 피디의 한자씩 차용하면 기피란 단어가 됩니다. 기자건 피디건 국민의 알권리를 위임받은 언론인이라면 출입처의 높은 분들이 사주는 주지육림에 교언영색하고 이따금 쥐어주는 촌지에 꼬리를 흔들어대는 개가 되는 것보다 출입처의 높은 분들에게 ‘기피인물’이 되는 것이 오히려 당당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글 : 우장균 (제 42대 한국기자협회장, YTN해직기자)

[우장균 해직일기]는 한국기자협회보 칼럼 [우장균의 못 다한 이야기] 편에 동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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