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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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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일기] 견리사의 견위치명

마니아 편집팀 | 2009.11.16 | 조회 9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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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리사의 견위치명

 

 아버지가 일주일 넘게 강남성모병원 중환자실에 계십니다. 해 85세인 아버지는 열흘 전 급성폐렴으로 응급실로 가셨습니다. 기관지가 오래전부터 좋지 않아 병원신세를 최근 많이 지셨지만 인공호흡기로 부족해 폐에 기관삽입을 한 것은 처음입니다. 기관삽입을 결정할 때 어머니께서는 주위 친지들의 조언을 들어 난색을 표시했습니다. 아버지께서 고통만 겪다가 돌아가실 것을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최종 결정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자 보호자인 제가 맡게 됐고 저는 기관삽입을 결정했습니다. 상당히 위중한 상황에서 최선의 의료적 도움을 드려야 한다는 것도 있었지만 아버지께 아들의 투쟁이 정당했음을 확인시켜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1월 13일 법원은 저를 포함한 YTN 기자 6명에 대해 회사의 징계 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저는 법원 "YTN 노조 6명 해고 무효" 란 제목의 기사가 1면에 실린 14일자 한겨레, 경향신문을 갖고 중환실로 갔습니다. 아버지께 그 신문을 보여드리며 "아버지, 법원이 저의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 정당했다고 판결했습니다. 제가 이겼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아버지는 기관이 삽입된 고통 속에서 말을 할 수가 없어 눈빛만 깜박 거렸습니다. 그리고 힘겹게 오른손을 살짝 드시더니 엄지손가락을 힘있게 치켜 올리셨습니다.

"아버지 저를 이렇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마흔 여섯까지 살아오면서 아버지를 제대로 봉양하지 못한 불효자식이 지난해 10월 6일 갑자기 강제해직돼 아버지께 걱정을 끼치는 불효를 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제가 대한민국 언론민주주의를 위해 조그만 노력을 했다면 모든 것이 아버지의 가르침 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사내대장부는 항상 이익을 보면 그것이 의로운 것인지 생각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견리사의 견위치명’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말입니다. 안중근 의사의 친필로 더욱 친숙한 이 문구는 그래서 저에겐 실천으로 옮기기 어려운 좌우명 같은 것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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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YTN 조합원들과 기자들이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을 한창 벌일 때 저는 청와대 출입기자로 일했습니다. 청와대는 모든 언론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출입처입니다. 때문에 청와대 출입기자가 되는 것은 기자 개인에겐 큰 영광입니다. 언론사로서 YTN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방송을 위해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 나선 후배들의 명분과 정의. 그리고 청와대 출입기자라는 자리가 주는 이익과 후배들의 행동에 동참했을 때 저에게 닥칠 불이익과 시련.  저는 그 공공의 정의와  사사로운 이익 앞에서 잠시 고민했습니다. 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정의의 대열에 합류하지 않는다 해서 누가 나를 욕할까하며 스스로 위안을 가져보려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견리사의 정신을 따르기로 마음을 다시 잡았습니다.


 저는 다시 견리사의 견위치명의 정신으로 새로운 희망을 꿈꿔볼까 합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언론민주주의가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해직기자가 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한국기자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하려고 합니다. 사사로운 이익을 생각하기에 앞서 의를 생각하겠습니다. 그리고 언론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여기 해직일기에 저의 출사표를 제갈양이 임금에게 올리는 심정으로 민주주의 역사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분들께 감히 올립니다. 
- 우장균 20번째 해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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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 사 표


기자협회 회원 여러분!


YTN 기자 우장균입니다. 저는 지난해 10월 청와대 출입기자로 일하다 낙하산 사장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강제 해직됐습니다. 그리고 최근 저를 포함한 YTN 해직기자 6명이 모두 ‘해고 무효’ 판결을 받았습니다. 사법부가 언론민주주의와 공정보도를 위한 YTN 기자들의 투쟁이 정당함을 확인한 것입니다.

제가 YTN 해직기자들의 복직을 위해 한국기자협회장에 출마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제가 기자협회 회원들의 신임을 얻는다면 해직기자들의 복직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근본적인 공약은 언론민주주의를 위해 애쓰다 저와 같이 강제 해직되는 기자가 다시는 이 땅에 나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이 기자협회의 제1목적이라 생각합니다. 기자협회 규약에도 강령에 따라 조국의 민주발전과 언론자유 수호, 회원의 권익옹호 등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다시 기본과 정명을 추구하겠습니다."

기자협회는 1964년 군사정권이 기자들을 길들이려고 할 때 선배들이 분연히 일어나 만든 단체입니다. 언론민주주의가 다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기자협회가 태동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대한민국 기자들이 권력을 감시하고, 높은 곳보다 낮은 곳을 지향하는 직업인의 양심과 상식을 지켜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협회가 앞장서겠습니다. 그리고 그 맨 앞에 제가 서겠습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습니다."

서울과 지역, 신문과 방송, 보수와 진보 등 지금 협회는 기자들이 속한 회사와 입장에 따라 많은 갈등과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신문기자, 방송기자, 보수언론과 진보언론 모두 사실을 공정하게 보도하고 파수꾼 역할을 하는 공통의 사회적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기협 지회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공통분모를 극대화 하겠습니다. 방송기자, 인터넷기자, 편집기자, 사진기자, 촬영기자, 교열기자, 조사기자, 여기자 등 관련 협회와의 연대와 통합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회원들 권익과 복지증진에 힘쓰겠습니다."

기자 일은 3D업종이 된 지 오래며 평균 임금은 다른 사업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회원들의 숙원 사업인 기자공제회나 언론인연금제도를 임기 내에 도입하도록 하겠습니다. 기협기금을 크게 늘리고 재교육과 퇴직을 대비한 교육, 국내외 연수를 확대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언론재단 등 유관단체는 물론 필요하다면 정부관계자, 언론사 사주들과도 대화의 자리를 가지겠습니다.


"열악한 회원사들 입장을 먼저 듣겠습니다"

미디어법 논란으로 알 수 있듯이 종합편성채널의 등장과 다채널, 다매체라는 언론시장의 급격한 지각 변동은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역언론과 종교방송 등에선 기자들의 고충이 더욱 늘어나고 있습니다. 내년 6월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풀뿌리 민주주의가 더욱 꽃피울 수 있도록 지역신문사와 방송사의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특위를 구성하겠습니다. 또한 기협 내 지역언론 등에 대한 쿼터와 배려를 강화하겠습니다.

   

"언론개혁에 앞장서겠습니다."

기자협회 내 기자정신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기자들에게 분발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기자협회, 언론노조, PD연합회 등 언론단체들이 참여하는 언론평의회를 다시 구성해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대한민국 언론을 만드는데 협회가 앞장서겠습니다.


또 지금까지 기협이 노력해 왔던 남북한 기자교류와 해외언론 교류사업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이상의 공약이 빌공자 공약이 되지 않기 하기 위해선 대한민국 최고의 언론인 단체로서 기자협회가 거듭 태어나도록 힘을 가져야 합니다.


기자 동지 여러분!

"힘있는 기협, 행동하는 기협, 투명한 기협"을 위해 분골쇄신하겠습니다. 신문기자와 방송기자, 지역근무와 서울근무 등을 두루 경험한 경륜과 해직기자로서의 도덕성, 행동하는 기자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자식과 형제자매들이 21세기 대한민국 기자로 일한 우리를 긍지로  여기도록 자랑스러운 기자협회를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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