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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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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일기] 여론조사

마니아 편집팀 | 2010.06.14 | 조회 7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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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조사”


  6.2 지방선거가 끝난 뒤 기자 한 분이 기자협회장에게 전화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과정에서 여론조사가 크게 빗나갔는데 이런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언론사에서 어떤 대책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언론사가 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할 때 언론사 자체 공정보도위원회나 노와 사가 합의한 원칙이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선거를 주관하는 정부의 권위주의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권위주의 정도는 노태우 정부 이전 수준으로 후퇴했습니다. 특히 민주주의 근간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가장 후퇴한 분야입니다. 한국기자협회가 1964년 출범이후 처음으로 해직상태인 기자가 회장으로 선출된 것도 언론민주주의 후퇴의 상징이라 볼 수 있습니다.


  미네르바가 인터넷에 올린 글로 구속되고 도올 선생이 사찰에서 한 강연으로 고소되는 등 이명박 정부는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에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을 올린 일반 시민들이 경찰 조사를 받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소통의 민주주의는 움츠러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지방선거 여론조사가 실제 결과와 달리 여당에 유리하게 나오는 것은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민심이 천안함 사건 등으로 잠시 왜곡됐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었다는 해석도 있지만 그보다는 정부의 권위주의적 행태가 여론조사를 왜곡시키는 근본 모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빗나간 여론조사로 언론사가 역사적 오보를 한 사례는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해방후 처음으로 선거를 실시했던 1948년 미국도 대통령 선거를 실시했습니다. 당시 미국의 유력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은 공화당의 듀이후보가 민주당 트루만 후보를 이겼다는 보도를 머리기사로 내보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트루만 후보의 승리였습니다. 'DEWEY DEFFEATS TRUMAN'이란 시카고 트리뷴지 1면 머릿기사 통제목을 들고 파안대소하고 있는 트루만 대통령의 사진은 역사적인 보도사진이 됐습니다. 시카고 트리뷴은 선거전 2~3개월 전부터 공화당 듀이 후보가 계속해서 15%포인트 앞서고 있었다는 추세를 전적으로 신뢰했습니다. 당시 여론조사도 전화로 실시했는데 1948년 미국에서 전화를 갖고 있는 분들은 중산층 이상 계층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부유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화당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2010년 우리나라에서도 전화 여론조사가 화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면 여론조사였던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는 상당히 적중률이 높았습니다. 이에 비해 예측조사 오보를 방송한 YTN은 전화 여론조사로 출구조사를 대신해 예측조사라고 선거당일 오후 6시에 생방송을 통해 발표했습니다. 선거결과는 YTN예측조사와 크게 달랐습니다. 한나라당의 당선이 예측됐으나, 선거결과가 뒤바뀐 곳은 인천과 충북입니다. 인천은 송영길 민주당 후보가 53.0%의 득표율로 안상수 후보(44.1%)를 크게 이겼고, 충북 도지사도 한나라당 정우택 후보(45.9%)를 민주당 이시종 후보(51.2%)가 크게 앞섰습니다. 접전지역으로 꼽았던 강원, 경남도 모두 한나라당 후보가 패배했고, YTN이 오차범위 안에서 앞선다고 제시했던 박상돈 자유선진당 후보(39.9%)도 개표결과 안희정 민주당 후보(42.2%)에 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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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TN은 “YTN·한국갤럽 예측조사, 개표 결과와 큰 차이” 기사에서 “YTN과 한국갤럽이 실시한 예측조사는 집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전화 면접 조사를 통해 이뤄져 실제 투표자를 대상으로 한 출구 조사와는 조사대상에서 차이를 보였다”며 “특히 조사대상을 선정하는 데 사용하는 과거 지방선거 투표율 추이와 달리 이번 투표율이 15년 만에 가장 높아지면서 오차를 키웠다”고 밝혔습니다.


  YTN이 토로한 것처럼 집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를 한 것이 오보의 근원이었습니다. 지상파 3사는 대면조사를 했지만 YTN은 전화조사를 했습니다. 조사비용을 아끼면서 출구조사의 효과를 얻어 보려고 했던 YTN CEO가 결국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 셈입니다. YTN CEO는 왜 이런 무리수를 강행했을까요? YTN CEO등 정책결정자들은 모두 언론민주주의를 주창한 수십명의 기자를 해직시키고 정직시키는데 앞장선 장본인들입니다. 후배기자들을 경찰에 고소하고 그런 불한당 같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기자들을 지방으로 쫓아대는 등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았던 사람들이죠. 그런 사람들 입장에선 이명박 정부의 언론 강경파들에 대한 충성만이 자신들의 살길이라고 여겼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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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TN의 이번 예측조사 오보로 애꿎은 앵커들만 사과방송을 했지만 YTN CEO 등 오보의 책임자들은 계속 해서 자리를 보전할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선거결과 민심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2010년 YTN 예측조사 오보를 두고두고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고 역사적 오보의 뒷면엔 이명박 정부의 권위주의 방송정책과 그에 부화뇌동, 교언영색하며 후배 기자들을 도륙한 파렴치한 언론인들이 있었다는 것도 기록될 것이라 믿습니다.


글 : 우장균 (제 42대 한국기자협회장, YTN해직기자)

[우장균 해직일기]는 한국기자협회보 칼럼 [우장균의 못 다한 이야기] 편에 동시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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