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4일…절반의 승리 혹은 절반의 패배
7월 14일 주주총회가 열리던 날 오전 7시, YTN 본사 로비에는 YTN 노조 조합원 백여 명이 집결했다. 정, 후문 앞에는 평일임에도 2백 명 가까운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밤샘을 한 뒤였다. 사측도 노조의 주총 원천봉쇄 방침에 대응하기 위해 주총장인 5층과 주총장으로 통하는 곳곳에 용역직원 50여 명을 배치했다.
당초 노조가 원천봉쇄를 결정한 것은 주총장 내부에서의 통제 불능 상태를 피하고 외곽에서 조직적으로 주총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노조의 봉쇄 투쟁은 조직적이지 못하였다. 검은 양복의 용역직원들이 대거 등장하자 집결한 조합원들이 술렁거렸으나, 집행부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할 지침을 내놓지 못하였다. 조합원과 용역직원 사이에 산발적으로 벌어지던 다툼이 격렬한 몸싸움으로 번지자 집행부는 현장에서 비대위 회의를 열어 소액주주인 조합원들을 주총장에 입장시키기로 방침을 바꾸게 된다. 10시로 예정된 주총을 불과 30분 앞둔 시점이었다.
조합원들은 주총장에 들어가는 과정에서도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통제하고 있던 용역직원들과 극심한 몸싸움을 벌여야 했다. 제지를 뚫고 주총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수십 명의 용역직원들이 단상을 에워싸고 있었다. 간부 수십 명도 사측의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입장해 주총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 중에는 외부 주주의 의결권을 대리 행사하기 위해 동원된 경우도 있었다. 노조 집행부는 간부들에게 항의하는 한편 사측에 용역 철수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0시 4분, 결국 조합원과 용역 사이에 치열한 몸싸움이 시작되었고, 수적으로 우세한 노조가 20여 분 만에 단상을 점거해 주총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후 사측은 노조에 대화를 제의했으며 박경석 위원장이 대기실에서 사측 인사들과 협상을 벌인 뒤 ‘일단 주총 개회 선언을 하고 안건 처리는 연기하기로 했다’며 조합원들의 동의를 구했다. 10시 35분이었다. 조합원들은 승리로 알고 환호했지만 절반의 승리, 아니 절반의 패배였다.
주총이 한번 무산되면 이사회를 다시 열어야 하고 주주명부 폐쇄와 소집통지서 발송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두 달 가까운 시일이 소요된다. 그러나 연기의 경우는 다르다. 이러한 법률 지식을 제대로 알았다면 이미 주총장 단상을 확보하고 있던 노조가 사측의 타협안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사측은 불과 사흘 뒤인 7월 17일 주총을 다시 열게 된다.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이날의 투쟁은 7월 17일 투쟁의 밑거름이 되었고 이후 전개되는 출근저지 투쟁에 자신감을 심어주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2008. 7. 14 주주총회 개회 후 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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