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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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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리 맨의 추억

마니아 편집팀 | 2011.03.22 | 조회 5063

바바리 맨의 추억


  아마 40대 이상은 바바리 맨 엄기영씨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엄기영씨는 1980년대 말 MBC 파리 특파원으로 활동했다. 엄 씨는 바바리코트의 깃을 세우고 파리 세느 강가에서 방송 용어로 스탠드 업을 했다. “파리 세느 강가에서 MBC 뉴스 엄~ 기영입니다.” 하면 조용필씨가 “기도하는~” 하면 “꺅~”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많은 젊은이들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었다. 꿈과 낭만으로 가득차도 성이 차지 않을 청춘을 군사독재가 내뿜는 희뿌연 최루가스 속에서 보낸 당시 젊은이들에게 세느 강이 흐르는 파리는 차라리 홍세화씨처럼 망명객이 돼서라도 가고픈 낭만과 자유의 도피처였을지 모르겠다.  거기에 2대 8 가르마의 아저씨 스타일이 아닌 순진한 소년 같은 이미지의 엄기영씨가 카랑카랑한 특유의 억양과 함께 TV에 등장했으니 방송기자의 조용필 같은 인기를 얻었다. 엄 씨는 그 인기를 등에 업고 10년 넘게 MBC 뉴스 간판 앵커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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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월말 기자협회장이 된 뒤 당시 MBC 사장이었던 엄기영 씨를 만났다. 취임 후 인사차 MBC 사장실로 방문했기 때문에 20분 남짓 만났다.  사장실에서 만난 엄 씨는 대화 도중 계속 담배를 피웠다. 대 여섯 개비는 피웠을 것 같다. 평소에도 줄 담배를 했는지 모르지만 이명박 정부의 사퇴 압력에 시달려서인지 상당히 피곤한 표정이었다. 해직기자에서 기자협회장이 된 기자 후배를 만난 엄 씨는 동변상련이라 생각했는지 이명박 정부의 방송 정책에 대해 상당한 불만은 표했지만 강력하게 비판은 하지 않아 의외였다. 그리고 몇 달 뒤 엄 씨는 MBC 사장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MBC 기자 등 후배들이 물러나는 엄 씨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자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순진한 소년 엄 씨 답지 않게 후배들에게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MBC 파이팅!”하고 외쳤다. 여기까지가 엄 씨 이야기였다면 어느 아름다운 바바리 맨의 추억이 됐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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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 씨가 외친 “MBC 파이팅!”은 “MBC 후배들 힘내십시오.” 아닌 MBC 후배들과 “한판 붙자”라는 선전 포고로 돌아왔다. 엄 씨가 무책임하게 사퇴한 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김재철씨가 MBC 사장에 임명됐다. 그 과정에서  MBC 기자와 PD 각각 한 명 등 2명의 엄기영씨 후배가 해직됐고 수십명 언론인들이 중징계를 당했다. 엄 씨는 이제 언론인 후배들의 안위는 안중에 없다. 더욱이 언론 자유니 언론 민주주의니 하는 말은 그에게 사치가 됐다. “강원도 파이팅” 외치며 언론인 엄기영 보다 오래전부터 강원도 아들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10년 넘게 거의 매일 저녁 9시 뉴스 앵커로 TV에 나왔으니 그만한 지명도를 가진 사람도 드물게다. 그래서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엄 씨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엄 씨가 강원도지사가 된다면 또 어떤 언행을 할 지 궁금하다. 이미 엄 씨 스스로 평생직업인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품격도 헌신짝처럼 내버렸으니 개인의 탐욕을 위해 남아있는 영혼을 어떻게 팔지 걱정이다. 그러나 강원도민들이 강원도의 힘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엄 씨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기억하는 많은 시청자들은 더 이상 소년의 불안한 외줄타기를 보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 : 우장균 (제 42대 한국기자협회장, YTN 해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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