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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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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일기] 엇갈린 철새의 운명

마니아 편집팀 | 2011.04.28 | 조회 4804

엇갈린 철새의 운명



4.27 선거에는 두 명의 국가대표급 철새가 출마했다.
손학규와 엄기영이다.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손학규 철새는 승리했고 엄기영 철새는 패배했다. 5년 전부터 한나라당으로부터 철새라는 공격을 받았던 손학규는 적진 심장부에서 승리하며 대권가도를 기호지세로 달리게 됐다. 반면 MBC 후배 등 많은 언론인 후배로부터 철새라는 비난을 받았던 엄기영은 언론인에서 정치인으로 화려한 부활의 날개짓을 했지만 추락하는 철새가 됐다.


손학규는 이번 선거에서 기세 싸움에서 이겼다. 그는 단기필마로 적진 깊숙이 들어간 장수였다. 그리고 신립 장군이 탄금대에서 배수지진을 펼치듯 보수의 텃밭에서 정치생명을 걸었다. 그 기세에 눌려 상대편은 자중지란을 일으켰다. 20대에서 40대까지 젊은 층이 새벽에 일어나 일자리로 가기 전에 투표를 했다. 진보를 선택한 것이라기보다 변화를 바란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서 더 이상을 희망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천당 아래 분당의 나이 든 유권자들은 그런 기세에 눌려 감히 ‘미워도 다시 한번’ 한나라당이란 말도 꺼내지 못했다. 기세에 눌린 한라나당은 철새 공격이 먹히지 않자 중도 보수 성향의 손학규를 좌파라고 손가락 질 할 뿐 어떤 꿈과 희망도 제시하지 못했다. 분당에서의 승리로 한나라당은 이제 손학규를 더 이상 철새 정치인이라 공격하기 어렵게 됐다.

엄기영은 100% 당선되기 위해 철새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는데 낙선하고 말았다. 엄기영이 강원도민의 사랑과 동정심을 받고 있는 이광재 전지사의 러브 콜을 뿌리친 것은 명분보다 당선이라는 실리를 택했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데 이광재가 당선된 지난 지자체 선거는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엄기영은 자기 꾀에 스스로 넘어갔다. 왜 엄기영은 패배했을까?


엄기영측이 불법으로 전화선거 운동원을 동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선거 막판 터진 것이 물론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엄기영의 근본적인 패배 원인은 언론인 엄기영의 일관되지 못한 처신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정치인이 당적을 바꾼다고 철새라고 매도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 이재오나 김부겸 같은 정치인들에게서 보듯 정치인의 소신과 유권자들의 선택에 따라 당적은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인의 철새 성향은 다르다. 언론인은 정치인이나 법조인, 기업인 등 어느 직업보다 더 높은 도덕성과 정의감이 요구된다. 엄기영은 강원도민들에게 10년 이상 매일 저녁 9시에 찾아 갔다는 인지도 하나만 믿고 선거에 나섰다. 그러나 강원도민과 후배 언론인들은 후보 엄기영에게서 언론인 엄기영이 아닌 연예인 엄기영을 발견했을 뿐이다.


본래 엄기영은 보수 정당에 어울리는 사람이다. 물론 진정한 보수의 가치가 개인의 욕망추구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엄기영은 어찌됐건 처음부터 지금까지 개혁과 진보란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엄기영이 이광재의 제안을 뿌리치고 보수 정당을 선택한 것은 일관성 있는 행동이었다. 엄기영이 비난을 받는 이유는 그가 MBC 기자 등 언론인 후배들을 헛갈리게 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에 압력에 의해 MBC 사장자리에서 스스로 물러 나면서 농성하는 MBC 후배들을 향해 파이팅 외치며 손 하트까지 보인 것은 일관되지 못한 처사였다. 아마 그때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이번 선거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 굳이 엄기영을 변명하자면 아마 감정적으로 욱하는 심정에서 순간 언론민주주의 투사가 된 듯 자신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다고 봐야겠다. 그러나 세상이 그런 순진함을 마냥 예쁘게 봐주지 않는다. 민심은 천심이다.


언론인이 정치인이 되는 것을 박수칠 만한 것은 아니지만 마냥 매도할 수도 없다. 언론인도 다른 직업인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소속된 공동체에서 자신과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꿈과 비전을 위해 정치권을 노크할 수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개인의 욕망만을 위해 정치인 되고자 하는 것만큼 큰 죄악도 없다.


글 : 우장균 (제 42대 한국기자협회장, YTN 해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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