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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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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일기] 나는 왜 쓰는가

마니아 편집팀 | 2012.01.17 | 조회 2467

 

"나는 왜 쓰는가"

 

지난해 428일 이후 중단했던 해직일기를 다시 쓰기로 결심했다. <다시 자유언론의 현장에서>라는 책을 준비하면서 나는 노조게시판에 연재(?)했던 해직일기를 중단했다. 책도 나왔고 기자협회장이란 직책에서도 해직(?)됐으니 다시 게시판에 글을 써볼까 궁리하던 차에 해직자 복직 비대위에서 나에게 글을 쓰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비대위는 사실 해직일기를 다시 쓰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 비대위는 대내외 선전용 콘텐츠를 해직기자가 제공하라는 취지였지만 나는 글을 게시판에 올리는 것으로 지시에 따르기로 한 것이다.

 

해직일기를 처음 쓸 때도 이유가 있었다. 200918일 첫 해직일기를 썼는데 구본홍씨가 가처분신청을 통해 사장실에 들어가기 시작할 때였다. 악법도 법이다. 우리는 구씨가 언젠가 사법부의 도움과 용역 깡패들의 호위아래 사장실로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도 믿지 못할 만큼 낙하산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너무 훌륭하게 했던 터라 사장실로 들어가는 구씨를 지켜보는 YTN 조합원들의 상실감도 그만큼 컸다. 그때 나는 해직기자인 스스로를 위하고 나에게 '희망펀드'를 만들어 월급을 주는 조합원들을 위해 게시판에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동물농장><1984>로 유명한 조지 오웰은 '나는 왜 쓰는가(Why I write)'라는 에세이에서 작가들은 이기심과 미학적 열정 그리고 역사적 충동과 정치적 목적을 위해 글을 쓴다고 말했다. 순전한 이기심 때문에 글을 쓴다는 부분이 특히 정곡을 찌르는 것 같다. 이는 똑똑해 보이고 싶은, 이야깃거리가 되고 싶은, 사후에 기억되고 싶은 등등을 말하는 데 이게 글을 쓰는 동기가 아니 척하는 건 허위라고 잘라 말하고 있다. 정치적 목적은 다소 거창하다. 이 동기는 세상을 특정 방향으로 밀고 가려는, 어떤 사회를 지향하며 분투해야 하는지에 대한 남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욕구를 말한다. 그러면서 오웰은 예술을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라고 못을 박아 버린다.

 

오웰이 말하는 작가가 글을 쓰는 이유와 해직기자가 기사가 아닌 글을 쓰는 이유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목적과 명분이 있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지난한 작업이다. 파편화된 생각의 편린들을 모아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글로 만드는 것은 수백개의 조각을 맞추는 퍼즐보다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나는 힘들더라도 글을 쓸 것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글을 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마음을 다잡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마음이 차분해 지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기분이 도를 닦는 기분에 견줄 수 없겠지만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글을 쓰는 것은 나를 해직시킨 자들과 나와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비뚤어진 권력에 교언영색하며 망나니짓을 일삼는 자들이 어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제대로 글을 쓸 수 있겠는가. 그래서 해직 1200일을 맞는 기자가 글을 쓰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이다.

 

: 우장균 YTN 해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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