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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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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일기] 고문 후유증

마니아 편집팀 | 2011.04.05 | 조회 4430

“고문 후유증”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던 1980년에 한국기자협회 회장으로 일하다 해직됐던 김태홍 선배를 만났다. 김태홍 선배는 1942년 생으로 1980년 기자협회 회장으로 언론민주주의를 위해 투쟁을 벌이다 신군부에 의해 1년 반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역대 기자협회 회장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였던 김 선배가 수년전 루게릭 병에 걸려 손발을 전혀 쓰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자택에 방문했을 때 김 선배는 병원침대 위에 누워 계셨다. 김 선배는 침대 위에 계셔도 되는데 한사코 간병인을 불러 휠체어 위에 본인을 앉혀달라고 했다. 김 선배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지만 말씀 한마디 한마디 의연했고 얼굴 표정에 기품이 있었다. 루게릭 병은 치료약이 없는 불치의 병이라 김 선배는 자택에서 투병한다고 했다. 김 선배의 손을 잡아 봤는데 손에 온기는 있지만 손가락에도 전혀 힘을 느낄 수 없었다. 김 선배는 척추마비가 아니라 손발에 감각은 있지만 근육이 없어 손발을 움직일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김태홍 선배는 전두환 군사 정권에 의해 두 번 투옥된 언론인이다.  신군부에 의해 광주 민주화 투쟁 때 고초를 겪었던 김 선배는 전두환 정권 말기 그 유명한 보도지침 사건을 세상에 알리는 데 앞장서다 법정에 서기도 했다. 김 선배는 보도지침 사건을 폭로해 1986년 12월 투옥돼 1987년 6월 항쟁 1주일 전인 6월 3일 석방됐다.


  김 태홍 선배는 “보도지침이란 당시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에서 매일 매일 각 언론사에 내보내던 지침으로 당일 일어난 사건의 보도방향을 일일이 지시한 문서다. 이 문서는 군부독재의 언론통제 실상과 군부 독재의 시녀가 되어 있는 언론의 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내 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김 선배가 의로운 기자출신으로 의연하게 투병 생활을 하는 모습을 봐 한편으로는 마음이 조금 편해졌지만 아무래도 김 선배가 저렇게 몹쓸 병에 걸린 것은 고문후유증이 아닌가 생각돼 또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거웠다. 물론 루게릭 병이 고문 후유증으로 걸린다는 연구결과는 없다 하겠지만 이근안 같은 짐승 같은 인간이 같은 인간을 짐승보다도 못하게 고문하는데 어떤 병이든 안 걸리겠는가?


  김태홍 선배의 책에 고문기술자 이근안으로부터 고문당하는 장면이 있어 옮겨 싣는다.


나는 이근안에게 보름 동안 매를 맞는 등 취조를 받았다. 취조라는 게 주로 맞는 일이었다.

“김대중한테 자금을 받아 기자들을 포섭하고 써클을 만들었지?”

조서를 작성하고 중간중간에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때리는 식이었다. 방에는 바닥에 고정된 철제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다. 내 태도가 좋지 않다고 불평하던 이근안은 그 철제 테이블로 턱을 내밀게 했다.

“새끼야, 목을 빼!”

그러면서 이근안은 목덜미 앞부분을 주먹으로 쳤다. 그 순간 목뼈가 부러지는 줄만 알았다. 그 통증과 충격으로 인해서 목이 부어올라 다음 끼니부터 밥 넘기기가 어려웠다.


글 : 우장균 (제 42대 한국기자협회장, YTN 해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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