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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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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일기] 두 남자 이야기

마니아 편집팀 | 2009.12.13 | 조회 7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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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8일 낮 프레스센터 20층. 해직기자 6명은 점심도 먹지 않은 채 잠시 뒤 나올 결과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제42대 한국기자협회장 선거의 개표가 시작됐기 때문이죠. 해직기자 현덕수는 저 우장균 후보의 선거관리위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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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투표용지를 후보별로 나누는 현덕수의 얼굴은 긴장돼 있었습니다. 그가 분류한 투표용지에선 상대 후보의 표가 더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선관위원들은 계속 투표용지를 헤아리고 덕수의 얼굴은 점점 굳어 갔습니다. 단식을 결행하며 낙하산사장 저지투쟁에 불을 지폈던 현덕수 전YTN 노조위원장. 그가 그토록 초조한 모습을 보인건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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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 했습니다. 저 멀리 YTN 후배 기자들 사이에 있는 해직기자 조승호가 보였습니다. 우장균 후보 선대본부장으로 2주 동안 선거 운동을 이끌었던 조승호. 마흔 여섯까지 사는 동안 그 처럼 자기 자신에게 철저하면서 남을 배려하는 사람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만약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나 보다 조승호가 더 걱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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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이겼습니다. 조승호, 현덕수 두 남자가 아니었다면 저는 여기까지 오지 못했습니다. 노종면 위원장, 김기봉 지회장을 포함한 YTN 동료들이 마련한 밥상에 전 또 숟가락만 올려놓고 세속의 영광은 혼자 얻게 됐습니다.


초심 잃지 않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 조승호 선대본부장은 선거기간 매일 저를 채근했습니다. 저의 낙천적인 성격을 그가 잘 알기 때문이었죠. 그래도 그가 비관적으로 말하면 저는 풀이 죽었습니다. 선거 당일 최종연설 원고를 조승호에게 보냈을 때 그가 잘 썼다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선거운동기간중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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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안녕하세요. 우장균입니다.


저는 이번에 기자협회장에 출마하면서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생각을 새삼하게 됐습니다. 왜냐구요? 제 이름을 잘 지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우장균이란 이름 기억하기 쉽지 않습니까? 그래도 앞으로 제 이름이 가물가물하면 대장균이라고 기억하시면 됩니다.


기호1번 대장균 다시 한번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제 경력만 보고 저를 투사로 생각하는 분들도 가끔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 제 선거홍보물 보셨죠? 홍보물 4페이지에 보면 내가 본 우장균기자란 코너가 있습니다. 거기에 YTN 후배 박소정기자가 저를 복덕방 아저씨라고 했죠? 저하고 딱 1주일만 사귀어 보시죠. 그럼 사람들이 왜 저를 복덕방 아저씨 같다고 생각하는지 아실겁니다.


그러나 오늘 저는 복덕방 아저씨에서 대한민국 기자를 대표하는 한국기자협회장이 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복덕방 아저씨가 왜 꿈도 야무지게 한국기자협회장이 되려고 하냐구요? 솔직히 말해 저희 회사가 그 복덕방 아저씨 노릇도 못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기자협회장이 되고자 하는 저의 꿈과 희망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저는 힘 있는 기자협회를 만들겠습니다. 힘 있는 기자협회는 올곧은 기자정신과 협회의 튼튼한 재정에서 나옵니다.


기자정신이 무엇입니까? 저는 옳은 것은 옳다고, 그릇 것은 그르다고 말하다는 것이 기자정신이라 생각합니다. 참 제가요 지난해 나이 마흔 다섯이었거든요. 그 나이에 뒤늦게 그러나 폼나게 기자정신 한번 발휘해 보려다가 이렇게 될 줄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힘있는 기자협회가 되려면 기자정신과 기자의 자존심을 세워야 합니다. 근데 자존심만 갖고 기자생활할 수 없죠. 그래서 튼튼한 재정이 필요합니다.


“영화 웰컴투동막골 다들 보셨죠? 인민군 장교가 동막골 촌장에게 리더십의 비결을 묻자 촌장님은 ‘무얼 많이 메기야지’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 것처럼 솔직히 밥을 제때 먹어야 기자정신도 나오는 거 아닙니까?


기자협회 재정 앞으로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저에겐 특이한 경력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마케팅기획팀장인데요 말이 기획팀장이지 광고영업했습니다. 매출이 올라야 사측에 임금도 올려달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제가 일한 있는동안 YTN 광고영업이 5백억대에서 6백억대로 증가했습니다. 덕분에 YTN 사원들이 3년 연속 보너스 백%를 성과급으로 추가 지급 받기도 했습니다. 기자정신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기자협회 재정을 튼튼하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혜택은 기자협회 평회원들이 누리도록 하겠습니다. 재정이 좋아지면 먼저 중앙회로 납부하는 회비를 지역이나 지회로 돌리겠습니다. 지역기자들 기준으로 봤을 때 회비 만원 내면 그중 현재 중앙회에서 6천원 가져갑니다. 제 임기 첫해에 그 6천원을 5천원으로 내리고 임기 2년차에 4천원으로 내리겠습니다.


기자연수를 다양화 하겠습니다. 지난 9월에 존경하는 정규성 후보께서는 일부 회장단과 함께 이탈리아 연수를 다녀 오셨습니다.회장단도 국제교류차원에서 해외시찰 다녀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일반 회원들에게 보다 많은 연수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서울과 지역 할 것 없이 1년 연수 다녀오라고 해도 가지 못하는 기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을 위해 한달짜리 국내외 연수 프로그램을 확대하겠습니다.


저는 10수년 동안 매달 기자협회비를 만원씩 냈는데 제가 기자협회에서 혜택 본 것은 연말에 받는 기자수첩 하나였습니다. 기자협회가 좀 더 낮은 곳에 관심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정규성 후보뿐 아니라 기자협회 역대 어느 회장보다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습니다. 정부, 재계, 정치권, 시민단체 인사 등을 만나 임기내에 기자공제회, 언론인 연급제도를 도입토록 하겠습니다. 기자장학금, 기자 자녀 장학금도 크게 보면 기자 공제회로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장균 공약 투!

기자협회를 투명하게 운영하겠습니다.


민필규 방송기자연합회 회장이 저보고 기자협회장 나가지 마라고 했습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민회장이 그러더군요. 기자협회가 7~8억 적자에 허덕이는데 제가 그 책임을 떠안게 될 거라고 충고했습니다. 회장 임기 2년만 채우고 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더 이상 폭탄돌리기를 방치 할 순 없습니다.


인사가 만사입니다. 능력과 필요에 따라 인사를 하겠습니다. 특히 경제신문이 회원수에 비해 홀대 받고 있습니다. 개선하겠습니다.


기자상 심사제도를 개선하겠습니다. 기자상 때문에 더 이상 회원들이 탈퇴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습니다. 이달의 기자상에 경제부문을 신설토록 하겠습니다


기자협회보도 개선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이익단체 협회보 가운데 소속 회원들 조지는 것은 기자협회밖에 없습니다. 회원 동정 많이 싣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지역협회란을 확대해 고정란으로 만들겠습니다.


대한민국 기자들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졌습니다. 저의 도덕성을 바탕으로 회장부터 기자의 자존감을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서울과 지역, 신문과 방송, 보수와 진보 등 갈라져 있는 기자협회를 하나로 통할수 있는 후보는 바로 저 우장균입니다. 저는 서울만의 후보가 아닙니다. 이번 선거는 서울과 지역을 망라한 대한민국 전체 기자의 대표를 뽑는 선거입니다. 신문과 방송, 서울과 지역을 두루 경험한 경륜과 해직기자란 명분을 바탕으로 회원들이 이시대 기자로 일한 것을 긍지로 여기도록 자랑스런 기자협회를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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