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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남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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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직일기] 재판 없는 사형 선고

마니아 편집팀 | 2011.01.21 | 조회 5901

“재판 없는 사형 선고”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여당의 사퇴요구로 결국 자진 사퇴했습니다. 정 후보는 그러나 사퇴의 변에서 언론에서 제기한 각종 의혹에 반박하며 억울한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정동기씨는 고학을 하며 고시에 합격한 뒤 대검 차장까지 오르고 감사원장 문턱에서 좌절한 심정을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일류대학을 나오지 못한 제가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각고의 노력 끝에 학위를 취득한 부분까지 문제 삼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제 자신과 가족들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만 같아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친박계 한나라당 김재원 의원은 검사 선배인 정동기씨를 이렇게 변론합니다. “청운의 꿈을 품고 한양대 출신 최초의 검사가 되어 백발이 성성하도록 검사생활을 하던 그가 대검차장에서 물러났을 때, 한 여인의 남편으로서, 어여쁜 딸의 아빠로서 노후걱정부터 했을 것이다.” 어떤 법조 기자는 정동기를 사퇴하도록 결정적 역할을 한 안상수 대표등 한나라당 최고 위원 가운데 공직자로서 정동기씨 보다 나낫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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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기씨가 그의 인생이 송두리째 매도된다고 생각해 장문의 사퇴의 변을 발표한 것은 일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청문회 없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재판 없이 사형 선고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라고 말한 정씨의 말은 다소 귀에 거슬립니다. 정씨는 개인적으로 사형선고라고 생각할 만큼 모멸감을 느꼈는지 모르지만 결코 사형선고를 받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가 민정수석 등으로 이명박 정부에 봉헌할 때 용산 참사 관련 시민들에 대한 검찰의 구형이 재판 없는 사형선고 보다 못한 사법살인과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씨는 민정 수석 재직시 전혀 관여한 바 없는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에 관련된 것처럼 허위주장을 일삼고 이를 기정사실화하는데 대해서는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민정수석이 민간인 불법사찰이 자행되는 것을 몰랐다고 하면 그것이 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정동기씨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할 때 청와대 출입기자로 일하다 강제해직 됐습니다. 월급쟁이 직장인에게 해고는 사형선고와 같습니다. 해고 당시 YTN 사측은 인사위원회를 개최했지만 해고 당사자인 저를 포함한 6명 YTN 해직기자에게 한 마디 소명 기회도 주지 않고 해고를 선고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2년 4개월째 해직상태입니다. 해직기자들이 인사위원회에 출두도 못하고 해고됐으니 이야말로 재판 없는 사형선고가 아닐 수 없습니다. 언론 장악을 위해 현직 기자들을 대량 해고하는데 앞장선 이명박 정부는 영포회 출신으로 구성된 공직윤리관실을 동원해 민간인과 언론인을 불법 사찰했습니다.  정권차원에서 언론 장악을 위해 기자들을 해고하고 불법사찰 할 때 민정수석이었던 사람이 “두루미는 날마다 미역 감지 않아도 새 하얗다”고 자신을 두루미에 비유한다면 누가 그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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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정동기씨가 무슨 큰 죄가 있겠습니까? 이 모든 사단의 근원은 이명박 대통령이죠. 대통령이 보은인사 차원에서 감사원장 하라고 할 때 “저는 한 마리 두루미가 되고 싶으니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지도층인사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이 대통령은 어느 보수 신문 논객의 주장처럼 잘 못하는 기준으로 노벨 인사상이 있으면 떼어 놓은 당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자신의 건강을 자랑하려 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머리는 빌리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머리는 빌리면 된다는 말은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라고 좋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인사는 나라의 명운을 좌우하는 일입니다. 건설 회사 사장일 때 인사하듯 자신의 말만 잘 듣는 측근을 공정성과 도덕성이 생명인 감사원장 자리에 앉히려고 한 대통령의 오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사가 만사임을 강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을 조금 수정하면 어떨까 합니다. 머리는 빌리면 되지만 빌리는데 판단력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대한민국 대통령은 인사를 잘 할 수 있는 머리만 있으면 된다.” 이렇게 김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께 조언하면 어떨까요? 1년 11개월 뒤 대통령 선거에선 적어도 인사만이라도 잘 할 수 있는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할 것 같습니다.

글 : 우장균 (제 42대 한국기자협회장, YTN 해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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