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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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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일기] 남자의 눈물

마니아 편집팀 | 2010.06.21 | 조회 7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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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눈물”


  1925년생 아버지는 마흔에 낳은 아들을 강하게 키우려 하신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지금은 북한 땅인 고향 개성에서 혈혈단신 월남했습니다. 사고무친 서울에서 유일한 남자 혈육인 아들이 잘 커나갈까 걱정이 많았던 같습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학창시절 이래라 저래라 훈육하지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공부와 관련해 말씀한 기억이 없습니다. 그런 아버지한테 초등학교 다닐 때 두세 차례 맞은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울었기 때문이죠. 40대 중반을 넘어선 요즘 혼자 tv드라마나 책을 보다가도 쉽게 눈물을 흘리곤 하는데 학창시절 저는 남자는 절대 울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북한 축구 국가대표 정대세의 눈물이 언론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정대세는 브라질과 경기에 앞서 북한 국가가 울리는 내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는 월드컵에 드디어 나오게 됐고 세계 최강 팀과 맞붙게 됐기 때문에 좋아서 울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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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대세는 제일동포 3세로 할아버지 고향은 경북 의성이며 아버지의 국적을 따라 한국 국적으로 조선학교를 다녔습니다. 한국국적이었던 정대세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표팀 선수로 뛰는 이유가 뒤늦게 우리언론의 관심이 됐습니다. 세계적 경제대국 일본에서 자란 정대세도 자본주의가 모든 분야의 강자에게 주는 달콤한 유혹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가 만약 북한이 아닌 한국이나 일본 국가대표팀이 되기 위해 한국국적을 유지하거나 일본으로 귀화했다면 그는 박지성, 박찬호, 김연아 못지 않게 더 큰 명성과 부를 얻었을 것입니다.


  정대세는 몇몇 인터뷰에서 자신을 조선인으로 키워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조선학교에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인, 엄밀히 말해 북조선이나 북한국적이 아니고 지금은 지구상에 없는 조선이란 나라입니다. 정대세는 북한 국가대표지만 그의 조국은 북한도 남한도 일본도 아닌 바로 재일동포, 조선이었습니다. 최인훈 소설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이 남한도 북한도 아닌 제3국행 배를 타고 가다 심연으로 빠져든 게 1953년인데 정대세는 21세기 무국적자가 되는 운명을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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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루니나 코트디부아르의 드록바보다 강인한 스트라이커 정대세는 그래서 그렇게 뜨거운 눈물을 흘렸나 봅니다. 정대세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한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곳인지 잘 몰랐고 20대가 넘어 한국에 가 보고 접촉하면서 생각이 바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정대세는 ‘나를 키운 것은 조선(재일)’이라고 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우리를 키운 것은 ‘우리 학교(조선학교)’였다”고 말했습니다.

  정대세와 같이 재일동포로 북한 국가대표인 안영학은 “조선에 가면 ‘재일’이고 한국에 가면 ‘북’이라고 불리우지요. 일본에서는 조선인이고. 그렇게 생각하면 우린 그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것 아닐까요?”라고 말했습니다.


  천안함 사태가 발생하면서 정대세 선수와 박지성 선수를 나란히 내보내는 광고가 촬영을 마치고도 불방됐습니다. 남한과 북한이 화해모드였다면 남북이 사상 처음 월드컵 동반 진출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정대세 광고를 매일 볼 수 있었을 터인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시절이 하수상하니 월드컵에서 북한팀을 응원하는 것도 어떤 분들 입장에선 반국가행위라고 여길지 걱정입니다. 그러나 북한팀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그리고 정대세 선수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AGAIN 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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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의 저력을 보여줬던 1966년 월드컵처럼 북한팀과 정대세선수가 우리민족의 뚝심을 만천하에 떨치는 꿈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글 : 우장균 (제 42대 한국기자협회장, YTN해직기자)

[우장균 해직일기]는 한국기자협회보 칼럼 [우장균의 못 다한 이야기] 편에 동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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