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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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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일기] 자기최면

마니아 편집팀 | 2012.01.22 | 조회 3677

자기최면


1월 18일 오전 10시 2분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18일 밤 12시 tvN 백지연 끝장토론에서 유시민 대표와 격돌! 격려 부탁드립니다. 이동관 배” 선거철이 돌아와 요즘 이런 유형의 문자 메시지를 심심치 않게 받는다. 총선에 출마하려는 이동관씨가 전화번호를 아는 사람들에게 한꺼번에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씨와 학교 선후배 사이로 내가 YTN 청와대 출입기자에서 강제해직될 때 이씨는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다. 이 수석과 나는 그런 인연과 악연이 있다.


예전 같지 않지만 유시민씨는 이 시대의 대표 논객이다. 토론 프로에서 유시민씨와 한 판 붙는 것 자체가 이동관씨에게는 출마를 앞두고 좋은 홍보가 될 것이라 여긴 것이다. 토론의 결과는 역시 이동관씨의 판정패였다.  이씨는 토론을 마친 뒤 “프레임 자체가 한계가 있었고 유시민 대표의 차원 높은 문제제기에 적절히 대응을 못했다”고 전했다. “법치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제대로 못했다. 방어만 한 거 같다”고도 덧붙였다. 언제부터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대척점에 법치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동관씨는 하고 싶은 말은 다 한 거 같다. 유시민씨가 이명박 대통령이 권위적이지 않냐고 말하자 이동관씨는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 서민이다. 밤 늦도록 정책에 관한 토론을 하는 중에 김윤옥 여사에게 라면을 끓여오라고 해서 함께 라면도 먹고 그런다"라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의원들도 인기가 없는 MB를 부정하고 있는데 이동관씨의 MB에 대한 충성심은 남다른 것 같다. 하긴 이씨 입장에서 기댈 언덕이 MB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이긴 하지만 MB가 왕의 남자인 자신에게 어떻게든 공천을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MB는 뼛속까지 서민'이라는 말을 들으니 옛날 일이 생각난다. 2008년 초 당시 이동관 수석이 친분이 있는 몇몇 기자들을 저녁자리에 초대한 적이 있다. 술을 몇 잔 먹지도 않았는데 이 수석이 이런 말을 했다. "선비는 나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말이 있다. 내가 지금 나를 알아주는 그 주군을 만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바로 그 주군이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50% 연소하며 살았는데 지금 홍보수석을 하며 90% 이상 내 삶을 연소하는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사마천의 사기를 인용하며 MB가 자신을 인정해 주었다며 MB를 위해 신명을 바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나는 당시 MB가 운이 좋은 사람이긴 하지만 훌륭한 지도자라고 생각하지 않은 터라 이 수석의 취중진담에 좀 의외라고 생각했다. 명색이 동아일보 정치부장까지 지낸 사람이 아무리 비유지만 민주주의 시대에 왕이나 주군을 모시던 시대에 할 수 있는 말을 비장하게 하니 조금 소름까지 돋을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한 나라의 역사가 일시 후퇴하고 민주주의가 퇴보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명박 같은 대통령에 이동관 같은 홍보수석이 있으면 의외로 쉬운 일이었다. 두 이씨의 공통점은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은 무시하고 쓸데없이 부지런한 것이었다.


이동관씨는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선비가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후 4년의 행보는 무척 실망스러웠다. 이씨는 홍보수석과 대통령 특보로 소통과 언론 민주주의를 위해 일하지 않고 불통과 언론탄압에 자신의 삶 90% 이상을 연소했다. 이동관 수석 같이 머리가 좋은 사람이 언론 탄압을 위해 그토록 최선을 다했으니 이 나라 언론민주주의가 만신창이가 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이동관씨 덕분에 1200일 넘게 해직기자로 있는 것은 단지 MB 정부 언론탄압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MB가 자신을 위해 분골쇄신하는 이동관씨에게 강남지역 공천을 주기 기대한다. 사실 강남지역구에서도 당선된다는 보장이 없지만 이씨가 강북 등 다른 지역에 출마하면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럼 왜 언론탄압과 불통의 상징 이동관씨가 국회의원이 되길 바라냐고 물을 것이다. 이씨가 전두환의 장세동처럼 MB를 영원히 주군으로 섬길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주군을 찾아 불나방처럼 헤맬 것인지를 지켜보는 것도 개인적으로 쏠쏠한 재미가 될 것 같다.


글 : 우장균 YTN 해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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