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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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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일기] 샘물

마니아 편집팀 | 2012.01.29 | 조회 2326

 

샘물

 

YTN 해직기자 6명 가운데 막내인 정유신 기자가 오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해직동지들에게 새해 좋은 소식 전함다. 다온이 동생이 생겼네요. 둘째 태명은 희망이! 핫 핫 핫!" 정 기자의 첫째 딸 돌잔치를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제수씨가 둘째를 가졌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기쁜 마음을 에둘러 축하 답장 메시지를 보냈다. "너는 짐승이냐 인간이냐 정체를 밝혀라" 정 기자는 결혼 한 뒤 한동안 아기가 없다가 뒤늦게 첫째 딸 다온이를 얻었다. 이번에 두 살 터울이 될 둘째를 선적했으니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정 기자는 막내 해직기자이지만 마음은 큰 형님처럼 여유롭고 따뜻하다. 2008년 10월 6일 해직되던 날이 생각난다. 청와대 출입기자로 춘추관에 있는데 전화가 왔다. 정유신 기자였다. "선배! 징계 결정 방이 잠시 뒤 저녁 6시 붙는데 선배가 미리 알고 있어야 될 것 같아서요. 6명 기자가 해직되는데 선배도 그 가운데 한 명입니다." 정 기자는 30여명의 YTN 조합원들이 해직, 정직, 감봉 등 중징계를 받는 언론인 대학살의 소식을 담담하게 알려주었다. 그런 부처님 같은 정 기자가 언젠가 술자리에서 한 말은 마음을 아프게 했다. "요즘 나를 짜른 떡봉이들 생각하면 잠이 잘 안 와요. 어제는 새벽에 창문을 열고 열을 식혔어요." 떡봉이들 때문에 정 기자가 해직을 당하고도 마음고생을 하는 모습이 나를 더욱 화나게 했다. 정 기자와 나는 가끔 테니스를 치며 화를 다스리고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해직이 되고 1200일이 지났다. 그 사이 해직기자 가족 가운데 2명의 새 생명이 태어났고 두 분이 돌아가셨다. 정 기자에 이어 얼마 전 권석재 기자는 아들 이준이를 낳았다. 그리고 나의 아버지와 현덕수 기자의 아버지는 아들이 복직 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막혀온다. 그러나 세상을 떠나는 분이 있으니 새 생명도 태어난다는 당연한 자연의 섭리를 해직의 고통 속에서 배운다. 스티브 잡스는 그런 자연의 이치를 죽기 6년 전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담담하게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 "저는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죽음은 어느 누구도 피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래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일 테니까요. 죽음은 삶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동력입니다. 죽음은 낡은 것을 없애고 새로운 것에 길을 내어줍니다."

 

아버지처럼, 스티브 잡스처럼 나도 언젠가 죽는다. 해직이 되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나도 언젠가 죽는다는 생각을 이따금 한다. 특정 종교를 갖고 있지 않지만 죽음을 생각하면 마음이 경건해지고 부질없는 욕심과 분노가 사라진다. 죽음은 진정 생각만 해도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다. 흐르지 않고 고인 물은 썩는다. 흐르는 물과 샘물은 썩지 않는다. 썩은 물은 새로운 샘물에 길을 내어줘야 한다. 나도 아들과 딸 그리고 그들이 낳을 새 생명들을 위해 언젠가 길을 내어줘야 한다.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 씨가 죽음을 앞두고 말한 시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지만 해직은 나에게 욕심의 덧없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래도 아직 나는 박경리 선생의 경지에 이르기는 먼 거 같다. 죽을 때 다 버리고 갈 수 밖에 없겠지만 해직의 명예는 꼭 갖고 가고 싶다. 그래서 그 명예에 누가 되지 않는 남은 삶이 되었으면 한다.

 

- 글 : YTN 해직기자 우장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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